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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Oct 21. 2022

유소유 #42 카카오, 이렇게 또 넘어가실 건가요

투자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카카오 사태의 3가지 교훈

지난 주말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가 통째로 중단되면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력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명했고, 남궁훈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며 한시라도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주말 내내 불편함을 겪었고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급락했다. 게다가 금전적 피해와 사생활 침해를 겪은 사람들은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언론은 이때다 싶어 카카오를 물어뜯고 있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 사태를 단순하게 넘기기에는 시사점이 너무 많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카카오 사태의 3가지 교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1. 모든 기업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리즈 시절'이라는 말은 주로 누군가의 찬란하고 영광적인 순간을 기리기 위해 사용되지만 한편으로는 리즈 시절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사람은 리즈 시절을 찍고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는 게 자연스럽지만, 기업은 한번 전성기를 누렸더라도 또 다시 성장기를 맞이할 수 있다. 카카오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성장가도만 달렸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매일매일이 리즈 시절이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울듯이 2021년 하반기부터 골목상권 침해, 개인정보 수집, 자회사 쪼개기상장, 그리고 이번 데이터센터 셧다운까지 겹악재가 끼면서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과연 카카오의 리즈 시절은 이미 지나간 것일까?



2020년에 카카오의 어두운 미래를 예상했던 사람들이 있을까. 전국민이 카카오톡을 쓰고 카카오라는 이름의 수많은 서비스가 나오는데 여기서 올라가면 올라갔지 절대로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흥함이 있으면 망함도 있고, 성장이 있으면 쇠퇴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주식 투자에서는 이러한 사이클의 변곡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한다. 시장은 주가가 오르면 호재만 보여주다가 한순간에 분위기를 바꾸고 악재만 보여주면서 주가를 내린다. 이번 카카오톡 먹통 이슈는 잽, 스트레이트, 훅에 이은 어퍼컷이었다. 이제부터 투자자로서 따져볼 것은 카카오가 K.O를 당할지, 다시 일어나서 승부를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PC의 제왕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회사가 분할될 위기에 빠졌다. 그 이후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 덕분에 애플, 아마존, 알파벳, 메타 같은 빅테크가 독점 논란에 시달리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용히 독점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는 본사의 이름을 걸고 주력 사업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지분 투자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지만, 자회사의 지분을 쪼개서 상장하거나 모회사의 존재를 대놓고 공개하지 않는다. 앞으로 카카오는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여타 빅테크처럼 독점 논란을 회피하면서 주력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위기를 잘 넘기면 기회가 또 찾아올 것이다.



2. 독점은 세상에 혁신을 가져다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경쟁의 가치를 매우 중요시한다.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고 생존하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모든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승리의 열매를 맛보려고 하는 순간 시장은 독점기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카카오가 열심히 경쟁하면서 소비자의 편의를 증대시키고 투자자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동안 카카오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카카오와 겨루던 경쟁사가 모두 사라지고, 새로 나타난 경쟁사는 카카오에게 뿌리부터 뽑혀가는 상황이 되자 시장은 카카오를 악당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힘이 강한 게 잘못이 아니라 강한 힘을 잘못 사용하는 게 문제인데, 어느 순간 '강자는 나쁘고 약자는 착하다'는 비합리적인 논리구조가 생겨났다.



이제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 자리를 다른 서비스에 내어줄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과 카카오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카카오톡 장애 기간 동안 라인과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던 200여만 명의 사용자는 카카오톡이 복구되자마자 복귀했다. 아무리 카카오가 미워도 나 빼고 아무도 쓰지 않는 메신저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카카오톡 네트워크 효과의 위대함은 이로써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카카오 플랫폼의 성장에 환호하던 투자자들마저 카카오톡 마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자 갑자기 플랫폼의 독점에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독점이 정말로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의 힘이 강해지면 약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게 극단적인 수준으로 보상을 함으로써 발전한다. 모든 기업인은 바로 이 독점이익을 누리기 위해 24시간 365일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카카오 또한 독점이익 덕분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들은 불쾌했던 사건 한번으로 카카오를 독점기업으로 매도하고 있다.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독점=갑질'이라는 잘못된 잣대를 들이대면 세상에 혁신은 사라지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고 싶다.



3. 이 와중에도 웃는 기업은 있다.


시대가 변하면 주인공도 바뀌지만 어떤 시대에나 주인공은 존재한다. 메시와 호날두 같은 슈퍼스타가 언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있지만 '메날두' 이전에도 주인공이 있었고, 이후에도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날 것이다. 카카오 사태가 터지고 많은 사람들은 카카오톡이 마비되면 대한민국이 마비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카카오톡 이전에는 버디버디가 있었고, 카카오톡이 이후에도 라인, 텔레그램 등이 있었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능보다 타이밍과 마케팅 때문이었다. 설령 카카오톡이 사라진다고, 카카오가 무너진다고 해도 대한민국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큰 상처는 입겠지만 말이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은 카카오톡의 마비로 네이버나 페이스북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떠나 다른 메신저로 이동한 유목민은 규모도 크지 않을 뿐더러 카카오톡이 정상화되자 하루 만에 되돌아왔다. 그렇다면 카카오 사태의 최대 수혜 기업은 어디일까? 카카오 사태에서 SK C&C의 대처가 논란이 되었고, 데이터센터 이원화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영위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나 삼섬에스디에스, LG CNS 등 SI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알파벳(GCP) 등 글로벌 클라우드 3사도 다시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산업과 함께 커지는 산업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엔비디아, AMD 등 데이터센터용 칩을 만드는 반도체 기업과 그 뒤에서 조용히 웃는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장비업체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가까이 난 상황이다. 한편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암호화폐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 사태의 최대 수혜주는 카카오가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카카오를 나무라지만 아무도 카카오를 떠나지 못하는 지금, 카카오가 절치부심하고 생태계를 더 굳건하게 만들면 이번 사태는 몸에 쓰지만 이로운 약이 될 것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계속 성장만 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 사이클에도 호재가 있으면 악재도 있다. 기업의 경영자로서 해야 할 일은 호재에도 들뜨지 않고 좋은(Good) 기업을 넘어 위대한(Great) 기업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며, 악재에도 주눅들지 않고 주주와 임직원을 다독여 위기를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은 관성에 빠지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큰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1등은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 자리로 새로운 1등이 올라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가 왕좌에서 밀려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새로운 왕은 누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43 (10/28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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