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없다 치고

도둑맞은 집중력, 그렇다면 집중력 없다 치고

by COCOCO


도무지 긴시간 집중이 어렵다. 카톡이 오든, 메일이 오든, 그냥 지루해서 내가 휴대폰을 집어 들든

가만히 하나에 몰입하는 시간이 한시간을 넘기기 힘들다.


나는 마케터다. 마케터가 주로 하는 일은 기획이다.

기획이라는 일이 그렇다.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려면 어떤 프로세스가 이뤄질지, 단계별로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보면서 계획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만약 저렇게 된다면? 만약, 만약을 계속해서 생각한다.

공기처럼 떠다니는 무형의 아이디어와 흩어지는 대화들을 붙잡아

글자든 그림으로 그려내든 '이렇게 생겼다'고 사람들의 눈 앞에 내놓는다.




상상을 해야하는데 집중력이 점점 짧아진다.

휴대폰이든 쇼츠든 도파민 터지는 뭐든 사라지지 않을 원인들이라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라 하는게 맞다. 집중력이 짧아지는 인류가 되는 것이랄까.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자극은 계속 발전해왔고 가장 큰 부가가치를 얻었다.


그렇다해도 요즘의 변화는 더욱 충격적이고

한해 한해 집중력이 짧아지는 것이 느껴지는 정도다.

그렇다면 집중력을 늘릴 수 있을까? 없다.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노화. 그냥 기본 세팅 조건의 변화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나도 물론 많이 해봤다. 휴대폰 안보기, 디지털 디톡스, 명상, 요가 등등등.

하지만 요요처럼 곧 다시 되돌아가고만다.


그보다 짧은 집중력에 맞춘 전략을 세우는 편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타이머를 30분에 맞추고 30분 단위로 업무를 스위치한다.


A에 대해 30분간 생각을 정리하고 잠시 쉰다.

그리고 다시 B에 대해 30분간 붙잡는다.

잠시 쉬고 다시 A 로 돌아간다. 아까와 다른 것이 보인다.

오호라, 이런 식으로 해보니 나쁘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집중력을 잃은 대신 AI를 얻었다.

30분이면 2시간은 걸리던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러니 사실 효율은 나빠지지 않았다.



집중력 없다치고 일하기. 요즘 나의 실험항목이다.

꽤 효율이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쏴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