진정한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고 싶다면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리뷰

by 정지은 Jean


극장 문 앞에서 계속 서성였다.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우리 곁을 떠난 후 공개된 몇몇 작품들도 보긴 했으나 '블랙 팬서'로서의 채드윅 보스만은 아마 이 작품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가 내게 하나의 상징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의 연기 인생에 있을 것이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최초로 솔로 무비가 제작된 메인 캐릭터 급의 흑인 히어로이기 전부터 그는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영화들에서 흑인 최초의 대법관, 메이저 리거 등의 역할을 맡으며 열연을 펼쳤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의 연기자로서의 인생은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고 인류애를 전파하는 '블랙 팬서' 그 자체였다.


회상 장면에서. 혹은 합의하에 CG로 처리한 장면이나 미리 촬영해 둔 비공개 장면에서 볼 그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했다. 그렇게 정말 애정 했던 누군가의 추모식의 문을 열듯,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 좌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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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최초의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분)가 떠난 후 다시 라몬다 여왕(안젤라 바셋 분)이 집권한 와칸다에서 그의 죽음을 기리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을 위협하는 세력이 나타나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금 새로운 블랙 팬서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MCU와 <블랙 팬서> 시리즈의 팬들이 가장 비통해했고, 동시에 그 슬픔만큼 우려했던 부분은 과연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 바탕에는 아마도 최초의 블랙 팬서이자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블랙 팬서' 그 자체였던 그의 존재가 없는 다음 편이 과연 어떻게 채워질 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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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마치 먼저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에게 든든한 동료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마치 "모두가 너를 기억하게 만들어 줄 거야. 약속할게. 안심하고 떠나도 돼"라고 말하는 듯한 동료 배우들의 다짐이 스크린을 통해 전해졌다.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난 여동생 슈리 역을 맡은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예고편부터 화제를 모았던 라몬다 여왕 역을 맡은 배우 안젤라 바셋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아들을 잃은 후 그 슬픔을 수습하기도 전에 용병들을 고용한 각 나라들에 의해 비브라늄을 탈취하려는 공격들을 받고 있는 적들에게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나라의 여왕으로서 울부짖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창자가 찢어지는 고통, 단장지애(斷腸之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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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이 작품의 호불호가 매우 강하게 갈렸다는 소문을 듣긴 했다. 불호의 이유에 납득이 가기도 했지만 나의 경우 호였던 이유는 다양했다. 대표적인 불호의 이유 중 하나인 긴 러닝타임은 개인적으로 내겐 상관없었다. 오히려 와칸다 국민들에게 전해진 티찰라의 정신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블랙 팬서를 기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어떠한 방식이든 그와 연결된 신들을 1분 1초라도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또 다른 불호의 이유로 관객들이 꼽았던 아이언 하트의 심드렁한 첫 등장이나 전편에 비해 빈약했던 액션신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편은 어떠한 빌런이 등장하고 그를 무찌르는 과정보다는 채드윅 보스만을 애도하고 그를 기리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 공간에 관객들을 초대했다면 그 사명을 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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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마치고 나오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뒤에 있던 사람들이 "아, 블랙 팬서 연기한 실제 배우가 죽었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다소 죽음에 대해서 경박한 이야기들을 덧붙이기에 기분이 나빠지려던 차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로 인해 잘 몰랐던 이들도 이 배우의 마지막을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투병을 하면서도 여러 작품들의 마지막 촬영을 끝까지 이어나갔던 그의 투철한 책임감과 배우로서의 태도가 조금은 전달되지 않았을까."


현재 페이즈 4에 도달한 MCU. 앞으로 펼쳐질 다음 페이즈에 어떤 일이 생길진 모를 일이다. 비브라늄을 가진 또 다른 나라. 그리고 그와 함께 탄생한 동맹과, 그로 인해 더욱 위험에 직면한 와칸다. 어느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완벽히 안전한 미래는 없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빌며 주먹을 꽉 쥐고 모으며 외쳐본다. 와칸다 포에버! 최초의 블랙 팬서, 그리고 그의 의지를 잇는 새로운 블랙 팬서들의 탄생이 이어져 와칸다가 잊히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채드윅 보스만의 의지 또한 그러하길 바란다.


*이 글은 PAX MAGAZINE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www.pax-magazine.com/post/진정한-블랙-팬서-채드윅-보스만을-추모하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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