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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이소 Jan 12. 2021

글이 안 써질 때 내가 선택한 방법

문장에 기름칠을 할 수 있네요.



#글이 안 써져서 괴로운 순간


책상에 이마를 박았다. 쿵. 제법 아팠지만 가만히 있었다.


요 며칠 글이 안 써졌다. 둥둥 떠오르는 문자들을 붙잡으려 해도 손 틈 사이로 자꾸만 빠져나갔다.


브런치 신청을 위해 써둔 얼마 안 되는 글들은 금세 바닥났다. 합격만 하면 인생이 완성되는 줄 알았던 수능처럼, 브런치 작가만 되면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다.


알게 모르게 압박을 받고 있었다. 스스로 ‘써야 하는데......’의 돌덩이를 가져다 놓았다. 고구마 말랭이를 씹으며 드라마를 볼 때도 커다란 돌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필사를 해보기로 했다


위대한 창조는 서투른 모방에서 비롯된다. 춤을 추려면 다른 사람을 따라 춰야 하고, 화가가 되려면 비너스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국어를 시작할 땐 원어민의 발음을 흉내 내어 소리 낸다.


그렇다면 글을 쓰려면 앞선 사람들의 글을 필사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심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우선 좋은 글을 골라야 했다. 책은 많았지만 책을 판별하는 능력이 아직은 없었다. 요즘 읽고 있는 조정래 선생님의 ‘천 년의 질문’을 택했다. 마지막 권인 3권을 막 펼쳐 든 참이었다.


나만의 ‘글 세트’를 정했다. 15분 읽고, 15분 필사하고, 30분 동안 글을 쓴다. 총 1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이었다. 초보자인 내가 나가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타협한 것이다.


각 세트는 2~3분 정도 초과되었다.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수능이나 자격증 시험처럼 1분 1초로 판가름 나는 테스트가 아니었으니까.


필사 내내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문장을 곱씹었다. 단순히 읽기만 할 때와는 다가오는 깊이가 달랐다. 감히 질투할 수도 없는 드높은 거장의 문장을 한 줄 한 줄 맛보았다. 경외감이 들었다.


약속한 15분이 두 번 지났다. 이제 나의 글을 쓸 차례다.






#필사를 하니 이런 일이


펜을 집어 들고 어제까지 한창 붙들고 있던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슥삭슥삭.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뚝뚝 끊기며 이리저리 방황하던 낱말과 문장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착착 자리 잡았다. 완성된 문장은 또 다른 문장을 불러들였다. 멈추지 않고 글을 썼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필사는 운동 전 스트레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즐겨하는 홈트 영상 속 트레이너 선생님은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30분이나 공을 들여 스트레칭을 한다. 그런 선생님을 의심한 적도 있었다. ‘그냥 빨리 땀나게 운동해야 살 빠질 것 같은데.’ 뻣뻣한 다리를 이리저리 뻗으며 생각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30분이 몸을 움직이게 해 주었다. 바닥으로 몸을 접으면 뻐근했던 다리는 평소보다 가벼웠고 뚝뚝 소리가 나던 어깨는 부드럽게 휙휙 잘도 돌아갔다.


30분 동안 근육과 관절에 열을 내고 기름을 발라준 것이다. 필사 역시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해주고 문장에 기름칠을 해주었다.



초보의 마음은 초보가 가장 잘 안다. 나처럼 글이 안 써지는 초보 작가가 있다면 필사를 해 보는 방법을 추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사는 꼭 필요한 연습입니다. 또한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입니다.”
 - 조정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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