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한다 말하며 꽉 안아주지만 내 이야기는 듣지 않는 우리 엄마. 이번 여행에서 깨달았다. 아, 엄마에게 나는 허울뿐인 딸이구나.
남들 앞에선 '딸이 하는 말이니 들어야지.' 하지만 내 의견은 언니와 남동생보다 사위, 친구들보다 설득력이 없다.
후순위인 게 뭐 어때서? 할 수 있는데, 당해보면 정말 서럽다.
남동생이 누나가 그러던데? 말 한마디에 내가 하지 않은 말이라고 한 시간 넘게 설명했다.울부짖으며 말했으나 끝까지 듣지 않았다. 끊는 그 순간까지 동생이...또한 3박 5일 설득해도 안되던 의견이 언니 말 한마디로 1분 만에 해결되었다. 그것뿐일까, 20대를 보낸 바리스타 역시 존중받지 못했다. 결혼 전엔 언제 제대로 된 일 찾는지 물었고,결혼 후엔 언제까지 그 일을 할 건지 물었다.
바리스타라 말하지 않고 '카페일, 알바'로 말한 엄마는 내가 바리스타를 그만두고 학교 수업 간 날. 처음 간 식당에서도 날 자랑했다.우리 딸 '선생님'이라고
직업의 문제일까? 내가 제대로 된 직장이 있고 전문직이면 내 말에 설득력이 생길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소용없단 걸 깨달았다...
내가 바리스타였던 시절 언니는 VIPS 매니저였고 남동생은 중식당에서 일했다.
여행이 끝나고 마음 추스른 날, 전화해 말했다. 엄마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았다고, 사과하라고.내 말을 들은 엄마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뭘 그렇게 잘 못했냐. 피곤해서 그랬다 등 뻔한 멘트를 끝으로 울었다. 핸드폰 너머 우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럽다. 해결이 가능한 일이 아니구나. 영원히 내가 지는 관계구나. '시간을 좀 줘.'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뒤 엄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집에는 언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