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각 잡은 지 이틀 째. 마음속 긍정이 와 부정이의 격돌.
어제 저녁 10시 퇴근 길.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건 하늘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게 아닐까. '지금이야! 어서 도망쳐! 좁아터진 그 지긋지긋한 회사를 벗어나라고! 너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널 기다리고 있다니까! 회사에만 있기에는 너의 능력이 너무 아깝다고! 어후. 내 말을 도통 못 알아들으니 스스로 나가 떨어지도록 힘들게 해야겠다.'라고 말이야. 만약 그런 신호를 주고 있는 거라면 내가 빨리 뭔가 대응해서 조치를 취해야하지 않을까." 남편은 황당하다는 듯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아니면 마치 철지나 재미없는 개그 프로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저는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엄청난 야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겨우 그거 일하고 그러냐고 하는 분이 계시더라도 이해합니다. 최근 2주 동안 9시 이후 퇴근, 4일째 10시 퇴근하고 있습니다. 야근과 과다한 업무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면서 심경이 아주 복잡해지고 있어요. 얼마 전 퇴사각 잡은 글을 쓴 게 불과 이틀 전이라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어서 글 올린 시간과 그날 갔던 카페의 커피 결제 내역까지 확인했지만 겨우 이틀 지난 게 사실이었습니다.
세상에. 이틀이 마치 일주일처럼 느껴지는 저로서는 정말 당황스러운데요. 눈을 부릅뜨고 웃으며 할 수 있어를 외치다가도 금세 어두워진 표정으로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미친 사람처럼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고 하고 있습니다. 폭풍우에 휩쓸려 위아래 좌우로 격하게 흔들리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심경을 긍정이 와 부정이의 시선으로 담아보려 합니다. 이렇게 한 자 한 자 적다 보면 좋은 결론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한 달 뒤 저의 선택과 모습도 정말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시부럴. 진짜 그지 같네. 조기 출근에 야근까지 평소 해오던 운동 할 시간도 없고.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업무 때문에 이렇게 쓸데없이 야근이나 하고 이건 진짜 회사의 가혹행위다. 당장 여길 벗어나야 해. 모두가 미처 돌아가고 있다고. 회사 따위 당장이라도 집어치우면 그만이지. 그냥 다 대충 하고 치워버려야지. 어차피 결국에는 다들 잘려 버릴 거 아니야. 그럴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회사 나와서 나만의 뭔가를 시작하는 게 낫지. 회사원이 벌어봤자 월급이 한계가 있지. 사업을 해야 큰돈도 만지고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이런 회사 같은 곳보다 나 혼자 뭔가 새로운 것을 해낼 때 훨씬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야. 그게 내 성향에도 맞지. 이 그지 같은 회사. 다들 자기 잇속만 차리려고 하는 이기적인 것들. 니들끼리 다 해 먹어라.
며칠 째 10시 퇴근. 야근이 지속되는데도 신체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가 않네. 역시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 둔 보람이 있다. 기존에는 야근도 많지 않았고 일도 과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여러 가지로 좀 힘드네. 좀 지치기도 하지만 내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까. 그동안 읽어온 수많은 자기 개발서에 의하면 사람은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인내하며 성장한다고 했다. 고난의 시간 없이는 성장도 없다고. 쉽기만 한 편안한 길에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는가. 나에게 전해지는 조언과 피드백을 듣고 나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이런 계기가 없었다면 개선하거나 발전하려는 고민 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늘에서 나에게 성장과 발전의 시간을 주려나 보다. 힘든 시간의 터널도 결국에는 끝이 있는 법. 그 끝이 나오기까지 배우는 겸손한 태도로 잘 대응해 보자. 파이팅.
뭐가 정답인지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한 마디만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지네요. 긍정이와 부정이가 서로 엄청난 대립을 하며 서로 제 마음을 차지하려고 난리 법석입니다. 과연 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저도 진짜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목요일. 내일까지는 10시 퇴근이 확정인데요. 금요일이 되면 또 어떤 상태인지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한 달이상 지속된다면 저는 퇴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