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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e Sep 09. 2018

기술 의존적 인간

small business에도 cash(-er)less시대가 올까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공항에 가기 전 카페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캐셔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일하는 프로세스는 손님이 들어오면 간단히 안부를 묻고 주문을 아이패드에 받아적은 뒤 계산을 마친 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는데 이중 음식을 준비하는 것 외에 나머지는 손님이 직접 키오스크에서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물론 언니는 너무 상냥하고 예뻤어요ㅠ) 점주 입장에서는 캐셔가 틀리게 계산하거나 만약에 하나라도 돈을 빼골릴 리스크를 줄이고 인건비도 덜 들테니 자동화/기계화가 되면 될수록 캐셔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때까진 손님들이 각자 주문하는동안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내오면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했지

그때 포스에 문제가 생겼다. 무슨 영문인지 카드결제가 안되는 것이었다. 리붓도 해보고 지인에게 전화도 해보고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카드결제는 실패하고 손님은 차로 돌아가서 현금을 꺼내와야 했다. 점원은 내내 미안하다를 반복했고 손님은 괜찮다고 했지만 계산 후 팁은 한푼도 주지 않음으로 그녀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표현했다.

카드결제 시도할 때마다 에러메시지가 떠서 쏘리를 연발하던 캐셔...결국 그녀는 팁을 받지 못했다.
pro-saying sorry canadians lol
지인에게 전화해서 리셋하려고 노력중인 캐셔...

근데 만약 계산대에 사람이 없이 손님이 직접 주문하고 계산하는 시스템이라면 어땠을까? 카드 결제 고객은 우선 그냥 떠나 다른 가게를 찾았을 것이다. 기계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감지하기 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렸을테고 그동안 방문한 고객들은 결제불가 사인을 보고 그냥 떠났을 것이다. 얼마쯤 현금을 들고 다니는 고객은 주문할 수 있었겠지만 나같이 환전한푼 없이 카드한장 덜렁 들고나온 고객은 집으로 다시 20분 차를 몰고 돌아갔을 것이다. 스타벅스처럼 카드에 충전해서 어느 매장에서나 쓸수있는 대기업 시스템이면 또 모를까 Small business에서 그런 체계를 갖추긴 어렵고 비싼 일이겠지.

거대한 기업이라고 해도 사람의 효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트에서 셀프/무인계산대에서 걸리는 시간과 숙련된 알바의 효율을 비교해봐도 그렇다. 셀프체크인하다가 원인 모를 에러로 계산을 실패하고 다시 줄서야 했던 경험과(물론 나쁜 ux디자인의 몫이 크지만!) 계산속도의 효율을 비교해봤을 때 직원의 처리속도가 훨씬 빠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입국 시 사용한 시애틀과 토론토 공항은 셀프 체크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당연하게 한번씩은 꼭 에러가 났고 도움을 주기위한 스텝이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자주 여행을 해야 이 시스템에 사람직원의 숙련도를 대신할 만큼 익숙해질 수 있겠는가?


사람이 비싼 건 사실이다. 그치만 이 모든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비싼걸까? 특히 저 작은 동네 가게에는 나이든 동네 주민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었는데(막 서로 다 알고 혼자 커피마시면서 퍼즐풀던 아저씨가 하나 둘 동주들 만나더니 급기야 테이블 세개까지 붙여서 친목됨) 이들이 맥도날드 셀프 주문 키오스크를 쓸수 있을까? 캐셔가 있으면 한명한테만 사용법을 가르치면 되지만 고객에게 아웃소싱하게되면 모두가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언젠가 전화교환원이 있던 시절에거 모두가 직접 다이얼을 누르는 시대가 되었음을 고려할 때 손님이 직접 주문하는 시대가 오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한동안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캐셔의 존재는 당분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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