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by 임지성의 생각



탈중앙화라는 가장 유령답고 비가시적인 유령이.


탈중앙화 이데올로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훼방한다.

먼저 한쪽에서는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의 이념 투쟁 잔존한다는 구태의연의 명제를 유포해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이념적 질서의 실상을 은폐한다. 그리고 다른 쪽에 가서는 거대 담론이 없다는 포스트모던 명제와 냉전 시대가 지나갔다는 데탕트적 명제를 섞어 '다양성' 그 자체가 아무런 인위적 조치도 없이 정당하다는 민주주의적 협치를 중단시킨다.


민주주의는 명확하게 탈중앙화의 원리와 중앙화의 원리가 병존하는 제체이다.

민주주의는 폭력과 착취를 통한 승자독식적 일자에 의한 다자의 지배 원리도, 무정부적, 무질서적, 무지배적 다자주의도 아닌, 다자의 공존 가능성을 위한 절차적 합리적 완충과 그것을 통한 상징적 일자를 지속 재구축하는 지배 원리이다.


소수의 이념을 다수에게 부과하려는 자들과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당연하게 희생시키려는 자들, 절차적 완충과 대화를 중단시키는 자들, 그들이 바로 탈중앙화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분열과 갈등 속에서 이득을 착복하는 민주 국가의 적들이다.


인류의 문화와 문명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야생적 원리를 확장하려는 실천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실천의 대립을 통해 발전해 왔다. 전자는 지배자에 의한 피지배자의 착취를 양태만 바꾸며 지속 고착화해왔으며, 후자는 종족에 의한 종족의 사냥을 금지하며 타협과 조율을 통해 자연상태의 야만성 보다는 공진화의 원리를 주목해왔다.


아무튼 양쪽 모두 분명한 이데올로기를 발전시켜 왔다.

"이데올로기가 없다"라는 이데올로기적 명제는 제도의 저자와 수혜자를 은폐하고 조율 없는 갈등을 방치하거나, 타협 없는 희생을 불가피한 것으로 제시함으로써 착취적인 질서를 고착화한다.


숨기려 하는 자가 범인이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고 직시하는 것은 온전히 나머지 사람들의 몫이다.


유령은 보이지 않지만 이 유령에 쓰인 자들의 증상은 가시적이다.

현상을 부인하는 자, 우물에 독을 타는 자,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렇게 하게 만드는 자, 대화를 중단하게 하는 자를 식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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