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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Nov 11. 2022

유소유 #45 당신만의 데이는 언제입니까?

10월 29일 토요일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떠나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고였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충격이 조금 가라앉자 한편으로는 '왜 사람들은 할로윈데이에 그렇게 열광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국가공휴일은 쉬는 날, 노는 날 말고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정작 스스로 기념할 만한 의미있는 날은 있는가?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투자 과정에서 본인이 달성한 성과를 자축하는 것도 장기투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자축하는 나만의 3가지 기념일을 소개한다. 당신도 당신만의 데이를 지정하고 기념하길 바란다.



1. Double Day: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투자자에게는 끝나지 않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언제까지 돈을 모아야 하고, 언제부터 돈을 쓸 수 있는가? 커져가는 계좌 속의 돈을 볼 때면 마음이 든든하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만 커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피할 수는 없으니 즐겨보기 위해 나는 자산을 모으는 것을 게임화했다. 게임의 룰은 '두 배 불리기'인데 내 자산 수준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나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선물의 금액대는 목표했던 자산 수준의 최대 5% 이하로 설정했다.



나는 1단계를 1000만 원으로 설정했는데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시작점을 다르게 설정해도 된다. 이렇게 시작한 이유는 1000만 원의 1%에 해당하는 10만 원이 처음 투자에 발을 들였던 대학생 시절의 나에게는 의미있는 액수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으로 12시간 일하면 대략 10만 원을 벌 수 있는데, 시장이 하루에 1%만 움직여도 10만 원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게 그 당시에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두 배 불리기의 마지막 단계는 102억4000만 원에 해당하는 11단계이다. 아직 감조차 잡히지 않지만 100억 원의 1%에 해당하는 1억 원이 하루에도 움직일 수 있는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자산을 키우는 것에 집착하진 않을 것 같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누구나 1년 안에 1000만 원은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모든 생활비를 직접 부담하면서도 1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1000만 원을 모으고 나니 2000만 원까지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처음 1000만 원을 모았을 때 나는 30만 원으로 정장을 맞추면서 진정한 사회로 나가는 나 자신을 응원했다. 그리고 2000만 원을 모았을 때 100만 원을 보태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내년에는 4000만 원을 모아 3단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만 원으로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선물을 고민하는 게 외로운 투자자의 길을 달래주는 큰 힘이 되고 있다.



2. Dividendn Day: 자린고비는 되지 마라.


자산을 두 배씩 불리는 게임은 초반에는 가속이 붙지만 점점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1억 원 이상으로는 절대적인 액수 자체가 1년 안에 모으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중간에 시장 폭락을 맞아 오히려 자산 단계가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1억 원의 벽을 넘은 뒤에는 새로운 기념일이 필요해진다. 물론 나는 1억 원의 벽을 넘기 전부터 실천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배당 잔치'인데 주식 배당을 포함해서 채권 이자나 부동산 월세 중 일부를 떼서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투자를 하느라 잘 챙기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자본주의에서 달성한 성과를 함께 축하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부 기업은 회사를 키우느라 배당을 주지 않지만 많은 기업이 배당을 준다. 미국에는 월배당, 분기배당을 하는 기업도 많고, 우리나라에도 대기업 중심으로 분기배당을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배당금까지 재투자해야 복리의 마법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금이 작을 때에는 보이지 않는 복리의 마법 환상에 회의감이 밀려올 수 있고, 자칫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쓰지 못하는 자린고비가 될 수 있다. 이때 배당금 중 일부만이라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자산보다 소중한 자신과 주변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지킬 수 있다. 특히 배당은 지급 시기와 규모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지출하기에도 용이하다.



나는 포트폴리오를 짤 때 배당주를 먼저 깔아놓는다. 연간 목표수익률을 10%로 잡기 때문에 배당주를 25% 정도 깔고, 나머지 75%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작년에 투자했던 주식으로부터 올해 나는 20만 원 정도 배당을 받았고, 바빠서 안부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던 부모님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올해 투자했던 주식으로부터 내년 나는 50만 원 정도 배당을 받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몸과 마음이 지쳤던 나를 위로하기 위한 여행 자금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배당이 100만 원을 넘기 전에는 재투자를 하지 않고 요긴한 데 쓸 예정이다. 그 이후로는 복리의 마법을 경험하기 위해 재투자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3. Present Day: 인간관계에도 투자하라.


수능이 다가왔음을 알리듯 한파가 찾아왔다. 오늘로서 2022년은 단 50일 남았다. 누군가는 올해 목표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달리겠지만, 나는 당신이 잠시 멈추고 방향을 다시 잡으면서 체력을 비축하기를 바란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아쉬워서 억지로 힘을 쥐어 짜다 보면 내년 초반부터 지칠 수 있다. 게다가 마음이 급할 때 내린 결정은 올바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몇몇 기업은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사무실을 셧다운하기도 하고, 주식 시장도 12월 31일은 휴장일로 지정하고 있다. 투자자도 연말연초에는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나는 여기에 '셀프 시상식'이라는 콘셉트를 접목해보았다.



올해 시장에는 전쟁, 봉쇄, 인플레이션, 자이언트스텝, 당대회, 중간선거 같은 빅 이슈가 많았다. 셀프 시상식을 하면 한 해 동안 정신없이 지나간 증시를 정리할 수 있다. 올해 가장 많은 수익을 안긴 종목과 가장 많은 손실을 입힌 종목, 올해 시장을 이끌었던 주도주와 잡음을 일으켰던 테마주를 선정하면서 2022년 주식 시장을 돌아보자. 그리고 내년에 주목할 산업과 주의할 기업까지 선정하면서 2023년 포트폴리오에 담길 종목도 추려보자. 매일 나오는 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미리 선정한 투자 키워드를 바탕으로 거대한 흐름 속에서 미세한 수정만 거치는 것을 추천한다. 투자 계획을 세우고 투자 성과를 평가해서 자신에게 합당한 보상을 줄 수도 있다.



꼭 주식에만 셀프 시상식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올해 가장 감사했던 사람에게 대상을, 올해 처음 만난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에게 신인상을 수여하면서 감사함을 담은 편지와 함께 선물을 건네줄 수도 있다. 또한 어떠한 이유로 오해가 생겨서 서먹해진 사람에게도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된다. 나는 유통주에 관심이 많아서 편의점이나 백화점에 자주 가는데 실물 경제의 분위기나 새로 유행하는 브랜드를 파악하기 좋다. 특히 최근에는 편의점 와인코너나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선물하기 좋은 제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연말부터는 인간관계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투자금도 따로 마련해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은 마침 빼빼로데이다. 1이라는 숫자가 네 번 있는 게 무슨 의미라고 여기저기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은 초콜릿이나 사탕을 파는 기업에게만 중요한 날이다. 사람들과 가볍게 마음을 주고받기에는 좋은 핑계이지만 정작 나 자신을 돌보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상이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날에 목매지 말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날을 기념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 내 자산이 두 배가 되는 'Double Day', 내가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는 'Dividend Day',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시상하는 'Present Day'가 근본도 모르는 데이보다는 낫지 않은가?



<다음 편 예고>

유소유 #46 (11/18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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