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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May 14. 2020

세 아이와 네 멋대로 해라

# 우리 동네 동물들

  까치

  한 달 전 첫째가 다친 아기까치를 데리고 왔다. 보금자리를 만들고 약도 발라주고 물과 함께 우리집 도마뱀 먹이를 빌려 밀웜도 주었다.  그 즈음엔 까치가 매일 아침 우리집 마당에 놀러 왔다가 가곤 했다.

  마침 학교 과제가 '자연을 지키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거라  까치 사진을 올렸는데, 다른 친구가 올린 사진에도 아기까치를 돌보는 사진이 있었다.  ...분교 어린이한테 아기 까치 한마리 정도 데리고 있기란 별 일도 아닌 건가...


  안타깝게도 다음 날 아기까치는 죽었다. 생각보다 많이 다쳤나 보다. 잘 돌보다  보내 주겠다는 순진한 생각은 하루만에 끝이 났다. 첫째와 동네 아이들은 우리집 뒷마당에 무덤을 만들어주고 비석을 세웠다. 절도 두 번 했다는데, 내가 두 번 반 하는 거라고 알려 주었다. 이로써 우리집 뒷마당엔 이사 오고 얼마 되지 않아 고양이에게 희생된 앵무새 한 쌍과 아기까치까지 세 마리의 새 무덤이 있다.


  흑염소

   우리 집 마당 왼쪽은 울타리가 있고 그 뒤로 농장이 있다. 농장에서 흑염소를 풀어 키우는데 가끔 녀석들이 우리 집 울타리까지 오곤 한다.  


   언제고 아이들과 TV에서 알카파를 보다가 둘째가 내게 말을 했다. "엄마, 나는 알파카 실제로 보았어."  "그걸 어디서 봤어?" "우리집 옆에 농장에서. 거기 알파카가 살아."  "그게 알파카야?" "어. 오빠가 알려줬어."


    둘째를 속인 첫째는 대화를 들으며 낄낄대고 있었다. 나는 아쉽지만 그건 알파카가 아니라 흑염소라고 알려 주었다.

 

  고양이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은 동네 안에서 비교적 안락하게 사는 편이다. 저희끼리 치열한데 함부로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살도 많이 쪄서 토실토실하다. 동네 아이들이 고양이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그 중에 '보스'는 덩치도 크고 털도 많다. 녀석이 우리 집에 와서 마당을 어지럽히고 똥을 싸고 가서 아이들은 보스를 보면 장난감 총을 들고 돌진한다.

  둘째가 말했다. "엄마, 동네에 사는 어른이 보스가 못된 짓을 해서 착해지라고 꼬리를 자르고 놔줬는데, 더 나빠졌어."


  나는 잘은 모르지만 중성화수술을 하고 놔주었나 혼자 생각했다. 둘째는 고양이의 꼬리 끝을 자르면 착해진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반면에 '흥국이'는 고양이 사이에서도 소외되었는지 마른 편이다. 흥국이는 아이들이 먹을 걸 갖다 나르며 좋아하는 길고양이다. 요새는 막내도 내게 빵조각 따위를 달라며 손을 내민다. 막내는 조금 컸다고 누나 따라다니기 바쁘다.


 뱀

  나도 운전을 하다가 뱀을 보고 멈칫한 적이 있지만, 첫째는 동네 친구와 산 근처에 갔다가 뱀을 잡아 왔다. 보지는 못했고 조그만 실뱀이라고 했다. 첫째와 동네 친구가 뱀을 보고  통에 어떻게 넣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말했단다. 이거 가져갈 거냐? 아이들이 네, 라고 대답하자, 아저씨가 손으로 뱀을 잡더니 바로 통에 쑤셔 넣었다고 한다.

  이 동네 클...

 

  그 뱀이 동네에 와서 도망을 갔다는데, 나는 보지 못했지만 둘째는 보았다며 한동안 밖에 나가질 못했다. 뱀이 무사히 탈출해서 산쪽으로 잘 갔기를 바란다.


 그 밖에 고라니는

  산에서 보았다. 겨울에는 먹이를 찾아 동네까지 내려올 때도 있다.

 또 개

  요새 마당에 똥을 싸놓고 가지 않는다. 봄이 되기 전에는 이틀 걸러 똥을 치웠다.


   참새와 박새를 닮은 이름 모를 새들, 저 멀리 하늘엔 두루미.  첫째 따라 가 보았던 두루미 서식지는 뭔가 웅덩이는 웅덩이인데 웅덩이 아닌 듯한 웅덩이와 갈대는 갈대인데 갈대 아닌 듯한  풀때기가  너저분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첫째는 저기서 제 두루미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았다며 흥분을 했다.

 

   내일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잘 살고 있는 도마뱀네 집을 청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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