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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pr 08. 2022

유소유 #14 절대로 적금 들지 말라

적금 대신 투자를 선택하게 만든 3가지 에피소드

얼마 전 나는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했다. 2년 동안 50만 원씩 꽉 채워서 1200만 원을 납입하면 신한은행 기준으로 111만 원을 받는다. 9%에서 10% 사이의 수익률인 셈이다. 많은 청년들이 9% 이상의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너도 나도 가입했고 은행 어플이 마비되고 신청 기간이 연장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처음에는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길 꺼렸던 나도 나중에는 생각을 바꿔 가입했다. 오늘은 언제부터 적금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왜 적금 상품을 싫어하는지, 그리고 적금을 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3가지 에피소드 중심으로 소개한다. '유소유' 포스팅의 계기가 된 이야기인 만큼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1. 썩 좋지 못했던 적금 첫경험...


무엇이든지 어떤 첫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증시가 대세 상승할 때 주식 투자를 처음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수익을 즐기면서 기업을 공부하고 투자 마인드를 다질 수 있었다. 덕분에 올해 하락장이 찾아왔을 때에도 멘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나의 인생에서 첫 적금이었던 군인 적금은 안 좋은 기억을 남겼다. 훈련소에 찾아온 은행 직원의 설명을 듣고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각각 20만 원씩 군인 적금에 가입했다. 그때 나는 투자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고, 우대금리까지 합치면 5% 이자율이라는 말에 혹했다. 나는 40만 원씩 1년 반 납입하면 원금 720만 원에 이자는 최소한 36만 원 이상 받을 줄 알았다.



부푼 마음을 갖고 적금 만기일에 은행에 가서 찾은 총 원리금은 75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왜 나는 이자를 30만 원 이상도 받지 못했을까? 은행 직원이 얘기한 5% 이자율은 연 기준이라는 사실과 이자소득세 15.4%를 과세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은행 직원이 나에게 거짓말은 한 것은 없었다. 원래 은행에서는 연 기준 이자율로 말하고 이자에 대해서는 15.4% 과세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조차도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실질적으로 5%도 채 되지 않는 적금 수익률을 얻었다. 은행을 나왔을 때 나는 군인 시절 푼돈 아껴가며 전역 후 든든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꿈에 누군가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 들었다.



적금에 대부분의 돈이 묶여 있었던 나는 코로나19 직후 폭발적으로 오르는 시장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했다. 마치 사냥감들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데 총알이 없어 하나도 잡지 못하는 사냥꾼이 된 기분이었다. 투자의 3요소인 수익성, 안정성, 유동성 중에서 유동성이 나쁘면 어떤 곤란에 처하게 되는지 그때 깨달았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20대 초중반까지는 연금저축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 투자를 하면서 수익이라는 보상도 얻지만 세상의 거대한 흐름, 본인의 투자 스타일 등 귀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내 돈을 투자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2. 적금은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선택이다.


'유소유'라는 제목만 봐도 내가 '소유권'을 극도로 중요시하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적금은 확정금리를 통한 확정수익을 내는 상품이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률이 너무 작고,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 전형적으로 상하방이 모두 막힌 상품인데, 확정금리이기 때문에 손해를 볼 위험도 없지만 이익을 볼 기회도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은행은 나에게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 남에게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고 예대마진이라는 차익으로 많은 돈을 번다. 수익을 혼자 챙긴 은행은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돈을 빌리려면 높은 금리를 내라고 위협한다. 즉, 적금은 은행에게 호구잡히기 딱 좋은 상품이다.



하지만 소유권이 나에게 있다면 그때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장 좋은 상품은 하방이 막혀있고 상방은 뚫려있는 상품인데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락할 가능성은 낮고 상승할 가능성은 높은 자산을 찾는 것이다. 은행 적금에 가입하는 대신 은행 주식을 매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주가가 하락하면 평가손실을 입겠지만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적금보다 훨씬 큰 이익을 얻는다. 만약 내가 기업은행 적금 대신 기업은행 주식을 적립식으로 샀다면 5% 이상의 배당수익과 10%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은 쉽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선택은 쳐다보지도 않기로 결심했다.



혹자는 주가가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다면서 주식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주가의 방향은 아무도 모르고 투자라는 행위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주식 투자의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2가지 무기가 있다. 바로 공부와 시간이다. 은행 주식의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과거 실적부터 미래 실적 전망치까지 분석하면 지금 주가가 낮은 수준인지 높은 수준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식을 매수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시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적당한 가격에 은행 주식을 샀다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배당을 받으면서 버틸 수 있다.



3. 그래도 적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면...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도 나는 왜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했을까? 첫번째는 매력적인 확정 수익률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에게 한자릿수 수익률은 내키지 않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9%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단언하기 쉽지 않다. 9%의 수익을 비과세로 챙길 수 있는 상품은 저금리 시대에서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아닌 자산이란 점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9% 확정금리에 상방이 막힌 적금에 가입하느니 5% 배당수익률을 높은 확률로 챙길 수도 있고 상방이 뚫린 배당성장주를 매수하겠다고 결심했다. 좋은 자산의 소유권을 취득해 장기 보유하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세울 수 있는 논리였다.



하지만 청년희망적금에 나는 수치적인 계산 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한 두번째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는 재테크의 시발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부모님은 재테크를 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서 자랐고, 돈 공부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들에게 주식은 패가망신을 의미했고 적금이 답이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소유하지 못했던 우리 가족은 점점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나는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늘리는 것'이 가난 탈출의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부모님께 주식 공부를 함께 하자고 말해보고 주식 매수 방법도 알려드렸지만 여전히 소유권 개념에 낯선 당신들은 쉽사리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청년희망적금에 50만 원씩 같이 모으기로 했다. 그러면서 2년 뒤 모일 1311만 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했는데 이게 바로 세번째 이유다. 우리 가족은 2년 동안 투자 마인드를 기르고 투자 스터디를 하면서 1311만 원에 상응하는 자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내가 청년희망적금에 투자하는 액수가 가장 크기 때문에 주식회사로 따지면 지분이 가장 많은 최대주주가 되고, 50% 이상의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어떤 자산의 소유권을 취득할지 의사결정은 주로 내가 담당하기로 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공부했던 투자 경험을 미래의 배우자와 자녀와도 공유하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이 적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는 소유권이 있는 사람과 소유권이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현금 수백억 원이 있는 부자도 있겠지만 아마 그들은 그보다 더 큰 액수의 소유권을 갖고 있거나 소유권을 갖기 위해 현금을 마련 중일 것이다. 2년 전 적금 만기를 하루 앞두고 설렜던 밤과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회의감에 빠졌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해 나는 비교적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소유권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고 적금 대신 주식, 부동산, 코인, NFT 같은 소유권에 관심을 가지며 부자로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15  (4/15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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