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오바마와 당신의 공통점
# 미셀과 당신의 공통점
요즘 미셀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다. 일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책을 읽었다. 185page 쯤 매우 공감할만한 내용이 나와서 정말 신기했다. 미셀은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실수를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곧장 변호사가 되었다.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성적에 맞춰 법학과에 진학해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러하다는 이유로 고시공부를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미셀은 오바마를 만나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혔다. 변호사로서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고 불행하다는 자신의 속마음과 마주했다. 뭔가 큰 변화를 주고 싶지만 그러면 지금만큼 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충족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도 닮아있을지 모른다.
지금 당신도 '이게 내가 원하는 건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이 글 끝에 당신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나의 회사 생활
나의 13년 회사 생활은 '내가 왜 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드라마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13년 정도 다닌 곳이다. 내가 공채로 입사할 시절에 계시던 대표님은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컸고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에 대한 성장에도 관심이 많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저연차에도 많은 권한을 가지고 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내가 하는 생각과 판단, 결정은 직접적으로 실무 업무에 반영되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점차 일이 재밌게 느껴졌다. 권한이 생기는만큼 책임감도 생겼고 일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조차 즐거웠다. 이 회사에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임이 된 이후 저연차임에도 직무 특성상 매주 월요일 대표님을 포함한 내가 속한 전 조직원의 상사와 동료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주간회의의 중요한 발표를 담당했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발표가 끝난 후 대표님의 칭찬이었다. 평소 칭찬을 하지 않는 대표님의 특성상 말투만 들으면 칭찬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지만, 오랜 직원들이라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직원들 필요 없고 저 친구가 다 하면 되겠네.'
지금 돌이켜보면 회사생활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냈던 시기 중 하나다. 매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의 발표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은 큰 보너스였다. 억양, 속도, 발음 등 기술적인 부분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변하는 순발력까지. 지금의 내가 가진 큰 기술이 되었다.
이후 남편을 따라 지역을 옮겨 부서가 바뀐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상사는 글로벌 기업에서 온 미국인이셨다. 그 분과 나는 정말 곧잘 맞았다. 대학시절 상담사가 나의 인성검사 결과를 보고 '학생은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많이 나오는 스타일이에요.'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분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무 담당에게 권한을 많이 부여했다. 어떤 결정사항이 필요할 때 나의 의견을 존중하고 신뢰해주었다. 항상 본인 소속의 팀원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런 그분의 행동과 태도는 팀원들이 회사에 소속감을 갖고 열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회사의 변화
그러다 이런저런 사정으로새로운 대표가 부임했다. 그 때부터 회사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대표와 함께 일하던 새로운 사람들로 상사들의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결정에 있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생각하기 보다는 당장 눈 앞에 실적만을 위한 업무들이 우선이 되었다. 직원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직원들은 점차 사라지고 잠시 있다가 떠날 곳처럼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나도 그 소용돌이 속에서 변화를 느꼈다. 이전처럼 희생적으로 일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닌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나는 이 회사에서 단순히 일부 부품, 톱니바퀴의 하나로서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담당자로서 의견을 내고 주요 결정에 참여했다면, 점차 그런 일은 적어졌다. 리더 이외에는 미팅에 참석할 수 없었고 대부분의 일은 위'이렇게 결정되었으니, 실행하라.'는 디렉션만 내려왔다.
항상 주체적으로 일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꼈던 나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이었다. 내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고,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었다. 점차 일이 재미가 없어졌다. 재미가 없어지자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시들해져갔다.
# 40대에 진로 변경을 한다고?
'계속 지금 하는 일을 하면서 살다가 퇴사하게 되는게 맞나. 그게 내가 원하는 건가.'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아니라는 답변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40대면 이제 직장에서 더 자리잡고 한창 돈 벌어야 할 때인데 괜찮겠어?'
'이제와서 새로운 일을 한다니 너무 늦지 않아?'
'지금 받는 월급이 하루아침에 없어질텐데? 이제 엽떡도 마음대로 못 시켜 먹을껄?'
게다가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다니셨던 부모님께서 아시면 경악하실 것이 뻔했다. 하물며 미셀의 엄마도 미셀의 변호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에 돈부터 벌고 행복은 나중에 생각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 싫은데, 싫은데~? 그렇게 안 할건데~?
하지만 나의 마음은 점점 확고해져갔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 삶에 주어진 나의 시간들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선택하는 방향이 아닌 세상이 말하는 방식대로 살 생각은 없다.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선택에 의해 살 것이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가 아닌 세상의 말에 흽쓸려서 살다가 죽기 전에 '하씨... 그 때 그냥 내 쪼대로 살걸...'이라고 후회하고 싶진 않다.
'아.. 진짜 그 때 내 마음대로 살아보기를 진짜 잘했다. 진짜 나 자신. 너무 기특해.'라고 웃을 것이다.
설령 새로운 일을 시도하다가 실패 좀 하면 어떤가. 내가 뭐 신도 아니고 어떻게 맞는 길만 가겠는가. 실패하면 다시 또 다른거 하면 되지 뭐. 장단점이 없는 선택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저것 다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항상 '대학교는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데 회사에서는 돈 주면서 가르쳐주네?'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다. 그 만큼 업무, 인간관계, 태도 등 다양한 것들을 회사다니면서 배울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 지금, 당신. 40대에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아주 축하할 만한 일이다. 백세시대에 40대는 이제 청춘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두려워 말라. 만약 두려움을 떨치기가 힘들다면 노트를 펴고 당신이 새로운 선택을 했을 경우, 최악의 상황을 적어보라.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불확실한 불안과 두려움도 노트에 적어놓고 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무엇보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고민하는 시간이라도 갖기를 추천하고 싶다. 막연히 술 마시며 한탄하다가 끝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혼자 깊이 생각에 빠져보고 현재 마음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기도 하면서 고민해 보라.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은 설령 그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분명 미래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민하는 당신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