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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직장인의 현실과 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의 우려와 기대

by 애지

임산부 직장인이 겪는 현실
저는 지금 임신 25주 차를 맞이한 임산부입니다. 동시에 13년 차 직장인이기도 합니다. 임산부로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체력적으로 몸의 변화가 급격히 생기는 것이 가장 큰 힘든 점인데요.

임신 초반은 입덧으로 힘들고, 중기에는 커지는 배가 무거워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손목이 시큰거려 키보드 치는 것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눈도 침침해지고 잠은 어찌나 쏟아지는지 금방이라도 잠들 듯이 졸음이 쏟아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상 잦은 실수를 하기도 해요.


호르몬 영향으로 감정의 기복도 커져서 가끔 이유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배려심 많은 팀원들을 만나서 개인 신체 변화로 인한 어려움 이외에는 큰 문제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출산휴가에 대한 우려
이런 상황 속에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휴직은 기다려지기도 하고 동시에 걱정되기도 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있고 그럴 때면 직장인들이 으레 하듯이 '퇴사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막상 휴직을 앞두니 여러 가지 우려도 생깁니다.


13년 동안 해온 직장생활을 1년 이상이나 쉬는 것은 생애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아기를 최대한 돌보고 싶은 마음에 총 1년 3개월의 휴직을 할 예정인데요. 가끔 지칠 때는 있어도 대체로 회사 생활에 만족하며 다녔습니다.


회사를 다니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고 여름 철에는 시원한 에어컨과 쾌적한 환경, 출근 후 내려 마시는 커피도 좋았어요. 팀원들과 점심시간에 웃고 떠들고 식사 후 하는 산책도 즐거웠습니다. 가끔 업무 중 유관부서와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느끼며 뿌듯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휴직 후에는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여 새로운 존재와 전에 없던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경험한 적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보니 막연한 두려움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외에 매월 꾸준히 지급되는 월급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휴직 기간에도 일정 급액이 지급되지만 월급보다 적고 기간도 한정적이기 때문이에요. 대학교 졸업 이후 늘어가기만 하던 수입이 적어지는 건 처음입니다.


육아휴직, 출산휴가에 대한 기대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대되는 마음도 있어요. 늘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요. 회사를 다니면서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월급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고 회사에서도 그렇게 큰 문제가 없다 보니 다른 길에 대한 절박함이 덜했던 것 같아요.


휴직 후 아기를 돌보면서 바쁘겠지만 시간이 날 때는 향후 내가 어떤 일에 더 도전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주식, 부동산 경매, 인터넷 판매, 유튜브 등등 무엇이 될지, 저의 숨겨진 어떤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또 다른 기대는 아기와 함께 하게 될 시간이에요. 와, 아기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나와 남편이 만나 생겨난 새로운 생명체라니. 내가 한 명의 사람을 키워내게 되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무엇보다 아기의 정서적 신체적 성장이 중요한 시기에 최대한 내가 함께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아기에게도 생애 한 번뿐인 시기를 최대한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미리 남편과 육아 책도 함께 읽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정도의 행복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정말 기대되는 마음도 큽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저와 남편은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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