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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ug 10.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6 건설&자재

건설: 투자자라면 정부와 싸우지 마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아이에스동서


2022년 대선과 총선은 '부동산 선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앞선 정부에서 집 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온갖 규제로 수요를 틀어막았지만 실패하면서 집 값은 폭등했고 '영끌', '빚투'가 성행했다. 당시 대선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늘릴지, 공공주도인지 민간주도인지는 불확실해도 집을 많이 짓겠다는 의지는 확실했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민간주도 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오늘은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함께 움직이는 건설주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과 인도가 급성장하면서 초호황기를 누렸던 건설 산업은 2008년 미국 주택 시장이 붕괴하면서 폭삭 주저앉는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미분양 지옥에 빠진 건설 산업을 살리기 위해 SOC 투자와 EPC 수주를 대폭 늘렸지만 2019년까지 건설 산업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정부가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주택 사업이 부활했고, 2021년부터 유가가 오르면서 플랜트 사업도 반등하면서 건설주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2022년 정권이 바뀌자마자 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 정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국내 주택 사업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연동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규제 완화인데 후보 시절 공약했던 250만 호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개발과 재건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첫 부동산 대책에서 세금과 대출 규제부터 하나씩 풀기 시작했고, 주택공급 대책 발표가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민국 전국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긴 지 오래됐지만,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로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수요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자나 건설주 투자 시에는 규제에 따른 공급 사이클과 인구에 따른 수요 트렌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해외 플랜트 사업은 유가가 오르면 수주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유가는 예측이 어려운 변수이므로 건설주에게 상승 모멘텀과 하락 리스크로 동시에 작용함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라고 하면 삼성물산(래미안), 현대건설(힐스테이트, 디에이치), GS건설(자이), DL이앤씨(e편한세상, 아크로), 대우건설(푸르지오, 써밋) 등 유명한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메이저 건설사를 의미한다. 태영건설(데시앙)을 비롯한 중견 및 중소형 건설사도 많지만 투자 경험이 적을수록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튼튼한 대형 건설사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



건설 산업 Top 2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다. 3기 신도시와 서울시 정비사업이 꿈틀대는 가운데 아파트의 네임밸류가 중요해지면서 메이저 건설사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GS건설은 자이라는 일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제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메이저 건설사는 나쁘지 않은 수주를 거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마잔 오일 및 가스 처리시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에서 실적을 올리고 있고, GS건설도 베트남 나베 신도시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두 기업의 신사업도 주목되는데 현대건설은 SMR과 UAM, GS건설은 모듈러주택과 수처리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DL이앤씨는 작년 대림산업의 인적분할로 신설된 법인이다. 시너지가 나지 않는 계열사를 분리하기 위함이라는 회사 측의 해명에도 대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대우건설은 작년 중흥건설에게 인수당하며 '새우에게 삼켜진 고래'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었다. 중견 건설사에게 인수된 데 이어 포스코건설에게 Top 5 자리까지 넘겨주는 겹악재가 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작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되었다. 올해 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논의되던 와중에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가 무너지면서 건설업계 퇴출 위기에 놓였다.


삼성물산은 다양한 사업부문을 거느린 복합회사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건설주 투자로는 적합하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화공플랜트(정유/화학/가스)와 비화공플랜트(반도체/배터리/바이오)에서 기술력과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고, 자국에 생산기지를 유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한편 아이에스동서는 건물을 지을 때 뿐만 아니라 건물을 부술 때에도 돈을 번다. 아이에스동서가 인수한 자회사 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 처리 산업에서 이미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고, 자동차를 재활용하는 사업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환경 사업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에 남산타워에서 서울 전경을 내려다본 적이 있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을 바라보니 불과 70년 전에는 전쟁으로 인해 전국이 황무지였고 40년 전에는 강남도 논밭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국내 건설사의 위대함을 느끼고 건설주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건설 산업은 정부 정책이라는 외부 변수에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는 만큼 투자 고수들도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게다가 항공 산업처럼 국제 정세에 실적이 상당히 영향받고, 조선 산업처럼 수주 잔고가 실적에 뒤늦게 반영된다. 따라서 건설 산업은 투자 경력이 쌓이고 나서도 안전마진이 충분히 확보한 뒤 진입을 고려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자재: 아파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투자한다.

