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남편은 서울 결혼식 일정으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던 나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sns 속 명소를 찾아보며 누워있었다. 저장해 둔 카페에 갈까 떨어지는 벚꽃엔딩 보러 갈까. 남편 없이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지는 게 오랜만이라 조금 들떴다. 카페 투어와 꽃 나들이 중 아침부터 즐길 수 있는 나들이로 선택. 물로 얼굴만 대충 훔치고 남편 따라나섰다.
남편은 부산역 가는 지하철타러 나는 삼락공원 가는 버스타러. 버스 탑승 후 벚꽃길에서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하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일할 땐 주로 지하철 타고 이동시간 모두 일하며 보내기에 창 밖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벚꽃과 황매화, 라일락을 구경하며 1시간쯤 걸었나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 삼락공원 오면 꼭 들리는 뼈해장국으로 선택. 배고픔이 더 커지기 전에 걸음을 서둘렀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도서관에 들렀다. 평소엔 서점 대출로 반납하러만 오는데 오늘은 글 쓰는데 도움 될 책도 찾고 가볍게 읽을 겸 오래 머물렀다. 창밖엔 맑은 하늘과 연둣빛으로 가득한 나뭇잎이 보이고, 안에는 오후 졸음을 이기지 못해 누워있는 학생과 책 읽으러 온 어머님이 계셨다. 올해 처음 느끼는 여유에 나도 모르게 ‘진짜 행복하다’라고 소리내 말할 뻔했다.
조용한 행복을 느끼며 고른 책 4권을 대출한 뒤 집으로 향했다. 곧 있을 해외여행을 위해 출발 전 처리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캐리어에 이틀 동안 고심한 옷을 넣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격이라 빨래도 돌리고 집 안 식물들 햇살과 바람도 쐬주며 장시간 비울 집을 정리했다. 청소와 정리를 끝낸 뒤엔 평소 루틴대로 홈트 후 빌려 온 책을 읽으며 남편을 기다렸다.
좋아하는 꽃 구경 후 맛있는 음식 먹으며 보낸 시간.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는 집 정리하며 보낸 시간. 서울 결혼식 참여 후 돌아 온 남편과 오늘 하루 있었던 일 공유하며 보내는 시간. 문득 떠오른 생각, 행복 참 별거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