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이란?
토목시설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우리의 하루를 되돌아보면 대부분이 토목시설물과 관련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수도,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도로나 인도,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며 사용하는 하수도, 다이어트 하려고 땀내기 위해 달리고 있는 공원, 바람을 쐬며 치킨과 맥주를 먹기 위해 찾는 한강의 고수부지 등 주변을 둘러보면 토목시설이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사실상 현대 사회에서 토목시설물이 없다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 중에서 내가 종사하고 있는 하천 설계 분야는 하천의 세 가지 기능인 이수, 치수, 환경 대하여 계획 및 설계를 수행하는 분야이다. 하천의 세 가지 기능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흔히 하천이라고 하면 강, 개천 등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하천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럼 '하천'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식백과에 따르면 ‘물이 흐르기 위한 하도와 물의 흐름을 합쳐져 하천’이라고 한다고 적혀있다. 국가에서는 하천을 관리하기 위하여 하천법을 제정해 놓았다. 그렇다면 하천에 대한 법률을 정리한 법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은 ‘지표에 내린 강우 등이 모여서 흐르는 물길’을 의미한다. 지식백과나 하천법이나 비슷한 의미이다.
결국, 하천은 유역면적에 내린 강우가 모여 하구라는 지점을 향해 흐르는 물길이다. 규모가 있는 하천들은 1년 중 대부분 흐르는 유량이 있기 때문에 하천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소하천과 같은 작은 하천의 경우 갈수기에는 물이 흐르지 않아 건천이 되어, 하천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위산과 석회질 지대가 많기 때문에 강우가 적어지는 갈수기가 되면 건천이 되는 하천들이 있다. 바위지대로 인하여 지하수로 유입되는 물이 적어 건기에 지하수가 하천으로 제대로 유입되지 않거나 석회질 지대에 동공이 생기거나 하여 지하수위가 낮아져 하천에 물을 공급해야 할 대수층이 없어 오히려 하천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경우이다.
때때로 상류에서 내려오던 물이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지 않다가, 하류에서 갑자기 나타나 흐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중간 어디선가 빠져나갔던 물이 지류에서 물이 유입되거나 지하수에서 유출되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경우이다. 아래 그림은 평창에 있는 대화천으로 같은 시기에 불과 100m 남짓한 거리에서 서서히 물이 사라져 상류에서 내려오던 유량이 하류에선 사라졌다. 같은 날 같은 하천에서 만나본 다른 느낌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천은 유역에 내린 강우가 모여 흐르는 물길이다. 그렇다면 유역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유역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릇과 깔대기가 합쳐진 모습과 같다. 능선이라는 벽이 있고, 하도라는 유출부가 있는 모습이다.
하늘에서 강우가 내리기 시작하여 지상에 내려간다고 생각해보자. 토사 지반으로 내린 강우는 먼저 땅을 적시기 시작한다. 처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선행강우라고 한다. 이 비는 내려서 토양의 흙 입자 사이를 채우기 시작한다. 이 공극 사이가 모두 가득 차게 되면 물은 이제 지하로 침투되기 보다 지표를 따라 흐른다.
산의 능선을 기준으로 지표에 닿은 강우가 경사를 따라 흐르기 시작한다. 지반 위를 달리기 시작한 물방울은 중력의 부름을 받는다. 그래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이제 골짜기로 달려가며 서로 다른 물방울들과 만나 몸집을 키운다. 그리고 결국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흐름은 작은 물줄기를 만들고, 중력에 자신의 무게를 더해 한층 더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작은 물줄기는 또 다른 물줄기를 만나 규모를 더하고,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우리가 보는 개천이나 강이 형성 된다.
즉, 하천을 감싸고 있는 능선이 벽이 되어 물을 모아 주고, 하구라는 출구를 통해서 더 큰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이런 유역들이 하나씩 모여서 더 큰 유역을 만들어 낸다.
물이 흐르는 공간을 하도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하천은 대부분 복단면 혹은 단단면의 형태로 계획되고 있다. 복단면은 한강과 같이 고수부지가 있는 하천의 단면을 말하고, 단단면 하천은 별도의 고수부지 없이 하천수가 흐르는 하도만 형성되어 있는 하천을 말한다.
이러한 복단면 하천의 경우는 자연적인 하천의 형상과는 거리가 있다. 한강의 경우를 보면 물이 흐르는 하도 구간이 있고, 고수부지라는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자연적인 하천의 경우는 하도에서 고수부지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수위에 따라서 수면 위로 보이는 공간이 시간별로 달라지게 된다. 명확한 고수부지의 경계가 없는 것이다.
복단면 하천은 서구식 개수계획의 잔재이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룰 치수 부분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면서 넘어가도록 하고, 여기서는 하천 단면의 구성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일반적인 하도의 형상은 아래 그림과 같다.
