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멀리 내다보기

아제르바이잔 여행 #4.5

by 쪼꼬미닥

위에서 내려다 보고 멀리 내다보기. 그리고 불빛 바라보기.


새로운 풍경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다. 때로는 시간에 쫓겨, 여건에 의해 자유롭게 떠나지 못할 때가 있다. 여행자가 되고 싶으나 장소에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간을 바꾸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익숙한 곳이라도 시간이 달라지고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면 다른 곳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국가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나를 구워버릴 기세로 내리쬐는 태양에 질려버렸다. 그래서 도시에도 질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온지 얼마나 되었고 얼마나 돌아다녔다고 벌써?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높은 곳에 올라, 해가 지고 가로등과 전등이 들어온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 멀리까지 탁 트인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답답했던 마음의 근심들이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물론 여행 중에 자유로운 영혼이 얼마나 많은 근심이 있었겠냐만은.


서울에 있을 때도 높은 산이나 건물에 올라 아래를 쳐다보고 멀리 바라보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었다. 마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내 아래로 있는 것은 내가 지배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아니면 '내 아래로 있는 것들이지만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포기하는 것이 마음이라도 편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던,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 나에게는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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