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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주 차 임산부의 하루

행복한 금요일

by 애지

기다리던 금요일입니다~! 평소에는 딱히 주말을 기다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는데요. 이번 주는 회사에서 잦은 실수와 바쁜 시즌으로 힘들었나 봅니다.


늘 그렇듯 아침 출근 전 식사를 하려 했는데, 갑자기 '밥이 질린다. 먹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삼시 세 끼를 잘 먹다 보니 그랬나 봅니다. 그런 저를 보고 남편이 말했어요.


"그럼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브런치 먹고 출근할까?"

"응!"


# 남편과 함께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아침 시작

출근길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렸습니다. 할인하는 모닝세트를 두 개 주문했어요. 스타벅스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그윽한 커피 향과 분위기 있는 조명, 여유로운 분위기에 절로 눈이 감기며 숨을 들이켰어요.


'아~ 좋다!'


미리 챙겨 온 텀블러에 커피를 받았습니다. 남편과 서로 샌드위치 맛은 괜찮은지 묻고, 10분 정도 각자 책을 읽었어요. 요즘 미셀 오바마의 책 '비커밍'을 정말 흥미롭게 읽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지나 로펌회사에서 일하면서 처음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난 부분이라서 더욱 흥미로웠어요.


아침부터 남편과 브런치도 먹고, 책도 읽고, 회사로 향하는 차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유방암 술파티 사건 등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등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아침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져서 시간 부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 30년 지기 친구의 방문

오늘은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가 회사 근처로 놀러 와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친구 볼 생각에 오전 내내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오전 근무를 끝내고 서둘러 나와 친구와 점심 식사를 했어요.

친구가 미리 사온 신선하고 영양 가득한 스테이크 샐러드와 제가 사 온 달콤한 딸기바나나 주스를 놓으니 맛있는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푸르고 맑은 하늘을 풍경 삼아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 마음을 담아 오랜만에 함께 사진도 찍었어요.


# 친한 언니의 생일 축하

오후 근무 중에 카톡이 울렸습니다. 친한 언니의 연락이었어요. 오늘 생일을 맞이한 언니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언니와 저는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서로 추천도 많이 해주는데요. 얼마 전에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렛뎀이론'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주문을 했는데 저녁에 벌써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읽고 싶었던 책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 상처받은 팀원 위로

오후에는 회사 메신저에 팀원 한 명의 채팅이 올라왔어요. 팀원들만 있는 방에 리더에게 한소리 심하게 들었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앞자리에 앉은 팀원 얼굴을 보니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눈 초점은 나간 표정이었어요. 본인을 엄청 쏘아봤다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평소에도 공황장애가 있다고 했던 그 팀원은 좀처럼 표정이 나아지질 않았어요. 화장실을 가다가 마주쳐서 이리 오라며 손을 내밀어 안아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평소에도 눈치를 많이 보던 친구인데 안쓰러웠어요. 주말 동안 편히 쉬고 오라며 위로를 전했습니다.



# 예전 상사의 방문 소식

예전에 제가 굉장히 존경하고 좋아했던 상사 분이 어제 회사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쓰다가 '그분은 대표급이신데 내가 연락을 해도 되려나.' 하는 마음에 결국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회사에서 마주친 CFO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오, 애지씨! 어제 예전 전무님 오셨었는데 사적인 질문 세 개 하고 가셨는데, 그중 하나가 애지씨 임산부인데 배 속에 아기랑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연락 한 번 해보세요!'


세상에.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저보다 한참 높은 직급의 상사분. 지금은 다른 회사 대표까지 되신 분인데 저를 잊지 않고 안부까지 물었다는 사실에 감동이었습니다.


미국인이셨던 그 분과 일할 때 정말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했는데요. 그때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용기를 내 오늘은 연락을 드리며 서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퇴근길

오늘은 팀원들 모두 함께 칼퇴를 했습니다. 마음 편히 회사를 나서며 남편과 통화를 했어요. 오늘은 요가를 가는 날이라서 끝날 때쯤 남편이 데리러 오기로 했습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탔는데 사람으로 가득 찼어요. 인파를 뚫고 겨우 임산부 석에 다다랐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서 눈을 감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톡톡 치고 임산부 배찌와 누가 봐도 임산부처럼 볼록 나온 배를 살짝 내밀었습니다.


그분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벌떡 일어나셨어요. 저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 저녁 임산부 요가 수업

퇴근 후 요가 학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원장님의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원장님 수업을 듣고 자연분만을 한 임산부들이 많다고 하여 항상 기대되는 수업입니다.


저는 주로 맨 앞에 앉는데요. 동작을 하면서 뒤를 돌아볼 때면 경이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그 모습들이 아름답고 귀엽게 보이기도 합니다.


배가 볼록 나온 열댓 명의 임산부들이 모여 앉아 요가하는 모습이에요. '다들 배속에 아기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15명이 아니라 30 명이네!'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키득 웃기도 합니다.



# Home, sweethome

요가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만나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갑자기 곱창볶음을 먹고 싶다는 말에 남편은 잠옷으로 갈아입은 옷을 다시 외출복으로 곧바로 갈아입고 쏜살같이 나갔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고맙고 감동이었습니다. 남편은 금세 뜨끈하고 매콤한 곱창볶음을 손에 들고 나타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저만의 백마 탄 왕자님 같았어요.


정신없이 곱창 볶음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감미로운 재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옆을 보니 남편은 소파에 길게 누워 발라드 노래를 심취해 들으며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편하게 쉬는 모습을 보니 저도 미소가 나왔습니다. 그러다 남편이 말했어요.


"하아~ 행복하다~"


기분 좋은 한마디였습니다. 다시 컴퓨터로 가서 작업하던 남편이 터덜터덜 걸어 나왔어요. 시청자가 많던 얼마 전과 달리 오늘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뚝 떨어졌다며 시무룩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괜찮아요. 그럴 때도 있죠. 괜찮아요. 괜찮아."


남편의 따뜻한 손길로 튼살 예방을 위한 로션 배 마사지를 받은 후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돌이켜보니 오늘은 참 다양한 일도 많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항상 곁에서 함께해 주는 남편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감사한 일,
즐거웠던 일을 떠올려 보세요.

감사한 마음으로 잠이 들면
내일은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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