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그 종류에 관계없이 고귀하다"라는 말은 일의 가치와 존엄성이 직업 자체의 성격이나 유형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전달한다. 대신, 육체노동이든 지적 노동이든, 숙련이든 비숙련이든 모든 형태의 노동이 사회에 기여하며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고도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직업이 사회의 원활한 기능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모든 작업의 고귀함을 인정하면 개인은 분야에 관계없이 자신의 기술과 장인정신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군가는 “헬조선”이라고 말을 하는 이 나라에 살면서 “일할 기회”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늘 기쁘게(?)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도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있는 사람은 계속 바쁘고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왜일까? 물론, 그들은 더 많은 기회에 대해 준비했었을 수도 있고, 매사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직업인들이 남들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서 의미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일에 종사하고 있지도 않은 것이 현실인 듯 보인다. 대단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기업인들이야 물론 일반의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위축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모두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면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리라. 소위, 남들이 하는 일을 우습게 여기며 생각하는 이들도 별반 다름없는 직업에서 별반 다름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직업이다. (사실, 교육분야의 대부분의 일도 교육서비스”아니던가?). 그것이 무엇이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는 여전히 물질로부터의 혜택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 "그렇게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까닭이 뭡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냥 쿨하게 "그냥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라는 말로부터,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떳떳하게 마주 보고 싶어요”.라는 반응까지 그 표현은 다양하겠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치열하게 살려고 하고 있다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평생 자신이 하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출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이를 양육하고 돌보는 일이어도 아주 자주 내면의 한계를 느끼는 걸 보면, 사랑과 열정, 자부심만으로 우리의 일상을 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질적으로 일(노동)을 가벼이 생각할 수 없다. 기업에 소속되어서 그로 인한 생산적 가치로 가족뿐만 아니라 (광의적인 의미까지 확장한다면 사회까지의) 공동체가 누리는 행복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면 거기에 종사하는 이들은 세상에 귀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노동(일)을 통해 어떠한 방식이든, 삶과 분리할 수 없는 물질세계에 깊이 개입해 이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일(노동, 직업)과 관련된 스스로의 정의를 하는 것은 그래서 마땅하다. 물론, 모든 직업에는 본질적인 존엄성이 있지만 모든 작업장과 조건이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를 위한 공정한 임금, 안전한 근무 조건,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사회는 일의 존엄성이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진리이지만,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한다)
어떤 일이든 존엄성을 갖는다. 창조주의 형상을 반영하고 있는 우리 인간이 손으로 하는 일이든, 머리로 하는 일이든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존엄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미루어볼 때, 노동이 삶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확장된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우리는 엄마의 직업을 ‘전업주부’라고 부른다. 주부를 ‘직업’으로 한다는 표현이지만, 누구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고부가가치’ 노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정에서 빨래를 하는 노동일지라도 물질계를 보살피고 가꾸는 가치 있는 일이다. 인간에게는 정신적인 평안과 신체적인 안녕을 모두 아우르는 안락에 대한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다. 가정에서 가족에게 힘을 주는 음식, 집 밖에서 느꼈던 혼동을 막아 주는 지붕 같은 안온함, 뜨거운 태양처럼 치열한 경쟁의 열기를 가려 주는 그늘 같은 일상의 소소한 대화. 이 모든 것들을 제공하는 것이 엄마의 ‘일’이다. 그렇게 엄마들은 자족과 세상의 다음세대를 준비해서 세상을 개척하는 중요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 이 원리를 제대로 정의하고 나면,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확신과 만족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