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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Nov 28. 2022

프로듀스 유니콘 #12 옐로모바일&에이프로젠

K-스타트업 낙제생

수많은 창업가들이 스타트업 신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타트업 평균 생존율은 3년 41%, 5년 29%에 불과하다. 아마도 업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스타트업의 비율은 훨씬 낮을 것이다. 운과 실력이 절묘하게 맞아야만 꿈에 그리던 유니콘이 될 수 있고, 힘겹게 유니콘이 되더라도 IPO나 M&A를 통해 엑시트를 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스타트업이 된다. 한때 유니콘이었다가 엑시트에 실패해서 시체(corpse)가 된 유니콘을 '유니콥스'라고 부른다. 오늘은 무리하게 경영하다가 스타트업에서 낙제한 '옐로모바일'과 '에이프로젠'을 소개한다.



[History] 시체냐 좀비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처: 에이프로젠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붐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정확한 시기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들과 협력하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시켰다. 이후 대한민국에도 유니콘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스타트업 지원은 흐지부지되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을 격상하여 중소벤처기업부를 설치하였다. 이후 홍종학 장관은 '개방형 혁신', 박영선 장관은 '유니콘 요람', 권칠승 장관은 '제2 벤처붐', 이영 장관은 '글로벌 진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대한민국에는 20여 개의 유니콘이 존재한다.



옐로모바일은 쿠팡에 이어 국내 2호 유니콘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으로 2012년에 설립된 아이마케팅코리아를 전신으로 한다. 옐로모바일은 자체 제품이나 서비스는 보유하지 않고 여러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해서 운영하는 벤처 얼라이언스 또는 애그리게이터, 즉 일종의 스타트업 지주사이다. 2012년 'SMATO(Shopping, Media, Advertisement, Travel, O2O)'라는 전략을 발표하며 2013년 쿠차, 2014년 피키캐스트 같은 대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2016년 초에는 무려 13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렸으나, 무리한 확장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같은 해 말에는 '옐로모바일 2.0' 전략을 발표하며 계열사 정리 및 경영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에이프로젠은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첫번째 유니콘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으로 2000년에 설립한 오래된 기업이다. 에이프로젠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제조에 성공했다. 2009년 슈넬생명과학으로부터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한 GS071(레미케이드시밀러)은 2017년 일본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고, 2019년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완료했다. 2020년 에이프로젠 KIC(에이프로젠 MED로 사명 변경), 에이프로젠 H&G와 3사 합병을 추진했으나 합병비율 문제로 무산되었고, 2022년 에이프로젠 MED와 합병하여 코스피에 상장했다.



한때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옐로모바일과 제2의 셀트리온 신화를 꿈꿨던 에이프로젠은 스타트업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017년부터 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있는 옐로모바일은 부채한도 규정위반, 전환사채 상환불능 상태에 빠져있다. 2022년 우회상장 이후 상장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공시한 에이프로젠도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과 임원의 주식매도 논란이 남아있다. 스타트업도 결국에는 기업이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하면 운명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한 스타트업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시체가 되거나 계열사나 주주에게 자금을 수혈 받는 좀비가 되어 목숨만 부지하게 된다.



[Business]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하리라.

출처: 옐로모바일


옐로모바일의 수익모델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옐로모바일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합하면 되는데 지분 비율에 따라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옐로모바일은 여러 스타트업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는데 돈이 아니라 주식으로 샀다는 점이 특이하다. 옐로모바일의 핵심 계열사였던 옐로트래블 대표는 영업이익 4 배에 해당하는 옐로모바일 주식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고 회상했다. 매우 저렴하게 기업을 넘기더라도 옐로모바일 그룹의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자사의 기업가치도 자연스레 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옐로모바일의 비즈니스모델은 투자를 받아서 스타트업을 인수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고, 높아진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재투자를 받아서 또 인수하는 플라이휠 구조이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은 투자금이 한번 끊기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만약 옐로모바일의 계열사가 IPO나 M&A로 엑시트에 성공했으면 추가 투자금이 유입되었겠지만,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에 하락기를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졌다. 옐로모바일의 계열사들은 수익성도 개선하지 못했고 시너지도 발휘하지 못했다. 옐로모바일의 몰락은 그저 그런 회사 100 개보다 훌륭한 회사 1 개가 낫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에이프로젠의 수익모델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에이프로젠이 현재 개발을 완료해서 생산하고 판매까지 하는 바이오의약품은 하나밖에 없는데 신제품이 언제 출시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에이프로젠은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면서도 리스크가 큰 바이오신약 사업 외에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영위한다. 에이프로젠은 레미케이드를 비롯한 5 개의 바이오시밀러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등 5 개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다가 바이오신약에서 잭팟을 터뜨리면 에이프로젠의 장기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업가치는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



