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드디어 집을 샀다
나는 아주아주 작은 우리 집을 아주아주 좋아한다. 정말이지 흠뻑 빠졌다. (요즘이야 입주 청소 업체를 부르지만) 옛날엔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을 산 날에 우리 부모들은 문 손잡이부터 변기 뚜껑까지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았더랬다. 얼마나 좋았을까. 은행 빚이 좀 생기긴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목도 탕탕 박아 가족사진도 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꾸만 웃음이 나왔을 테다.
우리 밴이자 집을 인수받은 날, 내 머릿속은 조금 복잡했다.
아직 사진으로만 봤을 뿐 실물을 확인하지 못했던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주인을 기다렸다. 오 분 정도 지났을까, 꽤 번잡한 도로인데도 멀리서부터 오래된 차 특유의 소음이 들려왔다. 우리를 발견한 전 주인은 손을 흔들며 가까이에 주차를 했다. 대충 찍은 사진과는 달리 당연하게도 밴은 무척 낡아 보였다. 연식도 알고 있었고, 새로 도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막상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여러 가지 의미로) 밴이 내 앞에 나타나자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계약서를 쓰기 위해 밴 안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서류상의 주인이 아닌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밴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짐이 없어서 그런지 성인 셋이 들어와 있는 데도 딱히 비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서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드디어 열쇠를 받아 들었다. 스마트 키는커녕 원격 잠금장치도 없는 투박한 열쇠지만 그제야 우리가 집을 샀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솔직히 밴의 첫인상은 무척 좋았다. 아담하고 눈부시도록 하얀 밴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만약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서 밴을 처음 봤다면 보자마자 부둥켜안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처음 만난 밴은 너무도 낡아 보였고 또 무척 시끄러웠다.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살아보자 해서 밴에 살기로 했는데,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 싶었다.
밴을 인수받고, 직장을 그만두고, 살던 아파트를 정리했다. 이제 밴 내부를 꾸미기 전 해야 할 일은 청소였다. 먼저 전주인이 적당히 만들어둔 가구들과 낡은 단열재를 모두 분리해서 꺼냈다. 역시나 곳곳에 먼지가 가득했다. 걸레와 솔 등을 가져와 박박 닦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검은 물이 흘러내렸다. 신데렐라처럼 하루 종일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며 무릎을 꿇고 청소를 하는데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우리도 드디어 집을 샀구나.
옛날의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가끔 이유 없이 바닥을 쓰다듬곤 한다. 남자 친구는 내가 자기 전에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상판을 한 번 쓱 닦는 걸 아직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매일 저녁 작은 집 안을 정리한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자고 있는데 손님이 올 리도 없다(밤손님은 올 수도 있지만). 나만의 작은 의식 같은 거랄까. 자고 일어났을 때 마주한 첫 장면이 두 평 남짓한 집 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일 때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여전히 우리 집은 낡았고, 시끄럽고, 작다. 그럼에도 나는 아주 작은 우리 집이 미치도록 좋다. 매일 청소를 하며 어릴 적 할머니가 작디작은 방바닥을 닦고 또 닦으시던 모습을 마주한다. 집에 대한 애정은 크기가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손길에서 나온다는 걸 옛날의 부모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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