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길
# 아침 식사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제법 쌀쌀합니다. 어제보다 겨울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차갑게 내려간 온도가 코 끝으로 느껴졌습니다. 남편이 금세 차려준 아침밥을 먹으면서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미셀오바마 자서서전을 읽었습니다. 그 사이 남편은 제가 회사에서 먹을 사과, 땅콩잼 간식과 요거트를 챙겨줬어요.
오늘부터 단축근무라 출근 시간이 늦어진 덕분에 식사 후 남편이 타 준 부드럽고 고소한 디카페인 라떼도 마시며 오전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남편이 얼마 전 구매한 우유거품 제조기 덕분에 카페보다 훨씬 더 맛있는 라떼를 즐길 수 있었어요.
# 출근길
짐을 챙겨 차에 타니 따뜻하게 데워진 공기와 뜨근한 온열시트가 저를 반겨줬어요. 미리 차를 데워준 남편 덕분에 어제보다 3도나 낮아진 날씨였지만 오히려 더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차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남편과 유치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요즘 인상 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남편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우리 예전에 거제도 펜션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나요. 그때 내가 눈사람 풍선 안고, 여보가 나를 안고 나란히 서서 사진 찍었던 거 기억나요? 우리 호두 낳으면 호두랑 같이 가서 풍선대신 호두 안고 똑같은 포즈로 사진 찍을까?"
"그래!"
대답하는 남편의 얼굴은 마치 그 모습을 상상이라도 한 듯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어제 잠들기 전에는 남편이 불 끄기 전에 화장실에 가겠냐는 의미로 "화장실?"이라고 물었는데 저는 끝말잇기인 줄 알고 "실미도!"하고 자신 있게 외쳤었는데요.
오늘 아침 차에서 남편이 예술의 전당에 걸린 공연 현수막을 보고 말했습니다. "전우치!" 전우치 공연을 한다는 뜻이었는데요. 저는 "치약!"하고 외쳤어요. 남편은 "두 글자는 안되지."라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모든 사사롭고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남편이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 임신기간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임신 기간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 출근하는 시간입니다. 임신 후 초반부터 32주 차에 들어선 현재까지 남편이 매일 아침마다 차로 회사까지 데려다주고 있어요. 남편이 권고사직으로 퇴사하게 되면서 더 수월하게 저를 데려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변화하는 계절을 함께 보고 느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파아란 하늘에 감탄하기도 하고 카푸치노 위 보송한 크림 같은 구름에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어요.
기분에 따라 어느 날은 집에서 아침밥을 먹기도 하고, 일찍 집을 나서서 여유가 되는 날은 차 안에서 둘 만의 작은 브런치를 즐기기도 했어요. 차 안 가득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며 따스한 베이글을 한 입씩 나눠먹으면, 차 안은 세상 가장 아늑한 둘만의 카페가 되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은 단순히 몸이 편한 것 이상의 의미와 큰 행복이 있었어요.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듯한 손을 잡고 있는 그 시간이 정말 평화롭게 행복했습니다.
집에서는 공간이 넓다 보니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기도 하고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에서는 좁은 공간 안에 함께 있으면서 서로 대화에 집중하게 되니 그 시간이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남편과 함께 출근하는 시간이 저와 아기가 함께 행복한 태교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 예정일까지 휴직기간까지 한 달하고 보름정도가 남았습니다. 임신 기간이 힘들지만 이렇게 남편과 하는 아침의 행복한 시간 덕분에 끝나가는 것이 아쉽기도 한 요즘입니다. 남은 시간도 남편과 함께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가며 감사한 마음으로 잘 보내보려 합니다.
여보,
매일 아침 출근길
함께 해주고
애써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