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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브르박 Sep 27. 2023

어른과 성인

어느새 어른인가 성인인가

꼬꼬마 시절 얼른 나이를 먹고 싶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유년기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이를 먹고 싶은 이유는 별거 없는데, 아마 꼬꼬마 시절에는 하지 말라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화나 영화도 아무거나 볼 수 없고, 놀때도 죄다 "안돼!!"라고 하는 것들 뿐이다. 그 시절 아무대서나 담배를 피우고(그땐 그랬다),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하는 어른들을 보며, 나도 나이를 먹으면 하지말라고 하는 수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주변 친구나 지인에게  물어보면 반대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오히려 제약이 많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결국 어른은 니이를 먹은 지금을 부담스러워 한다.


꼬꼬마 시절의 난 어른을 동경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나이든 성인을 동경했던 것일까

어느새 어른들을 동경하던 아이는 어느새 나이를 먹고, 마흔에 이르렀다. 이제 나를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의 나는 어른과 성인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어른이 되기 보다는 성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른. 성인과 어른은 다른것일까? 예전 30대 초반 회사 직원들과 술을 마시며 어른과 성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과연 성인이 된다는 것과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을까?'라는 것이 주제였다.  왜 그런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같이 일하던 윗사람들에 대한 불만 끝에 나왔던게 아닌가 싶다. 그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은 것은 나보다 두살 많았던 동료의 이야기다. 


"성인은 나이만 먹으면 될 수 있지만, 어른은 자기가 싸지른 똥에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어른과 성인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만 19세가 되면 성인으로 규정한다. 간단히 말해서 합법적으로 미성년자에서 벗어나는 나이가 만 19세다. 즉 길에서 술먹고 담배피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터치하지 않는 나이다.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친구들과 처음으로 술집에 찾아가서 술을 주문하고 마셔봤다. 소주와의 첫 만남은 그리 나이스하지 않았다. 이 쓴걸 왜 좋다구 마시나 싶었으니까.


하지만 성인이 된다고 반드시 어른이 된다고 볼 수있을까? 내 20대를 되돌아 보면, 그 시기를 어른의 시기라고 보기에는 아무리 곱게 포장해 줘도 아닌 것 같다. 철딱서니 없기로는 20살 초반이나 고등학생떄나 개찐도찐이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내 몸은 삭아가고 있지만 마음은 학창시절의 그것과 같다.


앞서 직장동료가 이야기했던 이야기가 어디서 본 것일지 모르겠지만,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자신의 행동과 그로 파생된 결과를 스스로 수습할 수 있어야 어른이라는 의미다. 아이들은 사고를 치면 눈물을 흘리며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가서 해결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어른은 사고가 되었던 일이 되었던 본인이 벌린 판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자기가 친 사고를 들고와서 해결해달라고 하는 직장 동료를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 같다.


아무튼 어른이 되면 자기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마흔 즈음은 그 책임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직장에서 집에서 그리고 개인적인 자아 성취에서. 그래서인지 현대 사회에서 40대의 시기를 '중년의 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요구 되는 책임으로 인하여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도 돌아보면. 회사에서 프로젝트의 진행과 성과에 대한 압박이. 집에서는 아이의 교육이나 내집마련 등.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잘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마흔이 되도록 무언가 제대로 해 놓은것이 없는 것 같은 밀려오는 자괴감. 이번 생은 망한것 같은 느낌이 물 밀듯이 밀려 들어온다. 


망한 느낌만 들어오면 좋은데, 주변 사람들은 내게 그 어깨에 짐을 던져 주는 말만 더해 준다. '그 프로젝트 문제없이 잘되가?', "나 이번에 상무로 승진했어(난 차장인데..)', '이번에 큰 평수로 집 샀어' 등등 그 상황이, 말들이 모두 더 잘해야 된다라는 책임이 되어 내 어깨위에 얹혀지는 느낌이다. 


학창 시절 사회에 나와서 써먹을 데라고는 하나도 없던 각종 교과서 수업만 주구장창 하다가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었는데, 사회는 나보고 성인이 되었으니 어른도 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는동안 아무도 내게 어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느새 되어버린 중년

어덯게든 그 책임과 마주해야 한다.  힘내자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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