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를 낳는다는 걸
어느 날 내 옆에 누워있던 아기 제비의 오목조목 예쁜 이목구비를 콕콕 찔러대며 장난을 치다가
문득 '우리 아기 제비 닮은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눈도 동그라니 예쁘고 코도 앙증맞고 입도 귀여울 텐데,
아아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귀여울 텐데!!!
하얗고 동그란, 그리고 귀여운 너를 쏙 빼닮은 여자아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
안타깝게도 여자만 둘인 우리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이런 주제의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 너를 닮으면 어디가 예쁘겠지? 이런 부분은 나를 닮아도 좋겠다 반반 섞이면 무슨 느낌이려나 등등의 실없는 소리 아니면 그나마 현실적이라며 체력 좋은 사람이 낳는 게 좋겠다던가, 비흡연자가 나을 거 같다던가 등의 역시 실없는 소리를 하며 깔깔댄다.
그러다가도 어떤 날은 서러워지기도 한다.
왜 우리는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고, 서로를 닮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걸까. 그렇게 작게 시작된 생각은 점점 커져 서러움이 배가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너의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데, 서로의 보호자가 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서.
그렇게 물고를 튼 생각은 결국 커뮤니티에서 본 우스갯소리인 동성애자는 게임으로 치면 설정치를 하드모드로 시작했다는 말까지 떠오르며 나는 왜 인생을 하드모드로 시작한 걸까. 이지모드로 살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는 데로까지 번져가며 땅을 파게 되지만, 결국 이것도 내 의지이고 주변 상황이 내 생각대로 될 리가 없으니 그리 오래지 않아 훌훌 가볍게 털어버린다.
그래, 그냥 그런 기분 좋은 생각도 해볼 수 있지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