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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Dec 16. 2022

유소유 #50 투자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습니다

2023년을 주도할 투자 트렌드 3가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로 올라오는 책이 있다. 바로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이다. 내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유행할지 궁금한 소비자부터 연말연초를에 마음가짐을 재정비하려는 소비자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내년을 주도할 10 가지 트렌드의 앞글자를 따서 해당 연도의 십이간지 동물과 관련된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마케팅이었다. 이를 응용하여 2023년을 주도할 투자 트렌드 3가지를 제시하고 앞글자를 딴 키워드까지 만들어보았다. 2023년에는 잡다하고 불필요한 것을 모두 덜어낸 'NET' 투자가 대세로 떠오를 것이다.



1. Necessary: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0년 모든 자산 가격이 몇 배 상승하면서 사람들은 투자를 안 하면 뒤쳐진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2022년 내내 자산 가격이 다시 흘러내리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2020년 같은 폭등장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굳이 계좌를 들여다보거나 말을 꺼내고 싶지는 않겠지만 각자 물려있는 자산이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은 손실을 입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판단하고, 이익으로 돌아설 때까지 버티거나 새로운 자산으로 갈아탈지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투자도 사랑처럼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멈추지 말아야 하는 행위가 되었다.



그동안은 투자가 선택이었지만 앞으로는 필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와 제도적인 이유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수십 년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노동의 가치는 저하되었고 자본의 가치는 대체로 우상향했다. 정상적인 자본주의라면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실물자산의 가치는 올라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수십 년 전 미국에서 화폐를 들고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은 빈곤해졌고, 화폐의 무가치함을 깨닫고 가치 있는 자산으로 교환했던 사람들은 부유해졌다. 대한민국에서도 자본주의발 양극화는 이미 시작됐다.



게다가 올해 7월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증권사들의 이벤트 경쟁이 붙으면서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이 노후대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는 주식형펀드에 장기투자한 덕분에 수많은 은퇴자들의 든든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도 이를 참고하여 퇴직연금과 연금저축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1년, 2년 안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가는 제도적으로 국민들의 투자를 적극 장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2. Endure: 투자에서 유일한 정답은 인내다.


2020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투자 고수가 되기 참 쉬웠다. 그럴싸한 꿈만 그려주면 시장에서는 알아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100%, 200%의 수익률로 돌려주었다. 정부가 그렇게 집 값을 잡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도 2030 젊은 세대는 '영끌'과 '빚투'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서울 아파트 불패신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대도 지났다며 도지 코인이나 루나 코인 같은 새로운 대박을 찾아나선 사람들 중에서는 실제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르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승리감에 도취된 이들은 결국 위험을 피하지 못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2020년 투자를 실력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투자가 힘들어진 것도 정책적인 이유와 행태적인 이유로 나누어볼 수 있다. 경제는 사이클을 타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정부와 중앙은행은 2020년 팬데믹이 선언되자마자 유례없는 유동성을 퍼부었다. 그 여파로 10년 동안 돌아야 하는 경기 사이클이 3년 만에 끝나버렸다. 짧아진 경기 사이클에 맞춰 자산 가격도 폭등 직후 폭락했고, 투자 심리 사이클도 덩달아 단축되었다. 팬데믹 이후로 투자자들에게 장기란 1년 남짓한 기간이 되어버렸다. 앞으로는 경기 사이클에 맞춰 투자 심리 사이클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장기간 인내할 수 있는 투자자인지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편 정보의 홍수 때문에 가치투자도 어려워졌다. 유튜브나 텔레그램을 포함하여 투자에 관한 뉴스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매체가 과거에 비해 너무나도 급증했다. 물론 일반 사람들도 투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쉽게 수익을 내려고 하다가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정보와 소음을 분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꿈과 비전 앞에서 한번 더 인내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투자자의 참된 자세이다. 스스로를 투자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자산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투자 정보를 얻기 전에 출처의 신뢰성을 반드시 점검하기를 바란다.




3. Transformation: 투자의 패러다임이 움직이고 있다.


2020년 이전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면 별난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솔직히 미국 주식 자체에 관심이 없었고, 애플이나 테슬라의 주주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대전환으로 투자가 손쉬운 일상이 되고 글로벌 투자 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의 시야도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단연코 미국 주식은 수십 년에 걸쳐 압도적인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반면 중국 주식은 정치와 엮이면서 한풀 기세가 꺾였고, 일본 주식은 '잃어버린 30년'에서 아직도 반등의 조짐이 희미하다. 그런데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시장의 색깔이 조용히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투자의 패러다임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4 연속 자이언트스텝 속에서도 경기는 잘 버티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제로코로나'라는 비상식적인 정책 탓에 경기가 박살이 났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내년은 이 둘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 진입이 기정사실인 미국과 달리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율 전망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워낙 기저가 낮은 것도 있겠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정책과 시진핑의 외교활동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것이 느껴진다. 내년에는 중국이 투자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얼마 전 공개된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도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가 암시되었다. 상반기에 쉐브론, 옥시덴탈을 쓸어담은 버크셔해서웨이가 대만의 반도체 생산기업 TSMC를 10대 포트폴리오 안에 편입한 데 이어 일본 5대 상사의 지분을 약 1조 원씩 골고루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가는 발칵 뒤집혔다. 이번 투자는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에 베팅한 것으로도 해석되지만, 대만과 일본 기업의 비중을 높였다는 점에서 버핏 또한 투자의 패러다임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소비에 연동되고,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국인 대한민국에도 월가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한동안 평화로웠던 시장에 너 나 할 것 없이 몰려들면서 투자 세계에는 불순물이 잔뜩 끼었다. 2023년부터는 무지성 투자의 거품이 꺼지고 '진짜'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투자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평생 시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설령 정석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인내심을 갖고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를 지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유지된 미국 일변도의 투자에 균열이 생기고 글로벌 자금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꿰뚫은 자에게는 더욱 높은 '순(NET)' 이익이 주어질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51 (12/23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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