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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pr 20.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08 반도체&디스플레이

반도체: 규석기 시대가 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기분이 좋든 나쁘든, 식욕이 있든 없든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산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이나 메타버스가 혁명이든 거품이든 반도체라는 부품이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반도체는 말 그대로 미래의 쌀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인텔 CEO 펫 겔싱어는 지난 50년은 석유가 국제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반도체가 석유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곤국이지만 일부 기업인의 선견지명과 우수한 인력 덕분에 반도체라는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덕분에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국가에서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들어가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야말로 반도체 제국이다.



반도체가 중요한 건 누구나 알지만 막상 반도체의 개념과 역할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반도체는 규석으로 만들어진 물질로 특정 조건에서만 전기가 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반도체는 날것의 데이터(Data)를 유용한 정보(Information)로 변환하기 위해 각종 신호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5835억 달러에 이르며,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20%에 육박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생활이 본격화하면서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수요와 서버 증설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며 일명 '규석기 시대'가 열렸다.


반도체를 크게 나누면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 저장을,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 처리를 주로 담당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소수의 기업들로 과점화되었는데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DRAM과 NAND Flash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분업화되어있는데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생산하는 '파운드리', 검사하는 'OSAT'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으로는 미국의 엔비디아와 퀄컴, 파운드리 기업으로는 대만의 TSMC와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가 있다.


반도체로 흥한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있다. 그 중에서 코스피200에 포함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평정한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로 눈을 돌려 'System LSI(설계)'와 'Foundry(생산)'를 키우고 있다. 인텔의 NAND 사업부를 인수하며 메모리 반도체 2위 자리를 굳힌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하나만으로 코스피 2인자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DB하이텍은 주로 8인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Foundry'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자사 반도체 제품을 설계하고 'Brand' 사업부로 확장하고 있다. 이제 세 기업의 최근 이슈를 알아보고 향후 전망을 생각해보자.



코스피 대장주인 동시에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Foundry'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전을 포기하는 것은 기업 정신을 위배한 것이다.


상황만 놓고 보면 마음이 더 급한 쪽은 SK하이닉스다. 모바일, 가전 등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도 없이 오직 메모리 반도체 원 툴로 살아남은 SK하이닉스는 굉장히 취약하다.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사이클로 접어든 2018년에는 잘 나갔지만 사이클이란 말에는 하락이 암시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 사업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첫 발을 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밑바닥부터 사업을 쌓아올리기보다 좋은 기업을 인수해서 시너지를 노리는 게 유효하다고 판단했는지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제기되었다. 반독점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가 삼키지 못한 ARM을 SK하이닉스가 품을 수 있을지 경쟁사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무수히 많은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기업이 있다. 그중에서도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기업인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초고사양 제품에 사용된다면 DB하이텍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경쟁업체로는 대만의 SMIC, 일본의 르네사스, 대만의 UMC,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있는데 다행인 점은 수요가 워낙 많은데 공급사는 적어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DB하이텍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숨은 알짜 기업이며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다음 단계인 반도체 설계에 힘쓰고 있다.



2019년 중국은 화웨이를 앞세워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줄을 끊어버리는 제재를 가한다. 그 이후로 화웨이는 맥을 못 추고 주저앉는다.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은 한술 더 떠서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동맹을 형성한다. 주요 멤버는 TSMC 중심의 파운드리 넘버원 대만, ASML을 비롯한 원천기술 보유국 EU, 그리고 '소부장' 핵심지 일본이다. 대한민국과 삼성전자는 미중 사이에서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다 이도 저도 아닌 처지가 되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헤게모니를 좌우하는 반도체라는 무기를 손에 쥐었지만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리는 일이 잦아졌다. 너무 중요한 게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QLED든 QNED든 일단 살아남고 보자.