제방과 제방 사이, 즉 하도의 공간을 제외지라고 한다. 반면에 제방이 보호하는 공간을 제내지라고 한다. 우리가 거주하거나 농사를 짓는 공간이 바로 이 제내지다. 제방이 보호하는 제내지의 면적은 몽리면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면적과 제방을 공사하는 비용을 따져서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생각되면 제방 공사가 계획된다. 예를 들어 1억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제내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2억원이 소요되는 공사를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경제성을 검토하는 행위이다.
다시 제외지로 돌아와서, 제방 사면아래 물이 흐르는 공간과 사이에 있는 지대가 우리가 하천을 즐기는 고수부지이다. 그리고 그 앞이 물이 흐르는 저수로이다.
이 때 제방의 형상에 따라서 굴입하도와 완전굴입하도라는 형태가 나타난다. 계획홍수위가 제내지보다 낮아서 제내지가 하천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하도를 말한다. 이런 하도 구간은 홍수와 같이 수위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파제에 대한 위험이 일반적인 제방보다 낮은 편이다.
하천 중에는 조금 더 특이한 형태의 하천이 있는데, 바로 ‘천정 하천’이라고 하는 형태이다. 이 하천은 하도의 바닥높이가 제내지보다 높이 있는 하천을 말한다. 언뜻 말이 안되는 이 하천은 하구에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강은 물을 흘려보내지만, 물은 흘러가며 소류력을 발생한다. 일종의 전단력과 같은 이 소류력에 의하여 하도내 토사입자를 쓸고 내려가게 된다. 우리가 흙으로 된 땅에 물을 흘려보낼 때 흙탕물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 전단력, 소류력에 의한 현상이다.
이 말은 물이 흙을 쓸어내 하도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류에서는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흙 입자가 쓸려 내려가지만, 하류부에서는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물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소류력은 하상경사에 영향을 받는 힘이기 때문에 하구로 내려갈수록 약해진다. 토사를 끌고 가는 힘이 약해진 강은 그 흙을 하천의 바닦에 뿌리며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구에는 삼각주 등 사주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하천폭이 협소한 하천의 경우 이런 식으로 토사가 쌓이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하도에 쌓이는 토사로 인하여 하천 내 물이 흐를 수 있는 단면적이 작아져 수위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수위가 올라가면 제내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방을 높이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이 오랜 시간 반복되게 되면, 어느 샌가 하도의 최심하상고가 제내지보다 높아지는 순간이 오기 시작한다.
천정하천은 아래 사진처럼 해안 지방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제내지의 농경지가 해안가 방향으로 트여져 있기 때문에 하천보다 지반고가 낮다고 침수가 발생하거나 하는 일은 드물다. 하천에 발생하는 퇴적이 지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하천의 형태를 알아봤으니 하천의 규모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는 북한을 논외로 치더라도 수 많은 하천들이 있다. 근대화의 상징으로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이 있으며, 그 외에도 4대강이라고 하는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하천이 우리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큰 규모를 가지는 국가하천은 유역면적 합계가 200㎢이상이거나, 인구 20만명 이상의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 등의 규정으로 결정된다. 대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이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규모가 크다. 따라서 국가하천의 관리는 중앙정부 주체의 국토관리청에서 이루어진다. 국가하천으로는 앞서 언급한 4대강이라고 알고 있는 강들과 섬진강, 복하천, 청미천, 안양천, 굴포천과 같이 도심지를 흐르는 하천들이 있다.
국가하천 다음 단계로는 지방하천이 있다. 지방하천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그중에서도 상급기관인 도 및 특별시에서 관리하는 하천이다. 서울에 위치한 청계천, 탄천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규모가 작은 소하천은 도나 특별시 이하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하천이다. 폭이 2m, 길이가 500m 이상인 하천들이 이 범주에 들어선다. 개중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하천들도 있지만, '이런것도 하천이야?'라고 할 수 있을 법한 길을 가다 보이는 작은 실개천이나 수로와 같은 것들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아래 보이는 하천도 수로처럼 직강화로 공사가 되어버린 군에서 관리하는 소하천이다.
전국 국가 및 지방하천의 정보를 알 수 있는 하천일람(2014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우리나라 국토에는 국가하천 62개, 지방하천 3,773개로 총 3,825개의 하천이 있다. 여기에 소하천을 더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시와 군에서 관리하는 소하천의 경우 각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100개 내외의 소하천을 관리하고 있다. 전국에 시 85개 군 82개가 있으니 총 167개의 시와 군이 있고, 거기에 대략 100개씩 있다고 하면 국내에 소하천만 16,700개 있다.
도심지의 경우 복개되어 주차장이나 도로로 사용되는 공간들이 많아서 그렇지,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하천이라고 하는 공간이 발에 치일만큼 접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