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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01. 2023

시스템반도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 대해부

Keywords

-SFF: Innovating Beyond Boundaries

-SF2: 로드맵&스펙

-GaN: 전장&6G

-MDI: 이종집적&턴키서비스

-SAFE: Accelerate the Speed of Innovation


이번 주 화요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는 'SFF(Samsung Foundry Forum) 2023'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전략을 대외에 알림으로써 경쟁사에게는 위기를 조성하고 협력사에게는 동참을 촉구하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7월에 개최했던 SFF를 올해 6월로 앞당긴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드디어 돌파구를 찾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중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Innovating Beyond Boundaries'라는 주제로 개최된 SFF 2023에서 삼성전자는 기술적 한계와 정치적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어떤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지 전세계에 공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요 전략들을 살펴보고 계획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의 결말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1. SF2, 숫자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다.


파운드리의 경쟁력은 여전히 나노, 즉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얼마나 미세하게 좁힐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까지 3나노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뿐이고, 현실적으로 2025년까지 2나노 양산에 성공할 수 있는 기업도 둘 밖에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SFF 2023에서 SF2(2나노 공정)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2025년 모바일을 시작으로 2026년 HPC(고성능컴퓨팅), 2027년 오토모티브까지 응용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내년까지는 SF3(3나노 공정)의 수율을 확보하는 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FinFET에서 GAA 구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수율 안정화에 난항을 겪고,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2나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율을 신속하게 안정화시키면 승부수가 적중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SF2의 스펙도 함께 밝혔는데 SF3 대비 성능은 12% 개선되고 전력은 25% 향상되고 면적은 5% 감소하게 된다. 사실 나노 숫자보다 중요한 건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칩의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이다. 업계에서는 흔히 PPA(Performance, Power, Area)로 표현한다. 이번에 발표한 대로만 진행된다면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인텔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또한 이제는 공정의 PPA 스펙 만큼이나 생산비용(Cost)이나 생산기간(Timing)도 중요해졌다. TSMC의 생산능력은 제한적인데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납기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를 찾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수주를 확보하기 전에 클린룸 먼저 확충하는 '쉘 퍼스트' 전략을 통해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2. GaN, 시장 성장 속도보다 앞서가야 한다.


현재는 Si(실리콘) 소자 기반의 반도체가 주를 이루고 있고 앞으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응용처가 생기면 새로운 소자에 기반한 반도체의 비중이 커질 것이고, 대표적인 차세대 소자로는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갈륨나이트라이드)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SFF 2023에서 GaN 전력반도체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나 현대차 같은 기업들과 협업이 늘어나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전기차에 활용되는 GaN 전력반도체를 2025년부터 생산하겠다는 계획이 눈길을 끌었다. GaN 전력반도체는 SiC 전력반도체에 앞서 프로토타입이 개발되었지만 기술 부족과 가격 부담으로 양산에 차질을 빚었는데, 구체적인 시기까지 특정했다는 점에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6G 통신의 선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 상반기부터 RF칩 전용 5나노 공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GaN 전력반도체는 고온과 고압에 강해 위성통신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2025년은 신규 응용처의 매출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티핑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PC와 스마트폰의 교체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를 상쇄할 후보로는 AI, 자율주행, 확장현실이 유력하다. 6G 통신은 소비자용 디바이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되어 AI, 자율주행, 확장현실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인프라 기술이 될 것이다. 비록 반도체 시장 전체에서 전력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올해 초 삼성전자가 DS부문 내 '전력반도체 TF'를 신설한 것은 고속으로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3. MDI, 디테일이 생명인 시대가 되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좋은 무기가 필요하고 좋은 무기를 만들려면 좋은 대장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대장간이란 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서 무기를 적시에 납품하고, 고장난 무기를 신속하게 수리하고, 고객이 원하는 무기를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곳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SFF 2023에서 MDI(Multi Die Integration) 얼라이언스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첨단 패키징 연합으로 쉽게 말해 좋은 대장간이 되기 위해 전세계의 장인들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개별 칩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를 지나 칩과 칩을 붙이고 쌓는 이종집적이 대세가 되었다. 특히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파운드리사업부장)이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AI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2.5D 또는 3D 패키징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MDI 얼라이언스 출범과 함께 턴키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설계와 생산으로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각 단계 사이마다 부수적인 작업들이 요구된다. 예전에는 파운드리가 메인 비즈니스인 생산만 잘하면 됐지만 기술력이 엇비슷해지면서 서브 비즈니스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디테일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다시 말해 턴키서비스는 팹리스가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파운드리가 나머지 부수적인 작업까지 처리해주는 원스탑서비스인 셈이다. 그런데 아무리 실력자들이 모여도 손발이 맞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MDI 얼라이언스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협력사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작년 TF에서 올해 팀 단위로 승격시킨 'AVP사업팀'의 핵심 임무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SFF 2023 직후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3'을 곧바로 개최했다. SAFE 포럼 2023은 SFF 2023에서 공개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의 실행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고객사와 협력사에게 기술과 트렌드를 공유하는 자리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번 SAFE 포럼 2023의 주제가 'Accelerate the Speed of Innovation'인 만큼 IP, EDA, OSAT, DSP, Cloud 업체들과 한몸처럼 움직이며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의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Good Company'에 그치느냐, 아니면 몇 세대를 호령하는 'Great Company'로 나아가느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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