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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n 03. 2023

반도체 빅뉴스가 기다린다

삼성전자 주가가 퀀텀점프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

Keywords

-7만전자: 나는 아직 배고프다

-오너 복귀: 책임경영

-M&A 발표: 신성장동력

-파운드리 분사: 리레이팅

-10만전자: 일류가 되려면 일류와 싸워야 한다


엔비디아가 쏘아올린 AI 광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역시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한때 5만전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6만전자에서 오랫동안 횡보하다가 드디어 7만전자를 돌파했다. 비록 경기침체 우려가 남아있지만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는 선반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하반기 전망을 점차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7만전자를 기대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치 2002년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고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고 말했듯이 동학개미들은 7만전자에 만족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퀀텀점프하려면 서프라이즈 뉴스가 필요하다.



1. 오너 복귀.


이재용 회장은 작년 10월 회장에 오른 뒤 호암시상식 같은 사내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기업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천명하면서 대통령의 해외 출장에 동행하는 등 정계와 재계가 힘을 모으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방해했던 사법 리스크도 이번 정권 하에서 마침표를 찍을 기회가 온 것이다. 최근에는 여론과 민심도 이재용 회장이 경제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를 점치고 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모두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책임경영이 대두되는 지금 이재용 회장도 등기이사로 복귀할 적기라는 주장이다. 


사실 이재용 회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삼성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등기이사 등록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전문경영인(CEO)에게 기업을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하지만 그룹의 운명, 어쩌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큰 의사결정을 월급쟁이 사장이 내리기에는 막중한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반도체 업황은 최악의 상황을 지나가고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로 건너가야 하는 중요한 캐즘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것은 경영진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2. M&A 발표.


삼성전자의 M&A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되었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빅딜이 없었던 만큼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10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몇 년 동안 거품이 끼었던 기업들의 몸값도 다시 낮아지면서 삼성전자의 바잉파워가 다시 우위에 섰다. 삼성전자 역시 M&A를 전담으로 하는 팀을 신설하고 반도체 M&A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언론에서는 삼성전자의 M&A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M&A는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과 기업들의 승인이 있어야 완료되기 때문에 물밑에서 신중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규모가 400조 원에 달하는 만큼 내부 육성만으로는 유의미한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M&A를 통한 외부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 따르면 M&A 작업은 계속 진행 중에 있으며,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의 가장 유력한 M&A 후보로는 NXP와 앰코테크놀로지라고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M&A를 한다는 사실부터 어떤 매물을 노리고 있는지까지 상당 부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예상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시장에서는 M&A를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너무 비싸게 주고 산 것이 아니냐는 비난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 때문에 한동안 잡음에 시달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것은 M&A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M&A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좋은 매물을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주력 사업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3. 파운드리 분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설도 꽤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TSMC에게 밀리는 이유도 단순히 공정의 기술력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와 이미지센서 등 자사 칩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팹리스 업체는 경쟁사가 될 수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 칩 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TSMC는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아주 얄밉게 느껴질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TSMC보다 낮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 뒤 나스닥에 직상장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새어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지금까지는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을 분리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부터는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비용과 시간 측면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애플이 TSMC에게 맡긴 칩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 AMD 등 다른 팹리스의 칩 수주도 꼬이는 상황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신성장동력으로서 의미도 갖지만 메모리반도체의 진폭을 잡아주는 무게중심 역할도 한다. 마치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부가 반도체 사업부의 부진을 상쇄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당분간 파운드리를 분사할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증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2021년 초 삼성전자 주가는 9만전자를 넘어 10만전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분위기가 싸늘해지더니 10만전자는 커녕 5만전자로 반토막이 났다. 10만전자로 올라갈 때에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지만 5만전자로 내려갈 때에는 시스템반도체는 커녕 메모리반도체도 불안하다는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즉, 기업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이 '일류가 되려면 일류와 싸워야 한다'로 말했듯이 삼성전자는 국내 1위, 메모리 1위, 반도체 1위 같은 타이틀에 머물면 안 된다. 삼성전자는 10만전자가 아닌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있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목표로 정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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