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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Dec 28.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26 바이오&제약

바이오: 우리의 소원은 슈퍼 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2000년대 이후에도 사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가 유행했지만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팬데믹은 1918년 발생했던 스페인독감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점차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다음에 찾아올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드리우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바이러스가 나타난 후에 치료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오늘은 반도체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도할 바이오 산업에서 나타나는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한 경쟁력까지 알아볼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를 이용하거나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의약품을 통칭한다. 기존에는 화학 물질을 합성해서 만드는 케미컬의약품이 대세였지만 고유의 독성이 낮고 난치병이나 만성질환에 효과를 지닌 바이오의약품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백신이나 호르몬 뿐만 아니라 단백질치료제, 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세포치료제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여전히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바이오의약품이 수두룩하다. 특히 팬데믹 발생 이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셀트리온,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 뿐만 아니라 진단키트를 만드는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까지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신약은 특허를 출원한 후 20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바꿔 말하면 20년만 지나면 블록버스터 바이오신약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신약과 유사하게 만든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의 기능성과 안정성을 개선한 의약품을 바이오베터라고 부른다. 바이오의약품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업체 수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특히 내년에는 전세계 1위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되는데 국내 바이오시밀러 빅2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뿐만 아니라 LG화학과 에이프로젠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참전을 알렸다.


바이오의약품은 개발 단계에서도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지만 생산 단계에서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공장이 멈추면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된 의약품의 생산은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다른 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을 위탁생산업체(CMO)라고 부른다. 한편 세포주 구축부터 초기 임상까지 의약품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을 위탁개발업체(CDO)라고 부른다. 특히 송도가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와 K-바이오 랩허브를 유치하면서 해당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뿐만 아니라 올해 정식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까지 관심을 보였다.



서정진 회장은 미국에서 바이오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셀트리온을 창업했다. 2013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셀트리온은 스타로 떠올랐다. 2016년 램시마 미국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에 이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EMA와 FDA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바이오시밀러 신화를 창조했다.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안정 궤도에 안착한 뒤에는 화학합성의약품 및 항체의약품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제네릭 항생제 '리네졸리드'의 FDA 판매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EMA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판매허가도 받았다.


