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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e Jan 31. 2019

73일간 동/남부 아프리카 트럭 횡단기

퇴사한 사람들은 모두 브런치에 글을 쓴다지요.

Prologue

Absolute Africa의 원래 루트
약간의 일탈(?)이 있었던 나의 루트


브런치 트렌드에 따라 나도 회사 때려치고 지금은 아프리카를 여행중이다. 사실은 세계일주로 계획했던 73일간의 아프리카 트럭 일주였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북미 찔끔하고 회사로 복귀했다가 결국 그만두고 지금은 우간다에서 글을 쓰고 있네.

작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보고 싶어서 선택한 아프리카 여행이었는데 혼자 할 자신은 아직 없고 해서 여행인생 근 이십년 만에 처음으로 패키지 여행을 신청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출발하여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공까지 73일동안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영국 상품이다(나라이름을 쭉 듣던 내 영국인 튜터는 뭐 구 영국 식민지 투어냐며 빈정댔지만) 애초에 영국상품인데다 방학시즌이고 해서 젊은이들만 바글대면 이 할미는 어쩌나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거의 내 또래의 퇴사하거나 휴식기를 갖는 사람들, 캠핑 매니아, 또는 몇몇 은퇴한 노년들이었다.

어쨌든 출발 이틀 전 시차 적응도 할 겸 나이로비에 도착. 대한항공은 직항이 있지만 난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를 사용해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했기에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했는데 연착하는 바람에 연결편을 놓칠 뻔 한데다 같은 비행기 내에서는 아무도 나이로비에 가는 사람이 없었다는게 충격이었다. (모두들 케이프타운으로 감. 그리고 실제로 도착해보니 왜그랬는지 납득.) 다행히 게이트를 거치지 않고 비행기에서 비행기로 직송되어 연결편을 놓치는 불상사는 간신히 면했다. 나이로비는 딱히 볼게 없고 생각보다 춥고 택시는 어떤 놈이 택신지 모르게 생긴데다 우버 대비 바가지요금, 설상가상 도착한날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 2km떨어진 곳에서 테러까지 터지는 명불허전 재난여행의 대명사임을 증명(...) 그래도 꾸역꾸역 기어나가서 박물관도 보고 본격 고생길 시작 전에 대사관 거리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다.
Jiko restaurant은 the village market 안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이었는데 배터지게 먹고 육만원도 안나옴! 그리고 걸어다녀도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유일한 곳이었다.


트럭타고 아프리카 횡단


내가 이용한 상품은 Absolute Africa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케냐 나이로비로부터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73일에 거쳐 횡단하는 상품이다. 예약한 순간부터 현지 코디네이터가 주요 일정과투어옵션, 준비물 및 비자 정보 등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알려주고 메일을 통한 문의나 특별 요구 등 커뮤니케이션도 거의 24시간 원활해서 나는 뭐 봇인줄 알았음. 어쨋든 기본 상품에 잔지바르섬 옵션과 고릴라 트래킹 옵션을 추가했고 나머지는 상황봐서 현지에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투어 인원의 구성은 국적으로 보면 반 영국인, 반 캐나다인, 그리고 마이너로 미국인, 독일인, 한국인(나), 스페인인, 네덜란드인이 있었다. 트럭에는 타는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앉았는데 매일 이동함에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좌석이 바뀌는 시스템이었다. 충전포트는 트럭 앞쪽에 있었는데(비행기처럼 좌석마다 있었으면!은 무리한 바람이죠) 트럭 배터리를 쪽쪽 빨아 충전하기 때문에 시동이 걸릴 때에만 충전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전 폰 없인 못사는데요ㅠ 따라서 포터블 배터리는 필수다.

캠핑장엔 대부분 고먐미나 댕댕이가 살고 있다.(귀여워서 주먹울음)


아침 일곱시에 지정된 장소에 모여 트럭에 타고 giraffe centre를 거쳐 첫번째 캠핑장에 도착, 텐트를 지급받고 설치하는 법을 배운 뒤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텐트는 비교적 설치가 쉬웠고 규정상 두명이 하나씩 쓰게 되어있는데 커플로 온 사람들은 문제가 없지만 나처럼 혼자여행하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싫은 사람은 여유분이 있으면 혼자 써도 되지만 혼자 설치/해체하기엔 시간과 체력이 많이 들어 설치할 땐 도움을 요청해야 된다. 가이드인 조에 의하면 이 사파리 여행 선택하고 살 빠질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대부분 시간을 트럭에 앉아 보내는 데다 의외로 당번별 돌아가며 해 먹는 음식이 맛있다...! (납득) 그 와중에 텐트치는 일은 돈이 안드는 유일한 운동이었다. (그리고 곧 몸살이 남)

준비물로는 해드랜턴과 침낭이 필수였는데 캠핑 초보인 나에게 남자친구가 매트리스는 꼭 필요하다며 자충매트를 권했으나 확인결과 여행사에서 텐트와 함께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밖에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아침저녁이 춥고 비도 오락가락하는 등 변덕이 심하니 긴팔 레인재킷도 꼭 챙겨가시길... 또한 여자분들은 트럭바람에 머리카락으로 싸대기 맞다보면 머리가 몽땅 빠질것 같은 고통이 있으니 해어밴드나 모자 등을 챙겨가면 좋다. 고릴라 트래킹을 선택했다면 하이킹부츠와 장갑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어...는 옵션이지만 할 수 있으면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팀별로 일할 때 편하다. 가이드가 이런저런 역사와 배경을 설명해줄때 하나라도 더 얻어갈 수 있으니 잘하는 게 도움이 된다. 아참 그리고 여행자보험은 필수로 들어야한다. 케냐 입국시 황열병접종 확인서도 필요하니 미리미리 맞아두도록 한다.


캠핑장의 컨디션


이동 거리에 따라 매일 캠핑장이 바뀌기도 하지만(즉슨 매일 탠트를 펼치고 접어야 한다는 말씀)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2-3일씩 한곳에 머무르며 빨래도 하고 몸도 추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캠핑장에 따라 세팅이 가지각색인데 걱정과는 달리 캠핑장 뿐 아니라 도시마다 들렀던 쇼핑몰에 대부분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아닌곳도 있음... 오늘부터 ‘에코 프렌들리’는 문명의 적으로 규정한다) 휴지도 갖춰져 있는 곳이 많으며 샤워도 매일 가능하다. 단 매일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아침의 아프리카가 추웠기 때문에 여름에도 더운물 샤워하기 협회 정회원인 나는 무척 곤욕이었다. 그치만 몇몇 캠핑장은 놀랍게 아름다운 뷰를 가진 샤워장이나 아름다운 시설로 호텔로 버무려진 내 여행인생에 캠핑의 매력을 일깨워 주었다. 간혹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업그레이드 옵션이 가능한 곳도 있는데 인당 1박에 10-30불을 더 내면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개인실에 침대가 놓여있어 특히 아침일찍 짐을 꾸려 떠나야 하는 날이나 내게 상을 주고 싶은 날에는 종종 이용하곤 했다. (단, 호텔이 아니니 천장에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난다거나 밖에서 바분원숭이가 비명을 지르는 일이 있어도 민원접수는 안됨) 이제 겨우 2주 조금 넘었을 뿐인데 앞으로 또 어떤 캠프를 겪게될지 모옵시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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