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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Mar 31. 2023

응답과 기쁨

나도 불완전하고 너도 불완전하다

1.

나도 불완전하고 너도 불완전하다.

그래서 인간,

이라는 건데 이 당연한 말을 이해하는 데 오래도 걸렸다.


그러니까 이 말을 긍정하는 데까지.

불완전한 인간을 긍정하는 데까지.

인간이 불완전해서 이 지구가 얼마나 신이 나는지.

그걸 아는 데까지.


2.

잠깐 챗바퀴 좀 돌고 시작하자.


3.

 밖에서는 활발하던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이유를

 그녀는 모른다. 말이 없으니 친구도 없었다. 미술시간만을 기다리며 유치원을

 다니던 아이에게 어떤 아이 둘이 다가 와 놀자라고 했다. 아이는 기뻤다.

 제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고 놀자고 한 아이들이. 그 둘 중 하나가 말했다.

 자, 너는 나를 잡고  나는 쟤를 잡고 쟤는  잡는 거야. 시작.

 그 때부터 시작된다. 끝도 없는 돌고 돌기가.

 아이는 돌면서 생각했다.

 아, 재미 없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노는 건데. 돌자...열심히 돌자...

 누구 하나 잡힐 법도 한데 참 오래 돌았다. 그랬던 것 같다.

 그 뒤로 그녀의 기억 속에 유치원 아이들과 논 기억은 없다.


 집 근처엔 온갖 무기를 들고 전쟁이다,를 외치던 전쟁광 사내아이도 있고

 날 잡으면 팬티를 보여줄게 같은 말이 오가는 성적 유희도 있고

 놀다보면 심지어 밤도 오고

 그러면 더 흥분되는 놀이들이  즐비한데

 챗바퀴라니.

 자고로 놀이라 함은

 국기게양대 정도는 끝까지 올라가줘야 하는 그런 거 아닌가.

 돈의 개념도 잘 모르면서 설날 받은 용돈으로 구멍가게 과자를 잔뜩 사서

 박스 위에 차려 놓고 장사를 하는 정도는 되어야지.

 천원 짜리는 오백 원에, 오백 원짜리는 백 원에 팔면서

 장사가 잘 돼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런 짜릿함 정도는 돼야.

 

  그녀는 중얼거렸다.

  챗바퀴 돌기는 재미가 없지. 그래, 나는 즐거움을 잃었어. 왜냐하면 지금도 나는 챗바퀴를 살고 있거든.

  그녀가 만든 루틴이 그녀가 되었으므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살았던 거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인데...

  

  정말?

  아니.

  그녀가 묻고 아이가 답했다.

  내 안에 말괄량이 삐삐는 사라졌지만 나는 내가 낳은 아이들에게서 삐삐를 보지. 디오니소스이자 조르바이자 삐삐인 아이들을.

  그런데 걔들도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면 꿀 먹은 벙어리 비스무리하게 돼.

  네 아이들이 맞구나.

  사랑스럽지.

  

  4.

  그 차이.

  말괄량이여도 사랑스럽고 말괄량이가 아니어도 사랑스럽다.

  아이는 왜 커가면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이가 생각한 건 고작,

  말괄량이여도 사랑스럽지 않고 말괄량이가 아니어도 사랑스럽지 않다, 같은 말.

  말괄량이는 드세고 되먹지 못하고 성당 보좌 신부님에게, 주임 신부님이 우리 아빠라면 어떨 것 같아요? 따위 말이나 하고

  분위기와 상대의 기분을 읽지 못하고 웃어제끼다가 말괄량이가 아닌 뒤에는 뭔가 굉장한 우울에 봉착하고...

  

  아이가 조금만 덜 상처받고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했다면  아이의 모험은 계속됐을까.

  챗바퀴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그만두었을까. 재미는 없지만 별 다른 상처도 없는 그 곳에서 과감하게 나왔을까.

  그녀가 조금만 더 아이를 일찍 만났더라면. 아이에게 말해주었더라면.

  이런 모습도 괜찮고 저런 모습도 괜찮아. 아이야, 그러니 개의치 말고 모험하렴.


  나도 불완전하고 너도 불완전하니

  불완전한 우리가 함께 잘 지내보자고, 말했더라면.


5.

  늦었어?

  아니.

  그녀가 묻고 아이가 답했다.

  그녀는 아이를 보며 웃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 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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