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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AI, 그리고 휴먼(그런데 두려움에 빠진)

by Jeanne

오늘은 하루종일 머릿속에 따라다닌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Config2025 둘째날 피그마 키노트는 영감을 주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들었는데 의외로 감동해버린 순간들이 많았다. 항상 손의 움직임에 의지해 온 마우스라는 아무도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오래된 레거시에 의문을 제시하고 마우스 패드를 통해 혁신하면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디자인으로 진화시킨 Augmrntal의 케이스, 중국계 이민 2세대로서 Staple 이라는 스트리트 브랜드를 시작해 모두가 무시하는 서브컬처의 아이콘이 된 Jeff Staple이 지금 당신이 하는 디자인이 언제든 사라질 디자인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 누구보다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는 패션계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창의적이고 재치있는 업사이클 디자이너로 이제는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Nicole McLaughlin(언니 저도 19년부터 인스타 팔로잉하고 있었어요!)의 메시지 모두 그랬다.


하지만 가장 여운이 남았던 스피치는 스스로를 Robot whispherer로 부르는 Dr. Madeline Gannon의 케이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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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든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로봇과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실제로 Figma 행사장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보드를 들고 다니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리서치나 아이데이션을 할 때 심리적, 물리적 편안함때문에 ChatGPT를 엔트리 레벨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것보다 선호하게 되기도 했고 MCP 등 각종 AI관련 제품을 써보면서 이제 Entry 레벨의 디자이너 혹은 프론트 엔지니어 직업은 없어지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처럼 AI나 로봇은 쓸데없는 감정노동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잠도 안자고 잘 아프지도 않으니 24시간 부려먹을 수(?) 있으며 (유지보수 비용은 잠시 잊어보기로 한다) 생산성,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인간보다 나은 점이 많으니 대체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전 디자인이나 코딩의 패턴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작업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필요하고, 인풋을 넣지 않으면 자가복제에서 한발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인간은 필요하고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는 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로봇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에서 '어떻게 느낄 것인가' 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pareidolia -대학 때 일상 사물들에서 인간의 얼굴 표정처럼 보이는 순간들을 찾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녀는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로봇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노동에 갇혀있던 로봇을 구조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런 의견은 나의 관점을 완전히 제로그라운드에서 다시 시작해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적대적인 관계였을 것이다. 먹고 먹히는 선사시대에는 사냥의 대상이 되거나 사냥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동물을 이용하게 된다. 농경시대에는 가축을 동력으로 농사를 짓고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고 키워서 잡아먹기도 하고 그 키우는 동물들을 돌보는 데도 사용하였다. 지금도 비슷한 역할은 전부 없어지지 않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반려가 되어 감정을 나누는 가족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게 로봇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실제로 독거노인들에게 로봇이 펫이나 손주의 역할을 하게 된 사례들도 있다. 공장라인의 생산로봇이나 아이로보나 본질은 그저 커다란 고철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면서 꼭 한가지 체험해보려고 했던 것은 WAYMO 이다. 운전 포비아로서 자율주행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으로써 미래를 체험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본 웨이모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적대감이었다. 우회전 하려는 순간에 보행자 신호에 걸려 대기하고 있던 웨이모에게 엄청나게 클락션을 울려댔다. 건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인데 사람이었다면 '융통성'을 발휘해 그냥 건너갔겠지만 이 로봇택시는 배운대로 멈춰서 신호를 지켰다. 군중들이 웨이모를 공격했다는 기사에서 이 차가운 고철덩어리 로봇에 대한 사람들에 적대심에서 나는 동정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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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602.JPG?type=w1 특정한 패턴으로 두 칸씩 움직이면 같은 곳을 두번 밟지 않아도 모든 칸을 돌 수 있다는 게임

이 세션을 끝내고나서 가구를 만드는 것이 취미인 나는 Eames Institute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물론 그들의 의자때문에 가게 된 거지만(딴 얘기지만 이곳 예약 방문 강추한다) 임스 부부가 컴퓨터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IBM에서 개발한 컴퓨터(라고 쓰지만 그냥 계산기였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witchcraft 라면서 두려워하고 혐오했었고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임스 부부에게 전시회를 의뢰하여 개최된 적이 있기도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LA에 있는 Eames gallery는 잘 알지만 그들의 가장 어린 손녀가 큐레이션하고 개인적인 스토리까지 곁들여 설명해주는 Eames institute의 존재는 잘 모르는데 이곳을 내게 추천해 준 녀석이 ChatGPT이다.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고자 전시회를 기획했던 디자이너의 공간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AI가 알려준 것이 오늘 하루, 기술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어찌보면 마무리하는 완벽한 스토리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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