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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Oct 28. 2022

유소유 #43 전원수비 중인 시장, 공격기회는 또 온다

야구에 빗대어 알아보는 투자의 3가지 속성

KBO 포스트시즌이 막을 올렸다. 144 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과 달리 가을야구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따라서 가을야구에서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 팀의 원투펀치를 한 경기에 모두 투입하는 등 정규시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한 전술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투자자들의 행태를 보면 주식을 모조리 팔고 예적금과 채권 같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몰려간 모습이 마치 만루 위기에서 끝내기를 막으려는 전원수비를 연상시킨다. 과연 이들은 다음 공격찬스에 득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은 야구에 빗대어 투자의 3가지 속성을 알아보고,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자.



1. 투자에도 공수교대가 있다.


재테크는 어원이 불분명하지만 재테크는 일본의 경제 호황기에 유행했던 자이테쿠(재물+테크놀로지)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재테크는 돈을 다루는 모든 기술들을 통칭한다. 다시 말해 돈을 모으고 지키는 것(저축) 뿐만 아니라 돈을 쓰는 것(소비) 돈을 굴리고 불리는 것(투자)까지 모두 재테크의 범주에 포함된다. 결국 투자는 재테크의 한 영역에 속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저축이 수비 기술이라고 한다면, 투자는 공격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공격을 안 하고 수비만 하면 야구가 재미없겠지만 공격과 수비가 교대되기 때문에 투자는 흥미로운 것이다. 지금부터는 저축과 투자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재테크 필승 공식을 찾아보자.



저축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야구에서도 호수비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바꾸고 승리를 안겨주는 것처럼, 저축을 잘하는 사람은 위기를 넘기고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좋은 기업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때 소비를 참고 저축을 했던 사람은 좋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면 수비 실책 하나로 다 이긴 경기를 내어주는 것처럼 저축을 하지 않고 흥청망청 소비한 사람은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를 발견하더라도 절대적인 투자 규모가 작아 전체 수익률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할 수 있다. 한편 수비를 끝내면 공격이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저축을 잘하면 투자의 기회도 더 빠르게 찾아온다.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재테크라는 경기에서 승자가 되기 위함이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류현진도 한화에서는 9승밖에 못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무리 국보급 투수라도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저축을 기본적으로 하면서 결국에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재테크라는 게임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저축은 치열하게, 투자는 신중하게 하는 것은 재테크의 필승 공식이다. '두 골 먹으면 세 골 넣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저축을 소홀히 하고 투자를 경솔히 하면 재테크 대참사로 이어진다. 저축과 투자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재테크 명장이 되기를 바란다.



2. 투자에서 위험은 상수이다.


투자라는 단어의 한자어를 풀이하면 '자본을 던지다'라는 뜻이다. 투자자는 야구 경기에서 투수와 많이 닮았다. 때로는 강력한 직구를, 때로는 교묘한 변화구를 던져야 하고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 많을수록 타자를 공략하기 쉬워진다. 또한 운에 따라 좋은 공을 던졌음에도 홈런을 맞을 수도 있고, 실투를 했음에도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도 있다. 한편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볼을 선언하는 심판은 시장에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불확실성에도 투자자는 왜 자본을 던지는 선택을 할까? 투자의 세계에서 위험은 항상 존재하는 상수이며,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피하기 위해 미래의 자신에게 현재의 자본을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수가 폭투(와일드피치)나 사구(데드볼)을 저지르면 실점 위기에 빠진다. 게다가 만약 타자의 머리를 맞추는 헤드샷이 나오면 투수는 그 자리에서 퇴장당한다. 투자에서도 잦은 실수는 수익률을 갉아먹고, 단 한 번이라도 큰 실수를 저지르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에서 반대매매, 채권 투자에서 기업부도, 부동산 투자에서 역전세난은 투자자가 가장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위험이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투자자는 언젠가 큰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잘 맞는 특정한 자산군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범위을 넓혀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하는 것도 장기적인 자금운용을 위해 필요하다.



무사만루 위기에서 한 점만 내어줘도 경기가 끝나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도 투수는 공을 던져야만 한다. 타자에게 맞는 것이 두려워서 공을 던지지 않으면 심판은 보크를 선언하고 이러나 저러나 경기에서 패배하게 된다. 아무리 시장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투자자는 어딘가에 돈을 던져야 한다. 무언가를 선택해서 생기는 위험도 있지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서 생기는 위험도 위험이라는 뜻이다. 원금 손실이 두려워 위험을 짊어지지 않으면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선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투자에서 실패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가 인플레이션에 잡아먹히는 투자 실패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3. 투자에는 9회말이 없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슈퍼개미', '수십억 자산가' 같은 타이틀을 달고 여러 경제 방송에 출연해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들 중 대다수가 손실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시장을 이해하고 기업을 분석하는 그들의 통찰력은 빛났지만 그들이 유명해질 수 있었던 건 시장의 운때를 잘 만났기 때문이었다. 단판 승부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경기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이변이 꽤 자주 발생한다. 어차피 뒤가 없으니 양팀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는 9회말로 끝나지 않는다. 오직 운으로만 평생을 투자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투자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시간과 정성이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지식 축적이 요구된다. 야구에도 1루가 비어있는데 강타자가 나오면 볼넷으로 거른다거나, 1루 주자를 2루까지 안전하게 진루시키기 위해 번트를 대는 것처럼 공식 같은 전술이 존재한다. 투자에도 금리인상기에는 가급적 소프트웨어 주식을 피한다거나, 경기민감주의 턴어라운드를 노리면서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수소비재 같은 경기방어주와 분산하는 것은 조금만 공부해도 알 수 있는 투자 지식이다. 각 산업의 업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지, 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를 움직이는 주력 사업은 무엇인지 공부하는 것이 바로 '주가 없는 주식학'의 목적이다.



예상을 벗어난 상황에서도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음 수양이 요구된다. 믿었던 수비수의 어이없는 실책이 나오면 멘탈이 약한 투수는 마운드에서 흔들리고 실투를 범하지만, 멘탈이 강한 투수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이닝을 마무리짓는다. 투자에서 마음을 수양한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생각할 때와 행동할 때를 구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이 조급할 때 내리는 의사결정의 상당수는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 즉, 투자는 누가 더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인내했느냐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투자자의 마인드셋을 기를 수 있는지 다양한 상황과 주제로 사고하는 것이 바로 '유소유'의 목적이다.



야구에서는 쓰리아웃이 되면 공수가 교체된다. 다득점 이닝이 나오면 공격이 오래 지속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수비를 해야 하는 때가 돌아온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투자자들은 대략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2022년이 되면서 공수가 교체되었고 투자자들은 주식 박살, 채권 박살, 부동산 박살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3번-4번-5번 타자)를 막아내지 못하며 대량 실점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투자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를 했던 사람은 위기를 막을 구원투수를 낼 수 있다. 이 글이 어떻게 이번 위기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다음 기회에서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44 (11/4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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