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스무 살, 행복 하나만 보고 열정을 태웠다.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단 말을 믿었다. 하지만 노력할수록 행복은 멀어졌고 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유 모를 우울이 찾아올 때 사춘기여서 그렇다 넘겼지만 아니었다. 그건 가난에서 오는 불행이었다.
21살 엄마와 함께 지내단 미칠 것 같아 자취를 시작했다. 월세 35만원. 눈치 안 보고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지만, 월세를 내기 위해 아파도 일을 해야 했다. 갖고 싶은 물건과 먹고 싶은 음식은 늘 다음 기회였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 하루살이였다.
이후 남편을 만나 연애할 때도 상황은 같았다. 그 당시 주머니 사정으로 결혼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엄마로부터 도망치고 싶었기에 결혼을 선택했다. 가진 게 턱없이 부족했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한 우리,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아파도 슬퍼도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며 견디며 10년을 보냈다.
좋은 동네 넓은 평수는 아니지만 빚 없는 집과 어디든 갈 수 있는 자동차,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방이 생겼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행복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살다 보면 온 우주가 나를 싫어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도 희망은 보이지 않고 지하로 심해로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생을 포기하고 싶은 날.
그 모든 날을 견디자 빛이 보였다.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과거를 꾹 참고 버틴 나에게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남편과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다. 불안한 미래로 흔들릴 때마다 옆에서 다독이고 응원해 준 남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언젠가 지나간다. 비바람과 태풍이 지나간 뒤엔 일곱 빛깔 아름다운 무지개가 당신을 반길 것이다. 꽃 필날이 머지않았다. 당신의 계절에 당신의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