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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e Apr 23. 2019

케냐

Masai Mara, Lake Naivasha & Nakuru

나이로비가 아프리카의 뉴욕이라면서요?

오랫동안 막연하게 꿈꿔왔던 아프리카여행이 실현될 수 있었던 건 절반은 충동이고 절반은 운이었다. 작년 6월즈음 업무와 회사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휴직하고 떠나버리자며 충동적으로 예약한 건데 휴직은 퇴사가 되었고 퇴사하면서 받은 약간의 보상금은 이 충동적인 여행 계획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나의 첫 아프리카 여행지로 케냐 나이로비를 정한 것은 예약한 오버랜드 투어의 시작지가 이곳이기도 하지만 나이로비가 아프리카의 뉴욕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아프리카의 뉴욕(?)은 각종 여행자로 가득한 뉴욕과는 다르게 외국인, 특히 동양인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거대한 쇼핑몰과 상점으로 가득하지도 않았으며(출국 시 인터넷 면세점에서 선크림 사는 걸 잊어버려서 내겐 절실했단 말이다!) 누가 봐도 외국인/관광객임에 틀림없는 이 Mzungu가 걸어다니기엔 절대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는 한국만큼 여름에 덥지도 겨울에 춥지도 않고 사계절 온화한 편이다. (명불허전 헬반도)

나이로비 도착한 바로 다음날 테러리스트의 호텔 공격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이 호텔은 내 호텔에서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덕분에 어딜 가든 경비가 삼엄했다.  

오버랜드 투어 일정 시작 이틀 전 도착해 시차적응도 하고 혼자 관광도 좀 할 생각이었는데 폭탄테러 이후 밀려드는 불안함에 개인일정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해서 호텔안에만 있었다. ㅠㅠ

Nairobi National Museum. 사파리 동물들을 마주치기 전 충분한 사전학습자료로 활용되었다. 





길거리 풍경, 슬레이트로 대충 만든 키오스크가 동아프리카 상점의 특징인데  Shoprite등 프렌차이즈 중심의 서남아프리카와 대조적이다. 
어딜 가나 외국인을 보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들(+Money를 외침 ㅠㅠ) 




Masai Mara

Soft landing을 위해 지낸 나이로비에서의 캠프를 떠나 야생으로 향하는 길에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마사이 마라 족의 온천마을 Maji Moto였다. 여행사에서도 이번에 파일럿으로 처음 시도하는 캠프였다. 아프리카에서 온천을 할줄 상상도 못했는데 올타쿠나 하고 손을 들어 다녀왔는데 예상과는 많이 달랐...고(상상속 온천:일본온천, 마지모토 온천: 겁나뜨거운 시냇물. 진심, 엉덩이가 익었다고요) 처음으로 마주친 '에코' 캠프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 다음부터 에코캠프라고 하면 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고 푸세식 화장실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샤워, 혹은 물을 받아 끼얹는 형태의 캠프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됨ㅎㅎ 이 곳 캠프는 온천으로부터 마사이들이 뜨거운 물을 이고지고 날라서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황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빴다는 것은 아님... 아프리카에서 내가 기대한 대로랄까.) 


마사이 복장을 한 주민들이 전통춤을 보여준 뒤 다함께 기차놀이같은 춤을 추는데 이 모든 게 왜이렇게 코스프레 같...
포토제닉한 넘버투와 족장님
뜻하지 않게 미망인이 되거나 한 여성들만 모여있는 마을, 닭을 기르거나 장신구를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이고 지고 끙끙...
밤에는 마사이 전통 방식으로 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마사이 노래도 듣고 얘기도 하면서 캠프파이어를 즐겼다.

캠핑이라면 캠프파이어! 밤늦도록 둘러앉아 마사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이 이곳에 상주하는 것은 아니고 인근 큰 마을에서 현대적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렇게 관광객이 올 때면 전통 방식으로 차려입고 손님을 맞는다고 들었다. 어쩐지 보자기에서 마데인 차이나 느낌이 나더라... -_- 이렇게라도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다음날 떠나는 길에 인근의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도 보고 같이 어울려 공도 차면서 놀았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마사이마라.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공유하고 있는 케냐에서 부르는 이름이 마사이마라이다. 마을에 도착하자 마사이 친구들이 반갑게 호갱 관광객들을 맞아주었다. 우기라 그런지 길이 진흙탕이어서 우리 트럭이 움직이지 못했는데 마을사람들이 달려와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각종 마사이 팔찌며 장신구를 들고와 호객행위를 하는데 이때 잔돈이 없어 큰 돈을 낼 경우 거스름돈은 물건으로 준다. 혹시나 사고 싶은 게 있다면 잔돈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경험에서 우러난 사골같은 이야기이다...

텐트를 치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곧장 오후 게임드라이브에 나섰다. 

우리 트럭은 너무 커서 동물을 가까이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4개의 조로 나누어 4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게임드라이브를 나가게 되는데 마사이들은 지리에도 훤할 뿐더러 서로 어디서 뭘 봤는지 공유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현지 운전자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코...코끼리!!
치타 오형제. 나름 유명한 듯 나중에 Planet earth 보는데 거기도 나오더라구
토피
사자도 그냥 커다란 고양이일 뿐

맨날 동물원에서 늘어져있거나 좁은 데서 스트레스 받는 동물들만 보다가 보호구역이라도 야생에서 어제 사냥한 버팔로를 촵촵 하고 있는 사자를 보니 기운이 넘쳐보인다. 사냥하다 다쳤는지 뒷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다른 형제들이 살아남게 도와줄거라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버팔로는 너무 많아...


다음날 아침 이른 게임 드라이브. 

기온이 서늘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다. 특히 초식동물들이 많이 보였는데 안타깝게 마이그레이션은 보지 못했다. 



Lake Naivasha & Nakuru Natioanl Park

사실 오기 전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곳인데 물가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과 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동아프리카에서 코뿔소들을 보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하는 장소이다. 


캠프를 돌아다니며 인간 식량을 훔쳐먹는 도둑 원숭이, 우리 트럭을 침략해 바나나를 훔쳐 달아났다.
귀여워 보이지만 무지 흉폭하고 위험한 하마들
Baboon Cliff view Point


Lake Nakuru National park. 코뿔소를 볼 수 있다.
White rhinos family. 엄청 가까워! 

사실 white rhinos와 black rhinos는 색상 차이라기보다 섭생의 차이라고 하는데 몸의 크기도 다르고 (흰코뿔소가 더 큼) 생활 방식도 완전 다르다(검은 코뿔소는 혼자 다님). 둘다 밀렵때문에 심각한 멸종위기라고 하는데 대체 누가 왜 코뿔소 뿔을 잘라다 쓰느냔 말이다. 고작 당구공 만든다고 코끼리 상아를 베어가질 않나...


이렇게 케냐에서 이틀간의 적응과 일주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다음 나라인 우간다로 떠난다. 

마지막으로 묵은 캠프의 바가 엄청 특이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 맥주를 한잔밖에 못마셔서 너무 아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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