이재용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부터 생산까지 대신 해주는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이다. 2021년 모더나 백신을 수주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서 위상을 높였고, 202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서 역량을 키웠다. 송도 4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론자와 베링거인겔하임을 제치고 글로벌 CDMO 1인자에 올라섰고 5공장 건설도 준비하고 있다. 2023년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 트랙에서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글로벌거점을 3대 성장 축으로 한 주요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무려 30년 동안 인내와 뚝심으로 바이오를 끌고 왔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각각 신약개발과 백신생산에 주력하며 바이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9년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여 FDA와 EMA의 승인까지 받았는데 이 약은 국내 최초로 매출 1조 원 이상 기록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2020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한 데 이어 올해는 '스카이코비원'이라는 코로나19 백신을 자체개발했다. 게다가 SK팜테코(위탁생산), SK플라즈마(혈액제제)까지 가세하면서 SK그룹의 바이오 스토리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바이오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반도체 신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TSMC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다른 기업들의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는 것만으로 반도체 산업의 정상에 올랐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에서 맹추격을 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일명 '슈퍼 을'이라고 불리는 TSMC 덕분에 대만의 1인당 GDP는 올해 대한민국의 1인당 GDP를 넘어섰다. TSMC의 사례는 바이오 산업에서 자체 신약을 개발하지 않아도 1인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K-바이오는 제 2의 파운드리가 되어 대한민국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 잘 키운 기업 하나, 산업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제약: 알맹이든 껍데기든 모두 오라.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신풍제약 #보령제약 #영진약품 #부광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불로장생은 진시황부터 꿈꿔왔지만 아직까지도 이루지 못한 인류의 숙제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흘러가는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데 구글이 설립한 바이오 기업 ‘칼리코’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와 노화 연구에 15억 달러를 투자하는 협약을 맺었고, 인간의 수명을 500년까지 연장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무병장수라는 희망 대신 유병장수라는 현실에서 제약 산업 앞에 놓인 기회는 여전히 노다지 땅이다. 국내 제약 빅5(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을 중심으로 제약 산업에서 나타나는 여러 트렌드를 알아보고 제약 기업을 분석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요소를 짚어보자.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M&A가 분주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암젠이 호라이즌테라퓨틱스를 280억 달러에 인수하며 신호탄을 쐈다. 팬데믹 기간에 꿈을 팔고 미래를 당겨서 호황을 누렸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돈을 못 벌고 현재를 못 버티는 기업은 최대 위기에 놓였다. 반대로 상황이 좋을 때 곳간을 넉넉히 채워놨던 기업에게는 지금이 좋은 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편 한 제약사가 자금경색에 빠진 다른 제약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가 맞는 상위 제약사끼리 합병해서 공룡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다만 M&A에 보수적인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해외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트렌드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유한양행을 비롯하여 녹십자, 종근당은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는 자체 역량만 고집하며 폐쇄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 결과 신약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었고, 연구 실패의 손실을 홀로 떠안아야만 했다. 그러나 외부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자세 덕분에 신약 개발 성공률과 수익성이 대폭 증가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강점을 공유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이루어지는데, 보통 기술이 있지만 자금이 없는 국내 제약업체의 경우 기술이전과 라이선싱으로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플랫폼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업과 협약을 맺었다. 빅데이터 기술로 연구 논문을 수집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의료 정보를 분석하면 신약 개발 과정 기간이 단축되고 신약 후보 물질 발굴도 정확해진다. 제약업계가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는 자본력을 4차산업혁명의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을 근거로 제약업계의 첨단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규제했던 정부에서도 디지털헬스케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보건의료 관련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약 기업의 제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ETC)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의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 대웅제약의 피로회복제 '우루사'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고, 녹십자의 면역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한미약품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일반의약품은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반면 전문의약품은 대중광고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를 대상으로 영업만 할 수 있다. 한편 의약품 외에도 기업마다 영위하는 기타사업, 해외사업, 신규사업은 약간 다르다.


제약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 비용의 비율도 중요한 지표이다. 국내 5대 제약사는 연간 매출액의 10-15%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다른 산업의 평균이 3-4%라는 것을 고려하면 제약 산업은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R&D에 재투자하는 셈이다. 제약 기업의 성패가 미래가치를 얼마나 많이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기준과 정부보조금을 R&D 비용에 포함하는 방식이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인지는 심층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만약 R&D가 실패하면 기업이 휘청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약 기업의 호재와 악재는 신약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진행 현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녹십자의 면역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은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종근당의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은 글로벌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개발했고, 한미약품은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FDA 승인은 무산됐지만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의 FDA 승인을 받았다. 물론 임상 결과와 당국 승인이 결코 파이프라인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빅5 외에도 코스피에는 신풍제약, 보령제약, 영진약품, 부광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등 많은 제약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중견 제약 기업의 파이프라인까지 모두 분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전문가라 할지라도 파이프라인의 성공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제약 산업이 앞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떤 기업이 알맹이이고 어떤 기업이 껍데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아예 처음부터 투자하지 않거나 ETF로 산업을 통째로 사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제약 산업 투자의 정석은 단기적인 이벤트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트렌드를 긴 호흡으로 기다려주는 것이다.



Epilogue

주가 없는 주식학 시리즈 연재를 마쳤습니다. 올해는 반도체 산업은 재고가 쌓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전했던 반면 배터리와 바이오 산업은 규모가 커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선방했습니다. 앞으로 코스피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요? 작년에는 4000을 뚫고 올라갈 것 같았는데 내년에는 2000을 깨고 내려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가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기 때문에 기업을 분석할 때에는 주가를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주가와 관계 없이 기업의 임직원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산업의 구조와 기업의 전략을 이해해야 훌륭한 주식 투자자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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