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말에 요즘은 친구들끼리 서로 바꿔서 친구의 MBTI를 검사해 준단다. 즉 내가 보는 나의 MBTI가 아니라, 친구가 보는 나의 MBTI이다. (요즘은 인터넷만 켜면 누구나 쉽게 무료검사를 할 수 있다) 친구가 보는 대로 나를 평가해 보는 MBTI는 본인이 할 때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얘기를 하는 딸에게 ‘엄마 것도 그럼 네가 한번 해줘 봐’ 라며 시작된 것이 온 가족의 MBTI검사로 이어지며 한참을 재미있었다. 가족은 좀 더 깊은 모습을 알고 있어서인가? 약간의 %는 다르게 나왔지만, 모두 스스로가 할 때와 동일한 유형이 나왔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MBTI로 성격과 성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성격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적 도구 중 하나로, 개인의 선호하는 행동 방식과 태도를 기반으로 16가지 성격 유형을 분류한다. 심리학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MBTI는 개인의 성격 특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직업 선택, 대인 관계, 교육 및 커리어 개발에도 활용되기도 한다. 네 가지 이분법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하여 각각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16가지 성격 유형을 생성한다.
E (Extraversion) vs. I (Introversion)의 요소는 어떻게 에너지를 얻고 방향을 설정하느냐? 를 나타낸다. Extraversion (E)의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 환경에서 에너지를 얻고 사물들과 상호 작용을 즐기는 반면, Introversion (I)의 내향적인 사람은 내부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선호한다.
S (Sensing) vs. N (Intuition)의 요소는 정보 수집과 인식의 방식을 나타낸다. Sensing (S)의 감각적인 사람들은 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보에 의존하며 세부사항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반면, Intuition (N)은 직관적인 사람들로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정보에 관심을 두며 전체 그림을 그려본다고 한다.
T (Thinking) vs. F (Feeling)가 나타내는 요소는 결정과 판단의 방식을 나타낸다. Thinking (T) 유형의 사고적인 사람들은 주로 논리와 분석을 사용하여 결정을 내린다. 반면, Feeling (F) 유형의 감정적인 사람들은 주로 감정과 가치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린다.
J (Judging) vs. P (Perceiving)가 표현하는 요소는 생활의 조직 및 계획에 대한 접근 방식을 나타낸다. Judging (J)는 의미가 나타내 듯, 판단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구조와 계획을 선호하며 일정을 준수하고 조직적으로 일한다. 반면에, Perceiving (P)의 인식적인 사람들은 융통성 있고 적응성이 높으며 생활을 더 유연하게 처리한다고 한다.
내가 검사할 때의 나는 INFJ이다. 눈에 띄게 확연한 차이로 나는 INJ의 유형에서는 80%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성향이었다. 반면, 49%의 T와 51%의 F로 이 두 성향에서 비율이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았었다. 그래서인가? 우리 아들과 딸은 “엄마는 F가 아니라 “T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는 딸이 검사해 보는 나의 MBTI의 결과가 흥미롭게 기다려졌다. 결과는 내가 보는 나의 MBTI에서의 49%의 T와 51%의 F로 이 두 성향에서 비율보다 더 차이 나게, 나는 40%의 T와 60%의 F로 더 차이 나는(?) F성향으로 결과가 나왔다. 내가 해본 검사에서보다, 딸아이가 검사해 본 나의 검사에서 F성향이 더 많게 나온 것이었다. 웃긴 건, 본인이 검사한 결과에서도 내가 F가 더 높았음에도 딸은 ‘이거 아니야. 엄마는 T야’라고 우긴다. 딸아이는 마치 ‘엄마의 T성향’을 증명하려는 듯이 더 객관적(?)이려고 노력했던 엄마의 MBTI검사 결과에서 조차 드러난 엄마의 ‘F’ 성향을 왜 극구(?) 부인하며 엄마는 “엄마는 “T야!!!”를 외쳤을까? 아마도 자신에게 보이는 나의 ‘단호함’과 ‘엄격함’에 대한 ‘서운함’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본인이 엄마에게서 받고 싶었던 위로와 공감의 정도에 엄마가 한참은 못 미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내딸은 ‘엄마 의사소통하자’ 라거나, ‘엄마, 뒹굴뒹굴하자’(이건 그냥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쉬고 싶거나, 공부를 하기 싫거나, 힘들거나, 등등 아이는 이런 것들이 스스로를 ‘릭렉스’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간혹, 내가 일정에 밀리거나, 다른 집안일에 바쁠 때 등, 딸의 요구에 즉각 반응을 못할 때가 더 많다. 엄마의 차가운 뒷모습에 여지없이 서운해하는 딸아이에게 어떨 때는 아주 쌀쌀하기까지 하다. 어느 때에는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따끈한 단호함’(?)도 있지만, 어느 때의 ‘엄격함’은 딸이 엄마에게 ‘말댓구’도 못할 정도의 날카로운 경우도 너무 많다. 나도 ‘현실엄마’인 것이 여실히 보이는 구석이 사실 너무나 많다.
자녀의 MBTI를 엄마의 마더링에서 활용하기까지 하는 이유는 결국 어떻게든 관계를 잘해보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이다. (발 빠른 사교육업체는 이러한 검사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컨설팅을 상품화한 경우도 보았다) 그것이 어떠한 목적과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만큼 이 시대의 엄마들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그것도 학습을 연계한 마더링에서 ‘진퇴양난’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그런 아이대로, 공부를 안 하는 아이는 또 안 하는 대로, 모두가 힘들다. 엄마만 힘든 게 아니라, 아이도 (심지어는 엄마도 모르는 상태로) 병들어가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앞장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극단적인 경우까지 아니더라도 너무 많은 가정의 (어쩌면 대부분인 듯하다) 엄마와 아이들은 “공부, 입시, 성적”이라는 프레임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변한다. 이제까지 보던 엄마의 F성향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엄마 또한 자녀와의 ‘관계성’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진다. 엄마의 학업적 ‘푸시’가 잘 먹혀서 순종하던 아이들도 1차 폭풍인 중2 학교시험에서 시작해서,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때에 그 절정을 이룬다. ‘사춘기 때문이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그 시작점이 일치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중, 고등학생들이 해야 하는 ‘성적’을 위한 공부는 특별한 창의력이나 인지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많은 양의 암기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많은 양의 문제집 풀이. 그리고 반복, 실수 안 하기 위한 꼼꼼함. 그리고 바뀌는 경향을 잘 파악한 자료. 이런 것들 위에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운” 이런 모든 요소가 자녀의 대학 입시를 좌우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소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잘 완수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공부하는 학생의 ‘맨탈’이다. 결국 이성적 활동으로 보이는 ‘공부, 학습’이, 가장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감정’을 연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공부를 아무리 잘하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잘하는 과목에서 실수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시험장에서 시험지가 하얗게 보이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았다며 우는 아이도 있고, 잘 읽히던 ‘영어’와 ‘국어’ 지문이 안 읽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모의고사 수학에서 1등급을 받았던 우리 아들도 이보다 훨씬 수월한 학교 내신에서 남들이 다 맞추는 개념문제에서 틀리고 오기도 했다. 수학문제에서 주어지는 ‘조건’을 왜 그런지 시험 볼 때 못 봤다는 말도 안 되는 경우는 너무 많다. 시험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실수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원인 일거다. 그래서 마더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는 가정에서의 "Emotional capital (감정 자본)"의 사용을 통한 ‘감정적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수록 더 필요하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