#LG디스플레이


나는 휴대폰을 한번 사면 고장내지 않고 오래 쓰는데, 액정이 깨졌다며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친구가 주변에 꼭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액정이 깨졌다'는 표현을 쓰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액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공학도가 아닌 나는 거리낌 없이 '휴대폰 화면=액정'이라고 불렀는데, 매일 들여다보던 휴대폰 화면이 액정이 아니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유기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액정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오늘은 가깝고도 먼 디스플레이 산업을 공부해보자.



반도체에 가려져있지만 디스플레이는 대한민국 수출 경기와 내수 경기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산업이다. 올해 3월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4억5000 달러로 반도체(132억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작년 디스플레이에서 배출된 산업 기술인력만 5만 명에 달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성격은 매우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가전 및 모바일 사업부에 납품하는 자회사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가전 사업부에 납품하기도 하지만 모바일 사업에서는 외부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다. 삼성전자에게 디스플레이 실적은 미미하므로 투자 가능한 디스플레이 상장사는 사실상 LG디스플레이 하나다.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기술적인 차이보다 기술 트렌드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10년 이상 시장을 주도했던 LCD에 고성능과 고효율을 자랑하는 OLED가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LCD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크지만, OLED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기술의 전환은 시간 문제다. 마치 내연기관차를 위협하는 전기차처럼 말이다. 그리고 크기를 기준으로 9인치보다 크면 대형 디스플레이, 작으면 중소형 디스플레이로 구분한다. 아직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규모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TV 수요가 줄고 IT와 Mobile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미래가 더 밝아보인다.


TV 디스플레이는 LCD 시절부터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졌던 곳이다. TV 수요(Q) 둔화에도 불구하고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은 OLED 프리미엄 TV를 앞세워 판가(P) 인상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워치가 현대인의 신체 일부처럼 스며들면서 IT 디스플레이와 Mobile 디스플레이는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참고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대형 OLED, 중소형 OLED 최강자라는 점을 알면 LG디스플레이에서 대형 OLED에서는 삼성전자 TV로 판을 굳히고, 중소형 OLED에서는 애플 아이폰으로 판을 흔든다는 전략이 나온 배경이 이해될 것이다.



얼마 전 시장조사기관 Omdia는 2021년 중국 디스플레이가 17년 만에 대한민국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1년 사이에 10%p 벌어져있던 점유율을 끌어올려 10%p 벌리는 중국의 저력에 놀랐다. 중국 정부는 자국 디스플레이 기업에게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원했다. 덕분에 BOE는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LCD 업체가 되었고 CSOT, 티엔마, 비전옥스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시장을 과반 이상 장악했다. 아직까지 OLED 시장에서는 대한민국이 82.3%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를 등에 업고 빠르게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에게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경각심이 업계를 뒤덮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중국 디스플레이의 약진에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두 기업은 저마진의 LCD에서 항복을 선언하고 고마진의 OLED에서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CD 비중이 작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철수를 선언한 반면 LCD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LG디스플레이는 연착륙해야 하는 상황이다. 'LCD 탈출'과 함께 'OLED 초격차'를 꾀하는 LG디스플레이는 급기야 삼성전자에게 'OLED TV 동맹'을 제안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가격 협상력이 약해진 LCD TV 대신 OLED TV로 전환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동맹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의 오월동주의 끝은 어디일까.


중국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주고 대만까지 급속도로 쫓아오자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홀대받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내어준 것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율과 자금 문제로 여의치 않고, 올해 OLED 시설 투자에 나서도 양산이 이루어지려면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반도체 만큼이나 국제전으로 퍼지고 있어 정치적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 시 명심해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이상 디스플레이 기술은 영원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TV 디스플레이에서는 삼성의 QLED(정식 명칭은 QD-Display)와 LG의 QNED(정식 명칭은 Mini LED) 등 차세대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IT 디스플레이와 Mobile 디스플레이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폴더블에 이어 롤러블, 스트레쳐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한편 모빌리티 지각 변동과 메타버스 세계 확장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디스플레이 업계는 Automotive 디스플레이와 AR/VR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보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Display', 당신의 눈에는 어떤 미래가 보이는가?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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