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호텔의 팬이 되어버렸어요
이번 여행으로 깨달은 것중 하나는 숙소가 내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에이스 호텔은 이후 여행에 모두 영향을 미칠정도로 중요한 취향의 발견이었다. 포틀랜드에서만 묵으려고 예약했었는데 이후 완전 반해버려서 피츠버그, 뉴욕, 뉴올리언스까지 몽땅 에이스 호텔로 예약을 바꿔버렸다. (덕분에 텅장됨 ( ˃̵̣̣̣̣̆ω˂̵̣̣̣̣̆) )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주로 친구 덕분에 메리어트 계열 호텔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하거나 에어비엔비를 이용해왔는데 에이스호텔은 그 둘의 장점을 합친 것 같았다. 즉 호텔의 편리함-남이 청소해주는 방, 깨끗한 수건, 위치적 장점-과 에어비엔비의 취향-나랑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네 집에 머무는 것 같은 안락함, 어딜가나 비슷한 표준화된 호텔이나 부담스러운 업스케일이 아닌-이 적절한 선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장점은 지역마다 비슷하면서 다른 personality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포틀랜드 에이스가 디자이너같다면 피츠버그 에이스는 스포티한 청년같이 보인다. 뉴욕에이스는 파티피플이고 뉴올리언스는.. 일단 좀더 있어보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만 묵었어야 했는데. 포틀랜드 에이스에 반해서 앞으로 한달간 랜덤으로 미국도시를 돌아다니는 데 에이스호텔이 있느냐 없느냐가 주요 결정 포인트가 될 정도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유우명한 호텔로비의 사인 앞에 앉아 드나드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제 꼴리는대로 사는 포틀랜드답게 동물권리에 관한 시위행렬과도 마주쳤다. Mezzanin에 앉아있던 posh한 신사는 컨셉을 위해 고용한 것일까? 결국 물어보지 못했네. 하도 로비가 시끌벅적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잠 못잘까봐 걱정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고 위치가 너무 좋아서 누군가 포틀랜드에 온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구 YMCA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서 그런지 좀더 젊고 건강/활동적인 느낌이 난다. 동네도 East Liberty라는 지역인데 Downtown에서는 버스로 약 30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동네는 워낙 Office 밀집지역인데 반해 이 동네는 좀더 자유롭고 외국인 친화적이며(팡인들이 많은건 어쩔수 없음) 덜 붐벼서 맘에 들었다. 교통도 좋은 편이라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호텔 자체의 만족도는 높지만 피츠버그 자체를 굳이...올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참고로 이번 여행에서 도시별로 다르게 발전해 온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예를 들어 포틀랜드는 상대적으로 작고 서부이다보니 scouter sharing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는게 대중교통보다 더 발달했다면 피츠버그는 지하에 자원이 많고 광산업이 발달해서인지 지상교통인 버스가 발달했고 카네기멜론이 있는 터인지 종종 무인자동차가 시범운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버스를 잘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뉴욕은 아시다시피 땅값이 비싸고 건물이 높으며 도로 상황이 헬(...)이라 메트로가 발달함.
카테고리로 따지면 포틀랜드랑 같은 친군데 좀더 음악이랑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같은 느낌이다. 로비가 지금껏 가본 에이스호텔중 가장 크고 북적북적한 것이 뉴욕다운 것도 같고(이 도시는 올때마다 너무 시끄럽고 번잡스려...-_-) 상점도 많고 미드타운에 입점해있어서 그냥 로비만 가보는 것이라면 추천할만하다. 방은 이동네 호텔이 다 그렇지만 가격대비 너무 좁고 비싸다.
마지막으로...
New Orleans 에이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이다 보니 다른 에이스처럼 번화가에서 아주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관광객으로 득실대는 Bourbon st나 French quarter에서 살짝 비껴느 역시나 힙한 가게들이 들어선 Laffayette st에 위치. 사실 방은 조금 실망이었는데 (크기는 정말 넓지만 더운 지역이다보니 에이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플란넬 블랭킷이 깔려 있지 않고 뭔가 디테일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대신 로비와 음악공연에 모든 공력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음악홀인 three key에서는 매일 다른 뮤지션의 공연이 펼쳐지고 옥상에 있는 Alto rooftop pool도 일몰무렵에 아주 인기가 좋다고.
여러 도시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통일감을 잃지않고 자신들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점은 브랜딩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 하다. 에이스 호텔의 매력에 뜻하지 않게 빠져 미리 잡아놨던 호텔 예약도 변경해가며 가능한 많은 도시의 에이스를 체험해보았는데 기회(+돈)가 된다면 모든 에이스를 섭렵해보고 싶다. 단, 티끌한점 없는 청결한 서비스를 원하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떨어질듯... 그치만 장소의 매력으로 모여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호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