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호텔을 만들어보세요!]
허름한 호텔에서부터 시작한 경영은 투자금을 모으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텅 빈 객실에 고객이 누울 수 있는 침대만이라도 넣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침대 다음은 티브이, 티브이 다음은 소파, 소파 다음, 그다음, 그다음… 돈 나갈 구멍은 참 많구나. 누울 곳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침대를 샀더니 상점엔 더 좋은 침대를 팔고 있었다. 더 좋은 침대를 샀다. 객실 수만큼 살 수가 없어서 딱 하나만 사서 바꿨다. 더 좋은 침대로 바꾼 객실의 숙박료가 올라갔다. 어느새 나의 호텔에선 식당, 휴게실, 목욕탕, 극장까지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경영 58일 차, 앱 스토어에서 앱을 업데이트했더니 정원을 꾸밀 수 있는 콘텐츠가 생겨있었다. 정원 또한 호텔을 시작했던 때처럼, 열심히 투자금을 모아 꾸며 나갔다. 심을 수 있는 모종 또한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랐는데 수국을 심을 수 있게 되었던 날은 실제 내 마당에 꽃을 심을 수 있게 된 것 마냥 너무 행복해서 핸드폰 속에 수국 다발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히키코모리 그것은 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말한다는 행위가 무서워진 것은 작년부터였다.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었다. 원하지 않는 말을 해야 했을 때, 원하지 않는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 굳어버렸던 순간들. 세상 사람이 다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아니 애초부터 말을 할 수 없게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집 속으로 숨어버렸다.
내 침대에서도 나는 항상 웅크려있었다. 그게 너무 편안했다. 나 때문에 아무도 화나지 않아도 되는, 나 때문에 아무도 속상하지 않은,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침대 세상이 너무 좋았다. 침대에 누워서 호텔을 열심히 경영했다.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30초에서 60초 사이의 광고를 한편 보는 것이었다. 광고를 보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몇 번 클릭. 클릭. 그리고 광고. 또다시 몇 번 클릭, 광고 보기를 반복하며 광고가 재생되는 동안은 침대에 그냥 가만히 누워있었다. 내 호텔이 있는 게임 속엔 항상 해가 떠있어서 어떤 날은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창밖에선 해가 지고 또 해가 뜨곤 했다. 그래도 수국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았다. 더 비싼 모종도 많았지만 수국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우편함에 독촉장이 날아왔다. 십만 얼마의 연체료였다. 통장에 있는 금액은 십팔만 얼마. 다가오는 교통 대금 납부일과 대출이자 납부일, 월세 납부일… 월세는 육십이었다. 구청에 갔다. 구청을 방문해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구청 입구엔 많은 방문객과 직원들이 있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오른쪽 문으로 들어간 나는 그대로 돌아 왼쪽 문으로 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 상가에서 꽃집을 봤다. 수국이 있었다. 수국이라는 팻말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수국을 실제로 본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수국의 실제는 나의 정원에 심은 것만큼 풍성하고 아름다운 모양이 아니었다. 작은 화분에 꽃봉오리 두세 개가 겨우 담긴. 수국을 보게 된 것이 독촉장의 저주 같았다.
독촉받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일터에서의 독촉을 피해 도망쳤다. 그랬더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적힌 독촉장이 날아왔다. 서울 상경은 날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란 나의 꿈은 착각이었다. 그날 집에 와서야 파란 수국의 꽃말이 냉정과 거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이제는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어른이 되었다. 내 생일날 기프티콘과 택배를 보내줬던 사람들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해가 반복되자 그 사람들과의 연락 또한 끊어졌다.
하루는 그런 그들이 너무 미워졌다. 돌려받길 바라는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며, ‘이 속물들아’ 하면서 애써서 그들을 욕해도 봤다. 하지만 그들이 바란 것은 선물이 아니라 선물을 고르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나였다. 남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선물을 받은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선물할 수 없는 어른이 된 내가 너무 싫었다. 나에게 웃어 보였던 얼굴들의 찰나가 사진처럼 남아 나의 호텔을 꾸몄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웃는 사진들을 전부 가린 채 붙어있는 큰 포스터 한 장. 나에게 ‘너 같은 거’라는 말을 했던 어른의 구김살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는 착하기 위해서 아주 노력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경멸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눈이 나를 보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했던 날, 나의 삶 전부가 부정당한 것처럼 나의 방이 더러워졌다.
침대에 누워 한참을 울었다. 내일이 오면 또 나에게. 내일이 오면 또 나를. 그것이 내가 완전히 집 속에 숨게 된 이유였다. 평화만 가득했던 나의 집에 독촉장이 날아온 순간부터 나의 집은 지옥이 되었다. 나에게 행복만 하라던 가족들의 바람조차 들어주지 못하는 나, 과거로부터 도망친 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겨내려 했다. 행복했던 기억을 빌려 다시 일어나기 위해. 일터에서 다친 무릎은 수시로 고장이 났지만 그래도 난 일어날 수 있어.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려보니 메모장에 적힌 문장 하나. 죽어달라는 말이었다. 보낸 이도 추신도 없는 그 편지를 나는 누가 보낸 것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어릴 적 엄마에게 용돈을 받으면 그냥 기뻤는데 어느 날 엄마의 집에 갔다가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엄마가 내 계좌로 30만 원 을 보냈다는 문자를 확인했을 때의 마음은 슬픔이었다.
과거 어떤 봄에 엄마와 함께 수국이 핀다는 정원에 갔었다. 수국이 피지 않은 정원에서 엄마는 정말 기뻐했다. 엄마가 사진을 찍어달라며 카메라를 든 나를 쳐다봤다. 분홍 수국의 꽃말은 소녀의 꿈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에게 기생하지 말아 달라는 짧은 문장 하나의 편지. 미안. 나 더 욕심 내보면 안 될까? 하지만 미래의 내가 편지를 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오늘의 내가 내일을 보지 않는 것. 미래에게도 미안. 난 아직 수국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