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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Dec 14.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25 배터리&전장

배터리: 전기차의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불과 몇 년 전에는 길거리에 하늘색 번호판의 전기차가 지나가면 신기해서 뒤돌아보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차가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가 되었으며 2030년에는 10 대 중 3 대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며 2036년에는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즉,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전기차의 심장과도 같은 배터리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시장이 유망하면 경쟁도 매서운 법이다. 오늘은 반도체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핵심 먹거리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배터리 산업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까지 살펴볼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330억 달러에서 연 평균 36.7% 성장하여 2025년 16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거의 메모리반도체와 맞먹는 이 시장은 대한민국, 중국, 일본 3국의 6개 업체가 80% 이상 과점하고 있다. 아직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주를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사업에 진출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은 대체불가능한 기술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배터리는 크기, 모양,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와 전기차용 준대형 배터리가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를 위주로 설명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량생산에 용이하고 경제성이 높지만 공간효율성이 낮은 원통형 배터리, 대량생산에 용이하고 안정성이 높지만 출력효율성이 낮은 각형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이 낮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리튬인산철로 양극재를 만든 LFP 배터리와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양극재를 만든 NCM 배터리가 있다. LFP 배터리는 경제성과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고, 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를 뒤흔드는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IRA 법안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축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IRA 법안으로 인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부품 조달과 제품 생산에 커다란 제약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의 CATL의 독주와 BYD의 약진을 미국이 잠시 눌러줌으로써 국내 배터리 3사가 점유율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게다가 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도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 대신 국내 배터리 3사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 격전지인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전략과 이슈를 파악해보자.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증시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분할하여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1992년 리튬이온전지 연구를 시작하여 1996년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에도 생산거점을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함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여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히 배터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구축하고 폐배터리를 재활용 및 재사용하여 배터리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삼성SDI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전자재료에서 배터리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부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전 영역에 걸쳐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동안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를 설립한 것 이외에는 북미 시장 투자에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승진 이후 GM, 볼보와 수십억 달러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테슬라와 CATL이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공동 개발하여 원통형 배터리의 밀도를 높인 것처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적층 기술을 독자 개발하여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고 있다.


SK온은 정유, 화학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회사로 설립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만 생산하는 SK온은 각형 배터리와 파우치형 배터리의 조합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SK온 역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는 포드와 손을 잡고 '블루오벌SK'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켄터키 주에 북미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개인투자자가 SK온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SK이노베이션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전기차 혁명이 성공했지만, 엄밀히 말해 배터리 산업은 이제 겨우 도입부를 지나고 있다. 배터리의 수명, 주행거리, 안전성, 경제성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고 있고 배터리의 원재료가 되는 리튬, 니켈을 선점하기 위한 광산 인수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비록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생산을 선언하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즉, 전기차와 배터리는 일단 같이 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따라서 배터리 업체들은 현재 수주잔고를 채워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하이니켈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경쟁우위를 지켜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전장: 자율주행? 가상현실? 그 어려운 걸 우리가 해냅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대한민국에서 전자제품이라 하면 삼성과 LG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두 가문은 흑색가전부터 백색가전, 피처폰부터 스마트폰까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가전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휴대폰에서는 삼성이 완승을 거두며 LG는 자존심을 구겼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전방에서 치고 받고 대결을 펼치는 플레이어라면 후방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스태프끼리의 대결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을 넘어 EV용 전자장비(전장), 그리고 VR용 전자부품을 만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특히 삼성과 LG가 그룹 차원에서 밀고 있는 전장 대결에서 마지막에 웃는 쪽은 어디일까?



삼성전기는 전류의 댐이라고 불리는 MLCC 등 수동소자를 만드는 컴포넌트 사업부문, 반도체의 뼈 역할을 하는 FCBGA 등 패키지 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 그리고 스마트폰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이 5:3:2로 안정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의 부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중국 OVX(오포, 비보, 샤오미)의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된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늦어지면서 카메라모듈은 고전하고 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장용 MLCC 비중을 확대하고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한 가운데 전장용 패키지기판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LG이노텍의 사업구조도 삼성전기와 유사하지만 비중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카메라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이 70%에 달하고, 패키지기판과 테이프기판을 생산하는 기판소재 사업부문과 차량용부품(통신모듈, 센서 등)을 생산하는 전장부품 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 각각 15%씩 차지하면서 다소 편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LG이노텍의 부품은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자 경쟁관계에 있던 애플은 핵심 협력업체가 되었고 아이폰 성과에 함께 울고 웃는 관계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전장부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작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숨은 팬데믹 수혜주로 꼽혔지만 올해와 내년 전망은 암울하다. 단순히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나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때문에 일시적인 수요 부진을 겪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업은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스마트폰 수요는 살아나겠지만 혁신이 사라진 성숙한 시장과 교체될 신성장 동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떠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두 기업이 다시 만난 곳은 다름 아닌 자동차였다. 그들의 눈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보인 것이다.



전장 시장에서 선제 깃발을 꽂은 건 삼성전기였다. 삼성전기는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5조 원대 규모의 카메라모듈 수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은 3-4 개에 불과하지만 전기차에는 무려 12-15 개까지 들어간다. 게다가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므로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대비 고사양을 요구하고 이는 고부가가치로 이어진다. 이토록 매력적인 시장을 LG이노텍도 놓칠 리 없었다. LG이노텍 또한 1조 원대 규모의 테슬라 전기차 카메라모듈 수주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핵심 고객사인 애플의 자율주행 차량을 필두로 모빌리티 고객사를 다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이노텍은 전장에 그치지 않고 신시장을 추가로 얹으면서 맞받아쳤다. 애플은 내년 중 가상현실 기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오랜 신뢰관계를 구축한 LG이노텍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드셋 또한 사용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한편 어지러움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므로 고성능 카메라모듈이 필요하고 3D 센서까지 추가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도 이에 질세라 미국 증강현실 기술업체 '디지렌즈'에 투자하며 메타를 중심으로 한 반애플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여전히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처럼 용어와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지만 메타버스 생태계를 둘러싼 빅테크의 경쟁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전장 부품 대결은 판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첫번째 빅딜인 하만에 이어 NXP나 인피니언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두번째 빅딜 후보로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전기전자 계열사가 전장 시장으로 집합하고 있다. LG전자는 구광고 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전장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전자 역시 자체 VS사업본부, 자회사 ZKW,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으로 전장 삼각편대를 구축했고,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기전자 계열사가 힘을 합쳐 전기차 빼고 다 만드는 전기차 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당장이라도 자율주행 전기차가 도로에서 다닐 것 같았고 가상현실 헤드셋이 회사에서 쓰일 것 같았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니 잘나가던 스마트폰 시장부터 주저앉고 자율주행이나 가상현실은 암묵적인 금기어가 되었다. 자율주행의 선봉장 테슬라는 100% 카메라만 고집하다가 라이다를 탑재하기로 했고, 가상현실의 대명사 메타는 야심차게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로 생겨나는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때 꿈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도 찾기 어려울 듯 하다.



<다음 편 예고>

주가 없는 주식학 #26 바이오&제약 (12/28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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