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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게 Jul 31. 2023

혼자 해외에 나오면 좋은 점

혼자 여행 장려 프로젝트

| 함께도 좋지만 혼자는 더 좋다


나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물론 무척 즐겁지만,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일단, 먹고 싶은 메뉴에서부터 액티비티까지 많은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예전에 친구 4명이서 LA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즐거운 보내던 와중, 놀이공원을 갈지 말지 결정하는 부분에서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두 명의 친구는 아예 놀이기구를 타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했는데, 나와 다른 한 명의 친구는 Six Flags라는 유명한 놀이공원을 반드시 가고 싶어서 LA에 왔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결국 두 친구의 양보로 다 함께 놀이공원을 왔고 결과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만, 친구들이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면서도 놀이공원 입장료와 시간을 내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기억이 있다.



조율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함께하는 여행은 분명 즐겁다. 서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하지만 두 번째 관문이 있다. 성인이 된 친구들과 일정을 맞춰 함께 여행을 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로 회사에서 휴가 날짜를 맞추기도 어렵고, 각자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스케줄을 요리조리 맞춰보다 보면 결국 '다음에 가자'로 논의가 종결된다. 그런 식으로 고등학교 동창들과 여행을 미룬 지 벌써 어언 5년은 된 것 같다. 결국 좋든 싫든, 여행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나는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야 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나에게 잘 맞는 여행 스타일이라는 걸 느꼈고, 많은 장점을 느꼈다.




1. 친구를 사귀기 쉽다

혼자 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더 말을 걸게 된다. 같은 클래스나 액티비티를 하다가 친해지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만나 하루 일정을 함께 하기도 한다. 심지어 옆방 투숙객과 테라스에서 만나 식사 한 끼라도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친구나 연인과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된다. 나만 해도, 커플을 보면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말을 안 걸게 된다. 일정이 온전히 내 결정대로 흘러가다 보니,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게 그만큼 유연해진다. 새로 사귄 친구의 초대로 모르던 파티에 초대받거나,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것은 덤이다. 


요가 수업을 듣다가 우연히 폴란드에서 온 친구와 대화를 시작하게 됐는데, 나와 처한 상황과 고민의 결이 너무 비슷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던 기억이 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춤 수업도 듣고, 종국에는 다음 달 여행 일정을 같이 계획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속 깊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진심이 서로 닿을 수 있는 것 같다.




2. 영어실력이 쑥쑥 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 강제성(?)이 참 좋다. 기본적인 호구조사부서 속 깊은 얘기까지 영어로 서술하는 능력이 급격히 향상될 수밖에 없다. 사방이 온통 외국인이기도 하고 애써 한국인 동행을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모든 대화는 영어로 이뤄지게 되는데, 그게 재밌어서 일부러 낯선 사람과 더 대화를 트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화영어나 튜터를 쓰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올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바이크를 타고 가면서 드라이버와 대화를 했는데, 영어를 고작 8개월 배웠다면서 너무나 유창하게 구사하길래 그 비결을 물어봤다. 그저 매일 이렇게 바이크를 운전하며 승객과 대화를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언어를 가장 빠르게 또 제대로 배우는 방법은 그 언어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는 것이니까. 또한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 사용에 대한 부담이나 발음, 문법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3. 눈치를 덜 보게 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살아온 환경과 나를 아는 사람들 속에서 규정되는 모습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그에 따라 사회적 기대, 관계적 맥락 속에서의 내 역할 등을 미묘하게 인식하며 행동하게 된다. 기존에 살던 곳은 주위에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회사만 말해도 바로 신상을 알아볼 수 있는 등 나의 기존 아이덴티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원래 모습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일례로, 나는 항상 '춤을 못 춘다'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면서 춤추는 자리에 갈 때마다 자신감이 없었는데, 여행 중 댄스 소셜에 참가하여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춤을 즐긴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제대로 춤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고, 춤을 본질적으로 즐기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갇혀있던 프레임을 깨부수며 다니는 것만큼 자유로운 기분도 없다. 입는 옷도 마찬가지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입고 다닐 수도 있고, 그에 대해 어떤 판단이나 비난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4. 사회규범을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다

한 나라에 오래 있다 보면 그 나라의 법, 규칙 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다가 다른 나라를 경험해 보면 기본적인 대중교통에서부터 행정처리 방식, 그 나라의 통념과 문화 등을 본국의 것과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 말고 다른 방식도 있다는 걸 느끼고, 종국에는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다.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대중교통 문화에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모든 승객이 제대로 좌석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 사소한 것부터, 기본적으로 모든 교통수단이 노인과 장애인에게 매우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을 체험하고 돌아왔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서울에서 버스를 탈 때면 승객이 다 내리기도 전에 '삐-' 소리를 내며 문을 닫으려 하거나,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의 간격이 매우 길거나 하는 식의 기존 방식에 그냥 적응하듯이 살아왔던 것 같다. 한 번 '이건 잘못된 거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다 여행을 통한 새로운 시선 덕분이었다.




5.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모든 걸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모든 일정을 결정하는 건 온전히 내 책임이 된다. 믿을 사람이 나뿐이다 보니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과 결단력을 단련시키기에 최적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내가 과연 이 한 몸 이끌고 평생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때가 있다. 내가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나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으면서 어떤 것에도 흥미가 가지 않는 상태였다. '이것도 배워보고 저것도 배워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가 계속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행지에 나오면 좀 더 과감한 결정을 하고, 범법이 아닌 선에서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자는 주의가 된다. 그러다 보니 현재에 집중하기가 쉬워지고, 즐거운 경험이 많아질수록 나에 대한 신뢰도 향상된다. 


또, 상대적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온전히 나를 직면할 기회가 생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자동적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켜곤 했는데, 그건 나와의 고통스러운 대화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나랑 할 얘기가 있는데 자꾸만 마음 한 켠으로 미뤄놓고 있는 게 느껴져서, 동영상을 보고 있어도 온전히 마음이 즐겁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서부터 나와 대화를 시작할지를 모르겠어서 그렇게 어딘가 갇힌 상태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갖게 되면서,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남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정말 내가 진심으로 그걸 원하는 건지, 내가 남들의 영향으로 내린 결정들은 어떤 게 있었는지, 무엇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지, 확실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꼭 혼자 여행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매일같이 갇혀 있던 패턴에서 벗어나 좀 더 명쾌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는 건 확실하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얻는 가치관은 결정화되어서 정체성 위에 침전물을 형성한다. 가치관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가치관과 반대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 <희망 버리기 기술>, 마크 맨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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