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여행 #2
걷다 보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원래 알았던 친구들도 있고, 방금 막 친구가 된 이들도 있고, 이제 알게 되었지만 마치 오랜 시간을 알아온 것만 같은 친구들도 있다. 셔반샤 궁에서 만났던 가이드, 레일라가 나에겐 오랫동안 알아 온 것만 같은 친구였다.
사실 나는 여행지에 가서 나의 이해를 위해 가이드에게 돈을 지불하고 이야기 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유적지는 물론이거니와 그 나라와 사람들에 대한 나의 이해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나로 인해 사람들이, 이 사회가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오만함도 작용해서 일 것이다. 여행자 때문에 본 모습을 잃어버린 아이들, 유적지, 문화, 사회를 보았기에 왔다가 떠날 이들은 그 사회에 미미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나도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며,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날은 매표소 직원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겠냐는 질문을 잘 못 알아들은 것인지, 아니면 친구를 만나기 위한 필연이었던 것인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마치 아이로 되돌아 간 듯, 끊임없는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귀찮았을 법한데도 오히려 자기에 대해, 문화에, 나라에,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친절히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행객과 관광객의 친밀감 이상을 쌓아 연애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헤어질 때는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없으니 너무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어떤 이들은 한참을 알고 지내도 심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방금 알게 되었음에도 매우 친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사람을 가리는 나의 탓도 크겠지만, 궁합이나 인연이라는 애매모호나 단어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가 다음에 만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수 많은 인연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