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설명회 출장이 있던 날. 몇일 전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출장길에 나선다. 한여름. 무더운날 청주로 내려가는 길 도로위 점점 올라가고 있는 온도가 느껴지며, 덩달아 에어컨의 바람세기도 올라간다. 주민들을 만나 사업을 설명하고, 그들의 궁금증을 듣고 대답해준다. 결국 그분들이 살고 있는 땅에서 이루어질 공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도움과 의견이 필요하다. 종종 들려오는 무리인 이야기는 어쩔수 없다고 에둘러 말할 수 밖에 없다. 주민설명회를 할때면 어려운 점은 우리는 설계를 위탁받아 행하는 사람들인데, 공사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인 것으로 오해하시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들을 요구하실때가 있다.
오전 설명회를 마치고, 오후 설명회 장소로 이동. 이번엔 세종시 부강면이다. 지난번 맛있지만 가성비는 좋다고 할 수 없었던 '짜글이'를 먹었던 그 동네. 주민설명회는 대부분 행정복지센터와 같은 관공서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나름 번화한 곳으로 이동한다. 오늘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지난번 방문때 휴무일이라 가지 못했던 식당을 가기로 한다.
부강면의 한쪽에 위치한 식당이다. 지난번 현장 조사때는 마침 휴무일이라 건너편 식당에서 추어탕을 먹었는데, 오늘은 성공했다. 부강옥은 순대국밥 전문점으로 나름 동네 맛집으로 보인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간 시간이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식간이었음에도, 내부는 반이상 자리가 차 있었고, 그 마저도 곧 동나, 대기 손님들이 있을 정도.
메뉴는 단촐하다. 순대국, 아이와 동반한 가족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돈가스, 그리고 순대와 수육 정도였다. 식사메뉴로만 본다면 거의 단일 메뉴. 자고로 단일메뉴 식당은 맛집이라고 했는데, 내심 기대가 된다.
우리는 순대국과 수제순대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곧이어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수제 순대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후기를 짧게 남겨보자면 부드럽고 고소한 순대였다. 이렇게 부드러운 순대가 있었나 싶을 정도. 살짝 탱글하지만 순대피 안에 들어있는 속은 아주 부드러웠다.
순대 국밥의 경우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각종 머리고기와 내장, 순대가 들어있다. 순대는 수제순대와 마찬가지로 아주 부드러웠으며, 머리고기 및 내장은 넉넉하게 들어있어서 순대의 부드러운 식감을 보완하는 쫄깃한 식감을 선사했다. 종종 국밥에서 느껴지는 돼지 누린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구수한 육수가 아주 일품.
왜 사람들이 몰리는지 알수 있는 맛이었다. 역시. 단일메뉴 식당은 맛집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