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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게 Mar 21. 2024

카카오톡이 싫은 이유 5가지

피곤쓰

카톡의 순기능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먼저 밝힌다. 다만 상대방이 읽었는지, 확인했는지를 알 수 없던 문자에서 카톡으로 넘어간 세대라서 그런지, 카톡의 부작용이 계속 눈에 밟힌다. 개인적으로 나는 카톡 이용에서 피로감을 느껴 이용을 최소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카톡이 불편하다고 느낀 포인트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 단톡방이 피곤하다


수능이 끝난 직후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개시했다. 같은 대학교 입학생들끼리 단톡방이 생겼고, 정식 OT가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만나자는 이른바 비정모(비정기적인 모임)를 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는 생각에 들떴지만, 100명이 넘게 들어있는 단톡방에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다보니 점차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10명 내외로 정해져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몇 천개가 넘게 쌓여있는 대화 문구들을 일일이 다 읽기도, 안 읽기도 애매해서 입학 전부터 FOMO(Fear of Missing Out)를 겪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 이후에도 단톡방은 나에겐 끝내 정이 가지 않는 대화방식이었다. 다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대화를 하는게 아니기도 하고, 그렇다고 1분 간격으로 카톡방을 확인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대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랄까. 나의 말에 누가, 언제 답변을 할지도 모호해서 진득한 대화가 되지 않고 허공에 대고 말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단톡방에서는 투표나 생일축하 정도만 하는 눈팅족의 길을 택했다.




| 동시에 진행되는 수십개의 대화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대화들이 집중력 저하에 한 몫 할거라고 추측(?)한다. 뇌 신경학자 얼 밀러(Earl Miller)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태생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는 종족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맞다는 데에 한 표. 한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개의 대화를 동시에 돌리다보면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전화통화를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가까운 사람이면 더더욱. 통화하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명과 동시에 카톡을 주고받다 보면 답장을 할 때의 우선순위 문제도 있다. 어떤 사람의 카톡에 가장 먼저 답하는지, 누구 것은 안 읽고 있다가 나중에 천천히 답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읽씹'이니 '안읽씹'이니 하는 말이 나온 것도, '이 사람이 내 카톡을 봤는데도 연락을 안하는 거 아니야?'하는 불안감과 망상을 자극하는 데 한 몫 한다고 본다. (물론 망상이 아닐 수도 있다.) 




| 답장 빈도에 관한 논의


연락 문제는 연인 관계에서 참 고질적인 이슈 중 하나다. 예전에 남자친구가 '일이 바빠 답장이 늦었다'며 10시간만에 답장을 한 적이 있는데,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너네 일이 그렇게 바쁘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리 바빠도 화장실 가서 답장할 시간은 있지'라고 답해서 남자친구에게 많이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취직을 한 이후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핸드폰 볼 시간이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경험하게 된 다음부터 연락의 빈도는 연애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연락이 없으면 마음도 없는거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 너무나도 단순한 지표로 마음을 측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대방에게 즉각적인 답장을 원하는 눈치도 있다. 썸과 관련된 고민상담의 많은 부분이 '카톡 답장이 느린 사람의 심리'에 관한 것을 보면 답장 속도와 상대에 대한 관심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분명하다.




| 카톡 말투로 싸움이 날 수도 있다


"뭐해? ㅎ"

"아 그래? ㅋ"


문자나 카톡에서는 이런 식의 말투는 뭔가 묘하다. ㅎ 하나, ㅋ 하나를 붙인 카톡을 받는 사람들은 '기분 나쁘다', '비꼬는 것 같다', '약올리는 것 같다' 등 하나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카톡은 제스처도, 눈빛 교환도, 억양도 없이 오로지 텍스트로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에, 사소한 말투 선택에도 깊은 주의를 요한다. 나는 이모티콘을 잘 쓰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그게 때로는 무뚝뚝하고 화난 것처럼 읽힐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적당히 섞어쓰기 시작했었다. 이모티콘 시장이 이렇게 번창할 수 있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선과 디테일을 그래픽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겠다. 업무 상 카톡을 쓰는 경우에는 센스있는 이모티콘이나 물결표시 '~'를 붙여서 내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 카톡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한계. '쉽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다보면 친한 친구들끼리도 만나기 어려운 날들이 잦아지고, 그럴 때 대부분 메신저를 이용하고는 한다. 하지만, 카톡에서 끄적거리는 몇 줄의 문장으로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보듬기에는 한계가 있다.


'너무 쉽다.'


축의금도 띡, 하면 보낼 수 있고, 생일 축하도 띡, 하면 보낼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오히려 좀 사람을 외롭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시간 들여 전화를 걸고, 만나고, 답장을 기다리는 과정에서의 설렘을 느끼고. 그런 모든 과정을 생략시켜 버린게 엄청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냥 소신 발언이었다.


요즘은 사실 뭐, 친구들도 다들 바빠지고 해서 카톡으로부터 얻는 스트레스는 많지 않다만. 


AI 세상에서도 편지지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꾹꾹 눌러쓴 편지지만이 전달할 수 있는 마음의 깊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편하게 손가락 몇 번만 까딱하면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 편지, 전화, 만남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이유는 오히려 '나는 당신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엽서에 편지를 쓴다. 내 진심이 좀 더 잘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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