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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영 Dec 05. 2017

일상을 포기해 얻은 행복

삶과 행복의 관계


여행 중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에게서 이런 질문을 들었다.


"너 지금 행복해?"


삼포세대의 우리는 (요즘은 오포 세대란다.) 사실상 세가지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친구는 그 질문과 함께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행복을 포기하니 살아져."



요즘의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란 '소리 없는 아우성'이나 '평화를 위한 전쟁'같은 모순적인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인가 보다. 


고민 끝에 고른 대답은 "나는 삶을 포기하니 행복해졌어."였다.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경제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으며 눈을 뜨면 매일이 다른 풍경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짊어 메고 처음 보는 곳으로 끊임없이 움직였다. 

이것이 나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나도 이제는 진짜 일상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침에 눈을 떠 어제처럼 출근을 하고 미세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약간의 영향을 미친 후 저녁 외식으로 그나마 이벤트적인 하루를 만들면 또 같은 내일을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사실은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할 일상이다.




나라는 사람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뮤지컬이 하고 싶지만 하고 싶다는 것이 창피해 아무도 모르게 노래와 연기를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휴학하고 쇼핑몰을 운영했고, 국가고시를 앞두고도 유럽행 비행기를 끊었다. 1년 휴직을 내주겠다고까지 제안하던 잘 다니던 직장을 단칼에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평범과 비평범의 범주를 왔다 갔다 신나게 오가며 나의 현재가 행복한지 살폈다. 결과가 두려워 시도를 망설이면, 배는 불릴지라도 행복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방금 담근 겉절이에 칼국수 한 그릇만 먹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그때, 어쩌면 행복이란 건 참 쉽고 간사한 것 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곳에 가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엄마의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완벽한 하루가 완성된다. 


일상에 차고 넘쳐나는 행복을 쏙쏙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나는 여행을 가지 않아도 괜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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