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예찬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장점 세 가지를 말해 주세요.

by 서가지현

나의 남편은 치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 치타 말고, 타잔 옆 그 치타요. 20살 언저리. 그 시절부터 그는 그렇게 불렸습니다. 스물여덟에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을 했습니다. 친구보다는 멀고, 지인보다는 가까운 사이로 지낸 시간이 길었는데요. 내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지켜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치타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친구입니다. 연애 시절, 놀이터 그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놀이터는 흙바닥이었는데 방금 온 비로 젖어 있었어요, 치타가 갑자기 손에 든 우산 끝으로 수학 문제 풀이를 하더라고요. 처음엔 당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즐거웠습니다. 수학이 재밌다기보다 수학을 대하는 태도가 신선했습니다. 지금도 치타는 그대로입니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이들과 토론을 벌이고, 철학책을 읽다가 질문을 던집니다. 중학생 큰아이는 종종 미간을 찡그리며 “아빠랑 얘기하면 끝이 없어!”라며 도망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도, 나도 압니다. 치타의 호기심이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넓히고, 배움의 장으로 만든다는 걸요.


치타는 상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는 돌봄 선수입니다. 연애 시절, 내가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있자 함께 목도리를 뜨겠다고 하더라고요. 그해 겨울 우리 둘은 카페에서, 맥주집에서 목도리를 함께 떴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목도리를 서로에게 선물했어요. 연애 기간이 짧았던 우리에게 인상깊은 추억이에요. 그리고 그 목도리. 아직도 서랍에 보관 중입니다. 결혼 후에도 이 태도는 이어졌습니다. 치타의 돌봄력은 지금도 발휘 중입니다. 아이들의 욕구를 살피고, 그곳에서 출발하는. 육아의 정석-치타입니다.


또한 치타는 20년 동안 같은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힘들지 않을 리 없습니다. 직장인 치타는 언젠가부터 “젖은 낙엽론”을 자주 이야기하는데요. 바닥에 찰싹 붙어 쉽게 날아가지 않는 낙엽처럼, 버틴다는 말입니다. 농담처럼 흘려 말할 때도 있었고, 비장하게 내뱉을 때도 있어요. 그의 능력과 재주가 아까워 다른 제안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덕분입니다. 오르락내리락 감정기복이 있는 나를 진정시키며 안정적으로 가정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요. 한 번씩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돌발적으로 내뱉는 내게 담담하게 대꾸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말은 짧지만, 그 안에는 치타의 책임감이 담겨 있습니다.


만난 지 30년, 함께 산 지 20년. 개구진 웃음으로 분위기를 풀고, 필요할 땐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 호기심으로 세상을 넓히고, 돌봄으로 마음을 채우고, 책임감으로 삶을 버티어 주는 사람. 내 옆지기 치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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