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언제까지나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 채로 두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그런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토록 싫어하던 추어탕이 최애음식이 되고, 공부 따윈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는데 40대에 뒤늦게 공부로 뭔가를 이루게 되자, 대단히 좋아질지도 모를 또는 의외로 소질이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래서 조금씩 도전하기 시작했다. 난공불락의 미술과 운동에..
미술은..직접 하는 것은 여전히 두렵지만 미술이론에 상당히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극복된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투어도 다니고 좋아하는 화풍도 생기고 화가의 덕질도 소소하게 하고 있다. 성인의 미술은 이것으로도 충분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직접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운동도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익숙해지면 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또다시 미련스럽게 돈을 들였다. 필라테스에. 48만 원. 현금영수증도 안 끊고.
원래 돈을 들여야 억지로라도 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리고 약 3개월째에 접어든 지금!
휴. 나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학교 다닐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체육수업이 있는 날은 학교에 가기 싫었던 기억이 선연하다. '엄마 나 배가 아픈 것 같아' '엄마 나 오늘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그럴 때마다 날 보던 엄마의 입에 걸려있던 비웃음을 이제는 내게서 본다.
'어이 거기 거울 속의 나! 나 오늘 학원 빠지면 안 될까?' '나 지금 되게 컨디션 안 좋다고' '야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마다 거울 속 내가 비릿하게 웃는다. '웃기고 있네'
하아. 오늘은 마침내 현타가 온다. 돈을 준 주체는 나인데, 고통도 왜 내가 받는가! 나는 돈을 주고 수강권을 산 것인가 스트레스를 산 것인가! 수업을 빠지면 내가 손해인데 왜 나는 강사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줄을 모르는가!
아무래도 이런 짓은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내 주제에 무슨 운동이라고. 추어탕과도 친해지고, 공부랑도 이제 화해를 했고, 미술이라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지만 운동은 안 될 것 같다. 운동도 미술처럼 보는 것에 취미를 들이면 좀 나으려나.
하지만 미술과는 달리, 성인의 운동은 이것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해결해야 할 만성두통과 고혈압과 과체중. 휴..어떻게 하면 운동과 친해질 수 있으려나. 나는 이렇게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 그런 의미에서 필라테스는 더 이상 갱신하지 않을 듯싶다. 안녕~ 굿바이~ 사요나라~ 짜이찌엔~ 오르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