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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Oct 04. 2023

‘Mother-Blame’(엄마 탓)

'모성애''양육'이 여성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사회와 문화 속에서는, '엄마’로서 '얼마나 자녀와 관련한 의무를 잘 해내느냐'에 따라 여성으로서의 가치가 결정된다. 따라서, 기혼이고 자녀가 있는 여성은 자녀 양육 방식이나 자녀 교육 지원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엄마가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아무리 자율적이고, 심지어 교육 전문가라고 해도,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가능한 질문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이를 이렇게 방치하느냐?’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아이가 학교생활을 더 잘하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엄마가 좀 더 신경 쓰면 학교생활을 더 잘할 수 있는 아이를 왜 엄마가 ‘더’ 신경 쓰지 않느냐?’ 또는 정반대로, ‘엄마의 욕심 때문에 애들을 너무 심하게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 ‘그렇게 엄마 생각대로 기계처럼 공부만 시키면, 아이의 인성에 문제가 된다.’ ‘그쯤 하면 잘하지 않느냐, 이젠 조금 천천히 시켜라.’, ‘저러다 친구 없어진다, 사회성 없는 애는 엄마 때문이다, 친구랑, 놀게 해라’라는 가지가지의 ‘이유 없는’ 책망을 듣기 십상이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들에게서 ‘애들은 어쩌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느냐?’, ‘집에서 공부하는 애들 저녁은 어떻게 하느냐?’, ‘애들 크는 것 금방인데 나중에 후회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느냐?’식의 너무나도 개인적인 질문들까지 쏟아진다. 반대의 전업주부들의 경우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것은, ‘엄마가 일도 안 하는데, 애가 왜 이렇게 관리가 안되느냐?’, ‘집에서 아이만 돌보고 있는데 얘를 왜 이렇게 방치시키느냐?’, ‘애가 학교 성적이 이렇게 엉망인데 왜 가만있느냐?’라는 질문들이다. 한국 엄마들은 집 밖에서 일을 하는 ‘워킹맘’이든, 주부가 직업인 ‘전업주부’이든, 엄마로서의 죄책감에 대해 ‘취약’하다. 그중에서도 학령기 자녀의 성적은 가장 노골적으로 한국 엄마들을 자극하기 쉽다. 이렇듯 육아와 교육에 관한 모든 질문들은 특히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마더링’mothering’은 엄마가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가족 중 누구도 나누기 어려운 엄마가 겪는 진정한 고뇌의 주요 원인이다.






자녀의 대학입시를 향한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교성적은 '전업주부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표지가 된 지 오래다. 특별히, 중산층의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투자된 이후라면, 그 교육투자와 관련한 결과에 대한 둘러싼 주변의 기대는 상응하게 크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사교육을 원하는 만큼 이용하더라도, 또는 학군지의 교육 인프라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더라도, 기대만큼 잘할 수 있는 자녀와 엄마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때로는 엄마가 자녀의 성적향상을 위해 특별한 관여와 노력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그리고 누구도 부러워할 만큼의 유복한 가족 환경과 양육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녀의 결과적 학업성과를 보장할 수는 없다. 열심히 노력한 엄마일수록 오히려 자녀와 갈등하는 경우가 더 빈도수가 높다. 특히 십 대 자녀들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만났을 때 엄마가 느끼는 것은 무능력과 좌절감뿐일 수도 있다.






사실, 엄마들은 자녀들의 교육에서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녀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엄마의 내면의 딜레마를 정확하게 공략하는 교육시장은 부모의 바람을 정확히 상품화해 제시한다. 스스로가 할 수 없는 mothering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엄마들은 이 상품화된 교육을 통해, 성공한 '선배 엄마들'이 제시한 사례를 구현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특별히, ‘전업 주부’로서 자녀의 교육과 관련해 가족의 기대치에 부응하려 더욱 사교육에 메일 수 있다. 사실, 아무리 엄마가 노력해도, 자녀교육은 엄마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인 자녀가 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한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둘러싼 매사에 말썽이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애쓰는 엄마라고 하더라도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도 다반사다. 어쩌면 그래서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부분의 엄마가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여기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다시 ‘사교육’에 귀의(歸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

                                             (대문사진: Unsplash의 Anne Nygå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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