에이프로젠의 비즈니스모델은 바이오의약품을 새로 개발하거나 이미 개발된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하는 투트랙 구조이다. 대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은 아주 먼 미래에 상용화될지도 모르는 의약품에 대한 기대감, 즉 약이 아니라 꿈을 판다고 해도 무방하다. 만약 에이프로젠의 파이프라인에서 블록버스터가 출시되면 R&D 비용의 몇 배 수익으로 보답하겠지만, 임상 시험을 넘기지 못하거나 제품 수요가 충분치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에이프로젠의 경영진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을 강행했다. 에이프로젠의 만행은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의사결정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Performance]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출처: 에이프로젠


옐로모바일은 쿠팡과 함께 유니콘 시대를 열었던 2014년 이후로 몸집만 키우다가 쓰러졌다. 2016년 매출액 4428억 원, 영업손실 280억 원을 기록하고 2017년 매출액 5106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으나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을 거절하며 공시의 신뢰성을 잃었다. 2018년 이후 핵심 계열사들이 파산하거나 분리되면서 옐로모바일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옐로모바일은 2014년 LS그룹 오너가의 장손 구본웅 대표가 이끄는 포메이션8로부터 1억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무려 4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옐로모바일 제국은 3년도 채 유지되지 못했고, '1조 원의 사나이' 이상혁 대표는 현재 잠적을 감추었다.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MED와 합병하기 전까지 들쑥날쑥한 흐름을 보였다. 2016년 매출액 680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19년 매출액 279억 원, 영업손실 399억 원으로 다시 적자전환했다. 2022년 오송공장을 보유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에이프로젠은 그룹 차원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 에이프로젠은 2019년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2년 이내 상장 조건을 걸고 전환사채 방식으로 발행되었다. 아마도 에이프로젠이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을 것이며, '바이오 M&A 사냥꾼' 김재섭 대표는 최근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여러 스타트업들을 연합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려 했던 옐로모바일이나,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을 병행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했던 에이프로젠이나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옐로모바일과 에이프로젠은 모두 실체가 명확한 비즈니스모델과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업의 내용은 복잡해졌고 본질은 흐려져갔다. 내실을 강화하지 않고 외형만 확장하는 스타트업은 모래로 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그럴싸한 설명으로 위기를 잠시 모면할 수는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듯이 아무리 기업이 진실을 은폐하려 해도 숫자로 찍히는 재무제표를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Competition] 유니콘이 되려는 자, 뿔의 무게를 견뎌라.

출처: 옐로모바일


옐로모바일은 마케팅에는 능했지만 브랜딩에는 소질이 없었다. 신동엽이 '한 방에 핫딜검색, 다함께 쿠차차'라는 노래와 함께 '싸다구'를 날리는 쿠차 광고와 우주인이 '우린 답을 줄 것이다. 아주 가끔 그랬듯이'라는 문구와 함께 '우주의 얕은 OO'을 전하는 피키캐스트 광고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냈고 관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 마케팅이 소비자의 지갑까지 열지는 못했고, 사람들의 기억에 광고의 멜로디와 메시지는 남겼지만 기업의 이름은 남기지 못했다.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음에도 매출액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옐로모바일은 광고를 그만두어야 했고 오래가는 브랜딩이 아닌 한순간의 플렉스에 그치고 말았다.



에이프로젠은 매우 복잡한 재무제표로 악명이 높다.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 다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서정진 회장이 바이오시밀러라는 분야를 개척하며 신화를 썼던 셀트리온이나 분식회계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오 산업의 초장기적이고 불규칙적인 특성 때문에 복잡한 재무제표는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도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잘못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에이프로젠 MED와 합병하면서 우회상장을 한 에이프로젠은 또 다시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CDMO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인지 재무제표를 다듬기 위한 꼼수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유니콘은 뿔이 달린 말로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큼 기업가치 1조 원 달성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제로금리 시대에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 스타트업)과 헥토콘(기업가치 100조 원 이상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기업가치 1조 원은 더 이상 꿈의 숫자가 아닐까? 향후 20여 년도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겠지만, 제로금리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실적 장세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유니콘이 되려는 스타트업은, 금리라는 뿔의 무게를 견뎌야만 할 것이다.



출처: 에이프로젠


2000년대 이후 일과 삶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애플과 구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에서도 스타트업이 유행했다. 덕분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빅테크와 유니콘이 태어났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시장 환경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저금리 속에서 창의력과 추진력만으로도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고금리 속에서 수익성과 유동성이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또한 내실 강화를 무시하고 외형 확장에만 치중했던 스타트업이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최근 사례들은 자금(Money)보다 사람(Man)과 경영(Management)이 더욱 중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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