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제 Apr 19. 2024

행복의 나날들


일요일 오전, 남편은 서울 결혼식 일정으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던 나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sns 속 명소를 찾아보며 누워있었다. 저장해 둔 카페에 갈까 떨어지는 벚꽃엔딩 보러 갈까. 남편 없이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지는 게 오랜만이라 조금 들떴다. 카페 투어와 꽃 나들이 중 아침부터 즐길 수 있는 나들이로 선택. 물로 얼굴만 대충 훔치고 남편 따라나섰다.


남편은 부산역 가는 지하철타러 나는 삼락공원 가는 버스타러. 버스 탑승 후 벚꽃길에서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하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일할 땐 주로 지하철 타고 이동시간 모두 일하며 보내기에 창 밖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벚꽃과 황매화, 라일락을 구경하며 1시간쯤 걸었나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 삼락공원 오면 꼭 들리는 뼈해장국으로 선택. 배고픔이 더 커지기 전에 걸음을 서둘렀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도서관에 들렀다. 평소엔 서점 대출로 반납하러만 오는데 오늘은 글 쓰는데 도움 될 책도 찾고 가볍게 읽을 겸 오래 머물렀다. 창밖엔 맑은 하늘과 연둣빛으로 가득한 나뭇잎이 보이고, 안에는 오후 졸음을 이기지 못해 누워있는 학생과 책 읽으러 온 어머님이 계셨다. 올해 처음 느끼는 여유에 나도 모르게 ‘진짜 행복하다’라고 소리내 말할 뻔했다.


조용한 행복을 느끼며 고른 책 4권을 대출한 뒤 집으로 향했다. 곧 있을 해외여행을 위해 출발 전 처리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캐리어에 이틀 동안 고심한 옷을 넣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격이라 빨래도 돌리고 집 안 식물들 햇살과 바람도 쐬주며 장시간 비울 집을 정리했다. 청소와 정리를 끝낸 뒤 평소 루틴대로 홈트 후 빌려 온 책을 읽으며 남편을 기다렸다.


좋아하는 꽃 구경 후 맛있는 음식 먹으며 보낸 시간.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는 집 정리하며 보낸 시간. 서울 결혼식 참여 후 돌아 온 남편과 오늘 하루 있었던 일 공유하며 보내는 시간. 문득 떠오른 생각, 행복 참 별거 없네.



작가의 이전글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