#쌍용C&E #KCC #한일시멘트


2020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가에 대한 질문에 아파트는 공사기간이 길어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겼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파트 공사는 짧으면 2년부터 길면 5년까지 소요되는데, 크게 기초 및 골조가 세워지는 1단계와 마감재 및 내장재가 들어가는 2단계로 프로세스가 나뉜다. 각 단계마다 관련된 산업과 기업은 수두룩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1단계에서 시멘트 업계, 2단계에서 창호 업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공장이 멈추거나 항구가 막히면서 공급망이 마비되었다. 이로 인해 나타난 '반도체 쇼티지', '원자재 쇼티지'는 언론에서 자주 접했을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시멘트 쇼티지가 있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재작년에 최장 기간 지속됐던 장마의 영향이 컸다. 건설사가 공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시멘트 업체들도 생산량을 늘리지 않은 것이다. 또한 2020년은 ESG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각광받으면서 시멘트 업체들은 친환경 설비 투자를 늘리고 정작 시멘트 생산량은 늘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건설사가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하면서 자재 발주량을 늘리자 시멘트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시멘트 산업에서 핵심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원가다. 어떤 회사의 시멘트나 품질은 비슷하기 때문에 원가가 낮을수록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시멘트 업계에서 가격 경쟁은 불가피했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쌍용C&E, 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 합병),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합병), 삼표시멘트, 성신양회로 시장이 재편되었다. 그런데 막상 경쟁이 끝나고 보니 시멘트 업체들은 그들 업계가 친환경 기조에 어긋나고 사양산업에 접어들 위기에 빠졌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다 보니 시멘트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2025년까지 무상으로 할당받은 탄소배출권이 있음에도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탄소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올리는 실정이다.


시멘트 업체는 탄소배출권 매각으로 오래 버티지 못할 운명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연탄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쌍용C&E는 폐기물을 활용해 시멘트를 만드는 친환경 제조법을 고안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쌍용C&E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라는 사모펀드는 중국 시멘트 업체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이 있고, 관련 기업을 인수하여 시너지를 내는 볼트온 전략의 귀재이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친환경 시멘트의 발암물질 논란에 더해 공장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겪고 있어 쌍용C&E의 친환경 변신은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건물의 뼈대가 세워지고 나서 들어가는 건축 자재 시장은 KCC, LX하우시스, 현대L&C 3사가 주름잡고 있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과 함께 리모델링이 대세로 떠오르고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창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창호는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예산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에 건축 자재 기업들의 성패가 갈리는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KCC는 '클렌체'라는 하이엔드 창호 브랜드를 론칭하여 개포나 서초 등 고급 신축 단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LX하우시스는 '슈퍼세이브'라는 고단열 창호 브랜드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전국 B2C 채널을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실 KCC 실적을 좌우하  창호가 아니다. KCC 2021 매출액을 보면 건자재 부문이 15.97%, 도료 부문이 24.81% 합산해도 절반에  미치는 반면 실리콘 부문은 53.11% 압도적이다. 2019년 KCC 글로벌 2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했는데 이로 인해 기업의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수하자마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KCC는 그동안 전방산업 경기에 취약한 건자재와 도료 때문에 힘겨운 시절을 보냈는데, 부가가치는 높고 이익 변동성은 낮은 실리콘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것이다.


LG그룹과 LX그룹의 계열 분리가 완료되고 LX하우시스는 진정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LX하우시스의 2021년 매출액은 건축자재 부문에서 73.5%, 자동차소재 및 산업용필름 부문에서 26.5% 발생했다. KCC는 자회사 덕을 보고 있는 반면 LX하우시스는 자회사가 속을 썩이고 있다. 2017년 LX하우시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슬로바키아 자동차소재부품 기업 ‘c2i’를 인수했다. 그러나 탄소섬유 시장의 성장은 기대에 못 미쳤고, 건축자재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자동차소재부품에서 까먹는 일을 5년째 반복했다. 결국 LX하우시스는 '아픈 손가락'인 자동차소재부품 사업을 매각하고, 종합 인테리어 기업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쌍용C&E나 KCC를 보면서 철밥통 같았던 기업도 궁지에 몰리면 운명을 걸고 체질을 바꾼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이처럼 주식을 꾸준히 공부하면 세상이 변해가는 흐름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목돈을 모아 부동산 투자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건설주나 자재주를 공부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아파트 공사 프로세스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건설부터 자재까지 공사 주기에 있는 산업 공부를 마쳤다면, 다음으로는 공사 전후 단계에 있는 부동산 신탁 산업이나 부동산 투자 산업(리츠 포함)으로 지식을 확장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설령 주식을 매수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고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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