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시골 청년 창업 일기
지방의 작은 도시의 장점 중 하나,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는 것이다. 나쁜 소문도 빨리 퍼지겠지만, 좋은 소문도 빨리 퍼진다. 특히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소식은 아주 재빠르다.
비건 요리를 하는 청년이 프랑스에서 괴산으로 왔다,고 하니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다양한 제안을 해주셨다.
괴산에는 '숲속 작은 책방'이라는 가정식 책방이 있다. 이전부터 관심 있었던 책방이라 인사드릴 겸 내 책을 안고 책방에 찾아갔다.
책방 선생님들께 소개를 하니 정말 반가워하시며 마침 준비 중인 행사가 있는데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바로 말씀해 주셨다.
괴산은 가서 인사만 하면 일이 착착 진행되는 신기한 곳이다...
그렇게 만나 뵙자마자 성사된 아름다운 프로그램.
충주 수안보에 있는 작은 알자스 와이너리와 함께 책과 와인과 비건 요리의 콜라보를 진행했다.
우리는 아직 식당이 없으니 와이너리에서 음식을 제공했는데,
이미 와이너리가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그릇과 주방도 마련되어 있고... 선생님들의 입담에 분위기도 좋고...
덕분에 너무 좋은 경험을 했다.
기획 단계일 땐 아직 팝업 식당을 열기 전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다.
선생님들 믿고 오시는 손님분들께 우리의 음식이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4가지 이상의 코스 요리를 우리가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결과적으론 쉽지는 않았지만 반응도 무척 좋았고,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만남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제안을 받게 된다.
괴산에서 처음으로 비건 페스티벌이 작게 열렸는데 그곳에서 쿠킹클래스 강사 자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쿠킹 클래스는 꼭 해보고 싶었던 분야여서 덥석 받긴 했지만 역시 해본 적 없는 일이니 아주 긴장이 많이 되었지...
연속으로 두 타임을 진행하는 클래스였어서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진행팀과 사전에 협의했던 부분이 실제로 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꽤 애를 먹었다.
카메라와 모니터로 내가 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기로 했는데 되어있지 않았고,
이어 마이크를 부탁했는데 일반 마이크만 있어서 양손을 사용할 수 없었고,
20-30대 여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난이도와 메뉴를 맞췄는데 실제론 대부분 가족이 참여해서 조금 어려워하셨다.
나중엔 그냥 마이크 내려놓고 테이블마다 뛰어다니며 하나하나 알려드리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칼과 불을 사용하는 과정이 꽤 있었는데 아이들이 모두 직접 해보고 싶어 해서 안전 문제도 너무 걱정되었고.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면 더 안전하지만 재밌어할 과정을 더 넣는 레시피로 구성했다면 좋았겠다.
진행팀도 페스티벌과 쿠킹 클래스 진행이 처음이라 이런저런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나에게 맞는 쿠킹 클래스 방식(규모나 대상자)를 알 수 있어서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도 좋은 인연을 만났다.
사람들 덕분인지, 불필요한 경험은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규모 클래스를 진행해 본 결과 나에겐 소규모 프라이빗 수업이 잘 맞는다는 결론.
그렇게 뭐하농 하우스의 공유 주방에서 나만의 쿠킹 클래스도 열어보았다.
그리고 뭐하농 식구들은 내게 끊임없이 협업을 제안해 주었다.
지금도 내가 참여해 볼 만한 일이 있다면 곧장 연락을 주신다.
아래 사진처럼 청년들이 뭐하농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서 케이터링/미니 쿠킹클래스를 맡겨 주셨고,
저 멀리 밀양까지도 불러주셨다...
이날 만난 인연은 지금도 소중하다.
이후에 비건 김장에도 불러주셨고.
나는 인사만 드렸을 뿐인데, 너무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이끌어주셨다.
덕분에 우린 1년 동안 팝업 식당, 정부 지원 사업 협업 케이터링/쿠킹 클래스, 대형 쿠킹 클래스, 프라이빗 쿠킹 클래스, 스탠딩 케이터링, 코스요리 케이터링, 출장 케이터링 등 수십 가지 일들을 해볼 수 있었다.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들인데 돈을 받고 하다니.
그리고 협업한 모든 분들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셔서 정말 감동했다.
수많은 경험 덕분에, 우린 우리의 공간에서 무얼 어떻게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