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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 Dec 05. 2017

나를 가득 채워준 것

아이들의 미소


 언어, 문화, 지역, 피부색에 무관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단연 아이들의 웃음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관광객에게 사기를 치기 위한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존재한다. 적당한 친절에는 적당한 대가가 따를 때가 많고 지나친 호의에는 과도한 의도가 섞여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소는 어디에든 존재하며, 일말의 악의도 없는 유일한 것이었다.


잔지바르 섬에서 오토바이 한 대를 렌트해 섬 안쪽으로 들어가던 중, 점심을 때우기 위해 멈춘 곳은 정말 작은 해안마을이었다. 외국인이 올 턱이 없는 이 시골 마을에 동양인이 나타나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특히 이 아이들은 그 신기함과 반가움을 순수히 들어냈다. 외국인은 물론, 카메라도 보기 힘들고 딱히 놀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은 이 뻘에 나타난 무중구(Mzungu:외국인)는 재밌는 볼거리였다. 


아이들은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고 신발은 신지 않았다. 내가 한걸음 걸으면 같이 한걸음 걸었고, 멈추면 함께 멈춰 꺄르르 웃었다. 사진을 찍어주면 수줍게 기다렸다가 사진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 


아이들의 웃음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을 수 있는 독일무이한 소통이었다. 나는 이 마을에 멈춰 점심 대용으로 꽈배기 하나, 삶은 달걀 하나를 사 먹었다. 대식가인 내가 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의 환대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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