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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Feb 25. 2023

한강 vs 소양강

어디든 좋지만

금요일 밤이면 망원유수지에 앉아서 캔맥주를 마셨다.

동작대교 즈음에서 누군가가 토해낸 설움을 안주삼아.


분노가 목 끝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잠수교까지 자전거를 달리며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흐르고 흘러 원효대교 아래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내 분노도, 누군가의 설움도, 흘러내린 눈물도 다 품어줄 수 있을 만큼 한강은 넓고 깊다.

그래서 나는 한강을 사랑한다.


망원유수지에서 바라본 성산대교
멍때리기 좋은 원효대교 아래


춘천에는 소양강이 있다.

인간의 오염된 감정 따위는 이미 빠른 유속에 실려간 건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대신 맑은 물속에는 물고기가, 물 위에는 온갖 철새와 오리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닌다.


물처럼 시간이 흐른다.

모두의 시간이 제각기 흐른다.

오리의 시간, 물고기의 시간, 흔들리는 억새의 시간, 수확 없는 강태공의 시간.

생뚱맞게 상대성이론을 생각하며 분노 대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


아마 소양강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뭐, 어디든 좋지만.


소양3교 근처 산책로에서 바라본 소양강
소양강 위에서 노닐노닐하는 오리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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